13) 선생과 제자는 심오해요






무슨 말을 먼저해야할지 30분 동안 조용히 강이한과 마주 앉아서
커피잔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강이한은 나만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성으로써 혼란 느낄 나이라 혼란을 느끼는 걸 거야…”


머릿속에 많은 말이 있었지만 결국 꺼낸 말은
다시금 선을 긋는 말.


“혼란?”
“…”
“처음 본 그날부터 지금까지 혼란이라고?”
“…”
“넌 나랑 있으면서 단 한번이라도 미친 듯이 심장이 뛴 적 없어?”
“…”
“난 니 눈만 봐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데 넌 아니야?”
“…”


날 향해 묻는 말에 한마디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다 사실이라서 나도 너처럼 아무생각 없이 널 좋아한다고 하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


“답 나왔네.”


커피잔을 잡고 있던 내 왼손을 잡고선 다른 손으론
내 가슴에 가져다 대 심박수를 느끼곤 먹잇감을 발견한 듯한
늑대의 표정으로 내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당장 대답을 하라고 안 해.
기다릴게 니가 니 입으로 날 사랑한다고 할 때까지”
“…”
“오늘은 여기까지 전에 한 스킨십은 리셋 하는 걸로 천천히 하나하나 하자.”
“…강이한”
“솔직해 지세요. 어른양씨”


내 이마를 살짝 밀고선 식탁에서 일어나 빠르게 사라졌고
얼굴은 또 다시 홍당무가 되었다.

아마도 늑대한테 이 싸움은 처음부터 이길 수 없었던 거 같다.


“상우야…있잖아…”
[ 너 어디아파? 목소리가 왜이래 ]
“…감기… 때문에…”
[ 약은 먹었어? ]
“응…있잖아…만약에…니가…좋아하는 사람이…어려…엄청…”
[ 연하? 연하는 싫은데 난 ]
“아니…만약에!…6살 정도…어린데…엄청…좋아…그러면…”
[ 만나지 근데 왜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
“아…아니!…내…이야기는…아니고…아는…형”
[ 나이가 뭔 상관이야 좋아하는데 ]
“…그…그치?…”
[ 응 죽 사가지고 갈까? ]
“…아냐…쉬어…”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원하는 대답이었지만 그래도 선생의 신분으로
학생을 만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내…키보다…더…난해하다…”

어른인척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원래의 아이 같은 모습으로 볼을 감싸며 한숨을 쉬며
거울을 보며 웃었고 고개를 끄덕이곤 잠에 들었다.



“너 교생 좋아하냐?”


선우의 집에 들어오는 이한을 힐끔 보곤
티비로 시선을 옮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하게 말을 했다.
최대한 덤덤하게 강이한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면서.


“신경 꺼”


자신을 떠보는 선우의 의도를 눈치 채고선 신경질 적으로
말하며 소파에 드러누웠고 선우는 한숨을 쉬었다.


“교생 이번주가 마지막이야”
“알아”
“그래 알면 됐어”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선 도통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티비를 보는 백선우가 거슬렸다.




“요즘 이한이 영어시간에 왜 이렇게 열심히 학구열에 불타있어?”
“교생쌤이 말 잘 들었으면 좋겠다고 해서요”
“오~ 교생선생님 학교로 돌아가면 수업 잘 안나올 거지”
“아뇨 잘 나올 건데요”
“말만 잘해요 우리 애들은 지호쌤 프린트 좀 나눠주세요!”


수업시간마다 칠판이 아닌 자신을 보고
방긋방긋 웃는 이한이 거슬렸고 표정관리도 안돼서 미치겠다.
스킨십으로 괴롭히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정신적으로 괴롭히나….

수업이 끝났다고 해서 괴롭히지 않는 게 아니다.
이제는 안하던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로와 수업시간에 하지도 않은 내용을 묻고있고
최대한 본문이 긴 것만 요리조리 찾아서 가져온다.


“…너…솔직히 말해봐 지금 나 괴롭히는 거지”
“니가 모범생이 좋다며 지금 모범생 하고 있잖아”
“이게 어딜 봐서 모범생이야…! 이건 배우지도 않았어!”


배우지도 않았다는 말에 귀가 빨개지며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는 게 확실했다.
그냥 날 보러 오려는 구실을 만들어낸 강이한이
너무 귀여웠다.


“아직 약속 유효해 나랑 데이트하는 거”
“…아…어…알겠어. 약속은 약속이니까”
“토요일에 전화할게요.”


처음 만난 날과 같은 미소로 교무실을 나갔고
수요일부터 금요일인 오늘 까지 합쳐서 계속해서
교무실, 수업시간 동안 너무 의식했나?
기가 다 빨린 거 같아


“지호쌤 졸업하면 우리학교로 원서 넣어요^^
교감선생님이나 교장선생님 그리고 이사장님까지
지호쌤 엄청 좋아해요^^”
“ㄴ…네?”
“이한이가 저렇게 보여도 강만준의원님 아들이라 학교에서
애먹고 있던 아이인데 지호쌤이 잘 잡아줘서 학교도 잘나오고
사고도 안쳐서 이사장님이 엄청 좋아하셔요!”
“아…”


‘강이한 효과인가 직장 생겼네! 헤헤’


턱을 괴고 컴퓨터를 보며 웃음을 짓는 지호의 모습을
창밖으로 보며 좋아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한


“아주 티를 내라 미친놈아 빨리 와 다음시간 수학이야”


선우의 산통으로 지호의 미소를 계속해서 볼 순 없었지만
빨리 토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선생과 제자가 아니라
애인으로 있는 시간이 얼른 왔으면.



0
이번 화 신고 2016-06-03 10:15 | 조회 : 3,416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그러게 토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