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2. 유이시아와 인제니드의 첫 만남

“흣차.”

그 시각, 유이시아는 끙끙대며 자신의 방에 있는 단 하나뿐인 크리스탈 창문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원래는 깰 생각이었지만, 이것을 깼다가는 그 뒤로 몰려올 후폭풍이 염려되어 차마 깨지는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차 선택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들어올리기였다.

“흐읍…! 와! 됐다!!”

마지막으로 기합을 주고 힘껏 들어 올리자 조금씩 틈이 생기더니 이내 그녀가 나갈 수 있을 만큼의 틈이 만들어졌다.

유이시아는 기뻐하며 틈새 사이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을 집어넣었다.

나가는 틈새 사이로 펼쳐진 정원은 자유를 상징하기라도 하는 듯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힘차게 정원으로 뛰어내린 유이시아는 차고 있던 검을 만지작거리며 어디로 갈 것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때, 근처에서 유이시아에게는 사형선고와 마찬가지인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는 가까이 있던 수풀 사이로 본능적으로 뛰어들었다.

“황태자 전하께서 납십니다!!”

‘……!’

뭐지? 유이시스가 온 건가? 큰일 났다.

진분홍빛 머리카락으로 가린다고 해서 가려질 그녀가 아니었기 때문에 유이시스가 오는 것도 모르고 정원으로 탈출한 본인을 탓하며 자책하고 있을 때, 뜻밖의 말은 방금 전 전보를 알리던 시종의 입에서 나왔다.

“유이시스 황태자 전하, 로이드 제국의 황태자이신 인제니드 황태자 전하가 방금 황궁으로 들어오셨다고 합니다. 맞이하러 가시겠습니까?”

“……가겠네. 그동안 너는 1황녀의 거처를 잘 살펴라. 워낙 철이 없어 도망갈 생각이나 해대니, 혹여나 어디 다쳐서 돌아오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는구나.”

“…황태자님께서는 다정하시군요. 골칫덩어리 황녀님을 이토록이나 생각해 주시다니, 역시 군주의 재목이십니다.”

“……군주의 재목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 어이없는 대화에 그녀는 코웃음을 치고 숨어있던 수풀 사이에서 쥐고 있던 검을 만지작거렸다.

저 시종 입 썰어버릴까.

잔인하다 못해 끔찍한 소리를 저주하듯 하던 유이시아는 이내 자신이 들었던 사실을 곱씹었다.

“로이드 제국 이라면……내가 알기로는 이 제국과 반대 이념을 가진 제국일 텐데.”

루브스카 제국은 문(文)의 나라. 그렇다는 것은……

“무(武)의 나라, 로이드 제국.”

그곳의 황태자가 온다고?

“……검 잘 쓸지 궁금해.”

어느새 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한 번도 자신의 또래와 겨루어보지 못한 유이시아는 어느새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만지작거리다 바로 황궁으로 달려갈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한번 속는 셈치고 가봐?”

그녀는 자신이 빠져나온 것이 바로 황궁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은 채 그대로 검을 차고 황궁으로 달려 나갔다.

*

“어서 오십시오, 황태자 전하. 저는 루브스카 제국 황태자, 유이시스 이샤 르데 루브스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타 제국인 로이드 제국 황태자인 인제니드라고 합니다.”

자신을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 루브스카 제국 황태자에게 딱히 예의를 갖추어 인사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인제니드는 그냥 대충 고개만 까딱하고 이름도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옆에 붙어있던 호위무사 체바스는 ‘아아, 황태자님…!!’하고 속으로 대성통곡을 하였으며, 그 소리를 들은 장본인인 유이시스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가 억지로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차를 대접하겠습니다.”

“감사하군요.”

이미 오면서부터 흥미를 잃을 대로 잃은 인제니드는 심드렁한 말투로 그에 응답했다. 속으로 화가 치밀 듯이 끓어오른 유이시스였지만 이미 소드 마스터 급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는 인제니드를 상대로 뭐라고 말 했다간 어느 곳이 잘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황궁의 차를 마시는 공간인 별관으로 오게 된 인제니드는 보이는 의자에 대충 걸터앉았다.

그때, 유이시스가 보낸 시종이 우당탕 하는 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황, 황태자님!! 1황녀님께서 없어지셨습니다!!”

“-뭐라고!! 황녀가 사라졌어?!”

