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3. 유이시아와 인제니드의 첫 만남

한편, 사라진 자신의 누이이자 제국의 1황녀이기도 하고, 2번째 황위계승자이기도 한 유이시아를 찾아보던 황태자 유이시스는 그녀를 찾기 위해 황궁의 유명한 수색대를 돌려 곳곳을 둘러보았지만 자취를 감추고 행방을 알 수 없는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짜증나는 황녀는 또 어딜 간 거야.”

평소 아버지인 아델리스 황제에게 대하던 사랑스러운 황태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경멸스럽게 자신의 누이를 부르는 유이시스의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전하!!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쯧, 되었다. 그만해라.”

이제는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로이드 제국 황태자인 인제니드나 대접하자는 심보로 자리에서 일어난 유이시스는 별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음?”

하지만, 별관으로 다다랐을 때 보인 풍경은 사람이라곤 눈을 씻어 봐도 찾을 수 없는, 텅 빈 공간뿐이었다.

“…어디 갔어?”

“!! 화…황태자 전하께서……!”

시종이 놀란 듯 소리치자 유이시스는 짜증난다는 얼굴로 시종을 향해 소리쳤다.

“젠장, 로이드 제국의 황태자부터 찾아라!!”

이래저래 풀리는 일 없이 꼬일 대로 꼬이는 상황을 맞이한 유이시스였다.



* * *



한편, 유이시스의 복장을 뒤집어엎은 장본인인 유이시아는 인제니드를 이끌고 생글생글 웃으며 기사들이 사용하는, 하지만 그 마저도 작은 수련장으로 도착했다.

“야아~ 여기 되게 오랜만이네.”

유이시아가 코딱지만 한 수련장마저도 오랜만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인제니드는 속으로 혀를 찼다.

“유, 유이시아 황녀니……으브븝?!”

그녀가 한눈에 봐도 튀는 진분홍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등장하자 그녀를 알아보고 소리를 지르는 기사들의 입을 틀어막은 유이시아는 살기 어린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어이, 난 오늘 여기 온 게 아니야. 알겠지?”

“으브…네, 넵!”

기사의 확답을 듣고 나서야 활짝 웃으며 인제니드에게로 고개를 돌린 유이시아는 자신을 향해 푸하하하 웃고 있는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뭐. 왜.”

“푸…푸흡…, 아니, 과연 나에게 결투를 신청한 자 답게 성격도 대단한 것 같아서 말이야.”

그 말에 유이시아는 살짝 기분이 나빠지는 듯 했지만 별 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넘겨버리고 말았다.

“좋아. 여기 서면 돼.”

“……흐음.”

유이시아가 발걸음을 멈추고 인제니드에게 돌아서서 멈출 것을 말했다. 인제니드는 바닥의 성능을 보기 위해 검으로 수련장 바닥을 톡톡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며 자신 또한 발걸음을 멈추었다.

한편, 그와 그녀를 따라 같이 수련장으로 향한 체바스는 이 상황히 그저 귀엽게 느껴지기만 했다. 체바스의 눈에는 둘 다 꼬꼬마 어린 아이들이었다. 사실 인제니드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가까운 황태자였고, 유이시아 또한 자신이 만들어낸 검술로 인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검술 실력의 소유자였지만, 그는 이 사실을 몰랐으니 그저 결투를 신청한 유이시아가 죽지 않고 살아있기만을 빌었다.

“유이시스가 언제 나를 발견할지 모르니, 빨리 끝내는 것이 낫겠지.”

“……그 말은, 내가 먼저 공격하라는 건가.”

유이시아의 중얼거림을 용케 들은 인제니드가 평소에 보이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버리고 진지하게 검을 뽑아들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직시했다.

“뭐, 그럼 좋고. 맘대로 해.”

인제니드의 말에 유이시아는 언제든지 덤벼도 된다는 식으로 싱긋 웃으며 검을 뽑아들었다. 그 당당한 모습에 인제니드 또한 씩 웃으며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굉장히, 많이, 저돌적이네.”

“칭찬이군.”

