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4. 유이시아와 인제니드의 첫 만남

결국, 기절한 인제니드 탓으로 중단되었던 사절단의 티타임은 유이시아가 그를 들쳐 매고 별관으로 와 의자에 던져놓는 것으로 다시 시작될……

콰앙!!

“유이시아 황녀!! 이게 무슨 짓이오!! 얌전히 황녀의 방에서 있지 않고 무얼 하는 게요!!!”

……뻔 했다.

어느새 다시 별관으로 들어오던 황태자 유이시스가 기절한 인제니드 옆에 앉아있는 유이시아를 발견하고 그들을 향해 달려오며 그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유이시아는 얼굴을 찌뿌리고 그들이 대결하는 도중 나온 것처럼 보이는 식어버릴 대로 식은 차를 들이붓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참신하게 대답했다.

“아오, 귀청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공부만 하다가 노망났어?”

“황녀!!!”

그녀의 짜증 섞인 말에 유이시스의 얼굴은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대화만 들어도 견적이 나오는 둘의 사이를 살아온 세월로 간파한 체바스는 결국 남매 싸움을 그가 중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둘을 진정시켰다.

“진정하십시오. 우선 인제니드 황태자님부터 치료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아직도 표면적으로 기절해있는 인제니드를 미끼로.

그의 나긋나긋한 말에 유이시아는 찌푸린 얼굴로 유이시스를 보다 말고 체바스와 옆에서 기절한 인제니드를 한번 쳐다보고는 무심한 투로 대꾸했다.

“걔, 좀 있으면 깨어나. 치료 안 해도 돼.”

“……네?”

체바스는 그녀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까 전에 열심히 잘라놓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치료 안 해도 된다니?

“……아으으윽.”

그의 의문은 불과 3초도 되지 않아 인제니드가 깨어나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믿기지 않게도, 인제니드의 모든 찰과상을 비롯한 상처들은 말끔히 아문 채 치료가 완료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인제니드와 체바스가 동시에 놀라하며 유이시아에게 해명의 눈빛을 보내자 그녀는 ‘에이씨, 귀찮은데.’라고 중얼거리며 유이시스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변한 말투로 답했다.

“내 기술은 대부분이 마력을 바탕으로 하는 검술이기 때문에, 마력을 담은 검기를 날리면 마력 때문에 공격을 당하는 대상 주위에 마력장이 형성 되어 어느 정도 상처를 덜 받게 돼. 로이드 제국 황태자인 너 정도라면 자신의 마력으로 몸을 방어하면서 나와 싸웠을 거고. 그리고, 네가 기절했던 것은 내 검술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가 손잡이를 내려친 것을 맞아서 그런 거잖아.”

“아…….”

확실히, 30년간 황궁 호위무사 생활을 해 오면서 유이시아가 쓰던 것과 같은 검술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는 로이드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을 건너며 여러 대륙에서 무수히 많은 검사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고, 겨루기를 해 보며 검술의 여러 종류를 배우고 익혔다.

하지만, 그녀가 쓰던 검술은 마치 이곳에 있어야 하는 검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인제니드가 보았던 것처럼, 그도 똑똑히 보았다.

유이시아의 눈동자가, 금색으로 변하며 한순간 이질적으로 보였다는 것을.

“…뭐야. 나 기절한 거 아니었어?”

“……황태자님이 기절하셨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며칠을 앓아누워야 할 만큼 혹독한 상처도 아니었지요.”

어느새 존대로 바뀐 유이시아의 단호한 대답에 인제니드는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펄쩍뛰다시피 말했다.

“에엑?! 그럴 리가 없잖아!! 피가 쏟아져 내렸는데!!”

“피가 쏟아져 내렸다니, 과장이 심하십니다, 황태자 전하. 제 검술은 누구보다도 제가 더 잘 알지요. 황태자님이 제게 당한 기술은 저의 무수히 많은 기술 중 단?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녀가 호호 웃으며 마지막에는 살벌한 하트까지 날리며 ‘아까 그 기술 한 번 더 맞고 싶지 않다면 닥치고 가만히 앉아있어라’의 신호를 보내자 인제니드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오뉴월에 서리를 내리게 하는 여자의 한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인제니드까지 조용해지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유이시아는 식어빠진 찻잔을 들며 모두에게 건넸다.

“흐음, 이제 즐거운 티타임을 가져 보도록 할까요?”

“…….”

전혀 즐거워 질 수 없는 상황을 강제로라도 즐겁게 만들 것 같은 기세에 인제니드는 그녀가 건네는 찻잔을 받아 고이 손으로 받쳐 들었다.

체바스 역시 인제니드와 비슷하게 ‘역시나 여자는 무서워’라고 생각하며 받지 않으면 죽여 버릴 것 같은 유이시아가 건네는 찻잔을 받아들고 조용히 홀짝였다.

한편, 유이시스는 대충 견적이 나오는 상황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고 마찬가지로 차를 들이키고 있는 유이시아를 뚫을 듯이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아까부터 고스란히 받고 있던 당사자 유이시아가 그런 그를 가소롭다는 듯이 생각하며 흘끗 쳐다본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이시스, 할 말이 있으면 내게 직접 말하렴. 나는 널 죽이지 못한단다. 아, 정확히 말해서는 죽이지 않는 것이지만.”

“…! 황녀!! 황자에게 어찌 그런 상스러운 말을……!!”

“야. 내가 말이야, 여기 와서 느낀 점이 있는데.”

황태자 유이시스의 말을 뚝 자른 인제니드가 곰곰이 생각하며 자신이 깨달은 바를 말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참 재미없게 사는 것 같아. 황태자가 황녀를 너무 싫어한다는 것도 말이야.”

“……?!”

“너 말이다. 루브스카 제국 황태자, 유이시스 이샤 르데 루브스카.”

“황태자!! 그게 무슨 무례……!!”

유이시스가 갑작스러운 인제니드의 말에 화를 내며 소리치려고 하자, 갑작스러운 발언에 체바스는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라 그냥 가만히 차를 들이켰고, 그 옆에서 둘의 대립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유이시아는 둘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리고 싸움 중단을 선언했다.

“자, 황태자 여러분. 싸움을 금지합니다.”

“……그래, 네가 정 그렇게 말한다면.”

유이시아의 만류에 인제니드는 붉은 눈을 말똥히 뜨고는 픽 웃으며 두 손을 들어 보였다.

“황녀!! 황녀가 무슨 주제로 감히…!!”

“닥치라고 했지.”

또다시 자신을 모욕하는 듯한 유이시스의 발언에 결국 꼭지가 돌아버린 유이시아는 눈을 치켜뜨고 그를 살기가 불타는 눈으로 응시했다.

“하여간 네놈은 어릴 때부터 나를 깎아내리기 바빴지. 그게 그리도 좋았을까.”

“황녀!! 어디서 그런 망언을…!!!”

“왜,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니?”

상황은 가만히 뒤로 물러서서 단순한 남매 싸움만은 아닌 것 같은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인제니드가 듣다못해 결국 쌍둥이처럼 닮아있는 그 둘을 그가 손수 떼어놓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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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8-08 13:30 | 조회 : 1,408 목록
작가의 말
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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