인제니드가 웬 황녀? 라고 생각할 때, 유이시스의 평온했던 얼굴이 차츰 붉게 물들더니 이내 울그락푸르락 해졌다.

“내가 가 보지! 황태자님은 여기 계십시오!”

그러고선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는 유이시스를 보고 인제니드는 혀를 차며 체바스를 향해 중얼거렸다.

“……체바스. 아무래도 이 제국은 뭔가 인성이 안 좋은 것 같아.”

“…참으십시오. 황태자님이 여기서 날뛰시면 저도 어찌 감당해야할지 모릅니다.”

“……쳇.”

간신히 별관까지 오자마자 다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인제니드가 투덜거리며 부루퉁하게 앉아있었다.

“어? 여기 있었구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

“…! 누구냐!!”

갑작스럽게 들리는 여자의 들뜬 목소리에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방금 전 본 황태자와 동일한 머리칼의 색과 눈동자의 빛을 가진 소녀가 밖에서 창문을 뚫고(?)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싱글싱글 웃는 그녀의 모습은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뭔가 무서워 보이기도 하여, 인제니드는 난생 처음으로 소름이 돋는다는 현상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깨닫게 되었다.

체바스의 호통에 그녀는 하,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 이 제국 황녀.”

이 제국 황녀라 하면……

루브스카 제국에는 3명의 황녀가 있다고 들었다. 그중 1황녀에 대한 내용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고, 2황녀와 3황녀는 그의 나라인 로이드 제국에도 유명한 경국지색인 루브스카 제국의 황후를 닮은 벌꿀 색 머리칼에 에메랄드 눈동자를 지녔다고 했다.

그렇다는 것은……

“방금 황태자가 찾으러 간 1황녀인가.”

“오오, 맞았어.”

대단하다고 외치며 깔깔거리던 그녀는 이내 창문 밖으로 펄쩍 뛰어올라 별관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바로 인제니드를 향해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고는 체바스가 말릴 틈도 없이 정확히 인제니드의 목을 향해 겨누었다.

“그렇다면, 너는 로이드 제국 황태자가 맞나?”

그녀의 살기 어린 말에 로이드 제국 황태자인 인제니드가 아무 말 하지 않고 잠시 동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네 이름은 뭐지?”

그의 물음에 그녀는 인제니드를 향해 치켜 올리고 있었던 검을 내리고 대답했다.

“내 이름은 유이시아. 유이시아 이샤 르데 루브스카. 제국 제 1황녀이자 골칫덩어리 황녀로 유명한, 제국의 2번째 황위계승자.”

“……2번째 황위계승자?”

그녀의 대답에 인제니드는 얼굴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그 행동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 한심하게 말했다.

“루브스카 제국에게서 나타나는 황위계승의 증표는 외모로 나타나지. 그 산 증인이 나와 내 지랄 맞은 동생 놈이고.”

“!! 황녀께서 어찌 그런 상스러운 말을!!”

“…아아.”

체바스는 그녀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나무랐고 인제니드는 그딴 건 상관 안 쓴다는 듯이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묻지. 네 이름은 뭐지?”

그녀의 물음에 그는 감았던 눈을 뜨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유이시아를 똑바르게 바라보며 말했다.

“내 이름은 인제니드. 인제니드 세렌 드라 로이드. 로이드 제국의 단 하나뿐인 황자다.”

“아아……그렇지. 로이드 제국은 한 세대에 황자가 단 한번뿐만 태어나니까. 이거, 곤란한데.”

유이시아는 갑작스레 떠오른 생각에 탄식을 하며 잠시 곤란한 투로 말했다.

그리고, 이내 내렸던 검을 다시 들어 정확히 인제니드의 심장을 향해 뻗었다.

“결투를 신청한다.”

“…?! 네에에에?!?”

그녀의 당당한 말에 체바스는 결국 그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인 경악을 택했다. 정작 그를 경악하게 한 장본인인 그녀는 생긋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결투 신청을 받은 인제니드 또한 이 어이없는 상황을 재밌어하며 웃고 있었다.

“…이 제국에 와서 보고 들은 가장 흥미로운 상황인데.”

“그래서, 대답은?”

유이시아가 그를 재촉하자 인제니드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씨익 웃었다.

“당연히, 받아들여야지.”

이렇게 재미있는 상황을, 놓칠 리가 없는 인제니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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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31 11:19 | 조회 : 1,480 목록
작가의 말
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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