채앵-!!

날카로운 검의 마찰음이 수련장 내부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 모습에 체바스가 ‘아아, 황태자님……! 제발 타국에서는 자제 좀……!’이라고 차마 직접 하지 못 할 말을 가슴속으로 내뱉고 눈물을 흘렸다.

검의 마찰된 힘으로 동시에 서로에게서 떨어진 그들은 각자 다른 생각 속에서 검을 올려 들었다.

“공기를 타고 흐르는 검의 노래.”

인제니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이 자신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그의 손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자신에게로 휘몰아치듯 무섭게 달려드는 쌍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유이시아는 한숨을 내쉬고 자세를 바꿔 검을 반대로 잡았다.

“위험한데.”

“…?”

그를 향해 검을 일직선으로 뻗은 그녀의 모습은 위험하다 못해 위협적인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고마워. 마침 마물을 상대할 때 쓰려고 새롭게 만든 술식이 있는데, 시험해 볼 수 있겠다.”

“…?!”

“마 검술 1호.”
[괴혈]

피익-! 픽-!

‘…이건, 뭐……?’

검에 스치지도 않은 인제니드의 살이 베어지며 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난생 처음 보는 검술 형태에 당황스러웠다.

로이드 제국의 검술은 어떤 마력이나 마법을 겸하지 않은, 순수 검 그 자체로만 상대하는 검법.

가뜩이나 제국 내 모든 기사들이 오로지 검만을 가지고 대련하는데다가, 특히 그는 제국의 하나뿐인 황태자였기 때문에 황궁에 다른 제국의 검사를 불러 겨루기를 하지 않는 이상 황궁 밖으로 나가서 다양한 검술을 접해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여자가……아니었나?’

그가 아는 바로는, 모든 제국의 여자들, 그러니까 황족의 피를 타고 마력이 흐르는 아이라 제국의 황녀들을 제외하고는 대륙의 여자들은 마력을 담는 ‘그릇’이 아니었다.

그 역량이 부족하기도 한 것이지만, 또한 마력이 들어서기에는 몸이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당황한 인제니드가 그녀를 잠시 남자로 착각하는 길에 빠질 때, 유이시아는 유이시아 대로 당황스러웠다.

기술 한번 썼다고 벌써 검을 못 잡을 정도까지 베여버린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유이시아는 다시금 자신의 기술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었다.

‘마물한테 쓸 때는 몰랐는데…’

내가 만든 기술, 되게 잔인한 거였구나.

쓸데없는 것을 깨닫게 된 그녀는 감격하며 앞으로 더 열심히 마물을 때려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도취되어 행복해하였다.

“……결투 중에 한눈을 팔면 안 되지.”

“……아.”

한눈판 게 아니라, 그냥 내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던 건데.

그는 나에게 싱긋 웃으며 이 결투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마냥 여유롭게 나의 뒤로 왔다.

“조심해. 다칠 수도 있어.”

“……다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네가 될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부루퉁한 생각을 하며 어느새 자신의 뒤로 와 검을 휘두르는 인제니드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고 검만 휘두른 유이시아는 자신의 눈 빛깔이 바뀐 것도 모른 채 그를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인제니드가 눈을 크게 뜨며 피가 흘러내리는 옆구리를 한쪽 손으로 움켜쥐고 다른 한쪽 팔을 들어 그녀를 가리켰다.

“!!! 너……!”

“뭐.”

퍼억-!!
순식간에 그의 등을 후려치고 쓰러지는 그를 받아든 그녀는 깔끔하게 기절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과 인제니드가 열렬하게 싸우고 있던 모습을 지켜보던 체바스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리곤 생긋 웃으며 그녀와 그가 싸우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황태자 인제니드의 호위무사인 체바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머, 얘 기절 했나 봐요. 어떡하죠?”

“…….”

이날 체바스는, 자신이 모시는 주군(황태자)이나, 자신 앞에서 되지도 않는 연기를 하는 타국의 황녀나 똑같은 부류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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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8-08 13:29 | 조회 : 1,710 목록
작가의 말
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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