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 8. 라이칼 드 로렌(3)

Chapter 2. 던전 위 피의 그림자

8. 라이칼 드 로렌(3)



……나는 분명히 내 앞에서 펠리아드가 뭐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 그냥 보기만 했다. 정확히 뭐라고 말했는지는, 하나도 기억 안 나지만. 아니, 하나도 안 들렸지만.

이동이 완료된 것을 알리는 밝은 빛을 통해 보이는 던전 안쪽으로 추정되는 곳을 발견한 나는 가볍게 이동진에서 나와 땅에 안착했다.

“……안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몸이 기억하는 건가.”

나는 새삼스럽게 7년 만에 써보는 마법이 아직도 통한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워했다. 내가 쓴 마법은 마법 중에서도 꽤 실력 있는 자들만이 한다는 ‘이동마법’중 {소환}이었다. 마법이어서 마력이 있어야 했는데, 나는 보유마력이 많아서 이정도 데미지는 가뿐했다.

보통 사람들은 검사라고 하면 다 무식하게 검만 휘두르다가 끝나는 줄 아는데, 실상은 정 반대였다.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마법사 수준의 마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검술을 배우며 마력이 없으면 쓰지 못하는 기술들이 대거했으니 일정수준 마력을 갖추지 못한 자는 당연히 낙오자가 되었다.

이상하게도 보통의 마법사들보다 훨씬 월등한 수준의 마력을 보유한 나는 평소에도 마력이 넘쳐 검을 마구 휘둘러도 아무런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걸리는 게 한 가지 있다면……

마력을 쓸 때 눈 색이 바뀐다는 정도?

“이카르델!!”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서 곰곰이 귀를 기울여 봤더니, 다름 아닌 로이드 제국 황태자님의 목소리였다.

“……젠장, 인제니드 군.”

어쩌다 또 쟤가 있는 곳에 떨어졌나, 아니 이런 우연이.

쯧, 하고 갑자기 불쌍해지는 내 인생에 혀를 찬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바람 소리인지 아니면 무엇인가가 스쳐 지나가는 소리인지 모르는 희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리고, 일순간 눈에 비친 검은 머리의 형상.

……뭐지??

바람처럼 빠르게 지나간 ‘그것’은 분명, 불타는 황금색 눈동자로 나를 보다가 스치듯이 사라져 버렸다.

“……어디서 본 적이……”

“이카르델!! 불렀는데도 안 오고, 대체 뭐하자는 거야!!”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 내 뒤로 인제니드가 불쑥 튀어나와 나를 낚아챘다. 갑자기 바뀐 방향에 깜짝 놀랐던 나는 순간적으로 검을 뺄 뻔 했지만 이내 나를 쳐다보는 한 쌍의 붉은 눈동자에 검을 향해 전투적으로 들었던 손에 힘을 빼고 축 늘어뜨렸다.

‘착각……이겠지.’

분명히……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리고……그것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고 느낀 것은.

이런 저런 생각이 복합적으로 섞여 내 머릿속을 뒹굴고 있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인제니드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음…? 잠시만, 인제니드. 지금 어디가는 거야?”

“이카르델, 넌 정말 설명을 하나도 듣지 않았구나. 펠리아드 교수가 4인 1조로 무작위로 순간이동 시켜 던전의 중심부에 있는 하핏(흔한 던전에 사는 어둠의 종족들 중 위험 종족. 은둔의 종족과 외향적 종족으로 나뉜다.)을 포획하는 것이 첫 번째 수업의 목표잖아.”

“아……. 그러냐?”

거참 미안할 일이네. 네 말대로 나 설명 듣기 싫어서 하나도 안 들었거든.

“저기에 우리 조원들 있네. 저 주황색 짧은 머리카락이 이든. 그리고 저쪽은……”

“…라이칼. 라이칼이지?”

흩날리는 회색 머리카락, 그리고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주황빛 눈동자. 저 모습은 틀림없는 라이칼의 모습이었다.

나의 확신에 서린 말에 인제니드는 놀랐다는 투로 의외라는 듯 말했다.

“그걸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어?”

“무슨 소리야, 인제니드. 잘만 보이는데?”

정말, 내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잘 보였다. 마침 회색 머리칼에 주황 눈동자인 라이칼 옆의 녹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애가 궁금하던 참에 인제니드는 궁금하던 사실을 알려준 후 잘만 보이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쟤네들이 보인다고? 이 거리에서, 보일 리가 없…컥!!”

“진짜, 드럽게 시끄럽네. 말할 시간에 좀 뛰어봐. 눈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안보였는데, 거리가 꽤 머네.”

계속 옆에서 믿기지 않는다고 중얼거리는 인제니드의 등을 후려치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멈칫한 인제니드를 넘어 앞으로 달려나간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들어 속도를 높여주는 검술을 시도했다.

[유이시아식 검술 제 7장-]

-키잉-!

“…어?”

능력의 전언을 다 외우기도 전에 능력이 발동되었다. 그것도, 능력의 세기가 두 배는 더 증폭된 상태로.

말도 안되는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람이 깃든 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뒤에서 어느새 나를 따라잡은 인제니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능력이 증폭되지? 나도 시험 삼아 기술 몇 가지를 써보았는데, 다 현저히 높게 증폭되더라.”

“…그러네. 이정도로 바람이 깃들면 한 번에 돌파할 수 있을지도…….”

검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바람에 의해 진동된 크기를 살피고 있을 때,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 검에 의해 느껴졌다. 그에 따라 검에 깃들어있던 바람의 성격이 바뀌자, 원래 깃들어있던 바람과 충돌하여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

…잠깐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

“아, 그리고 말이야. 이상한 게 한 가지 더 있었는데.”

옆에 오던 인제니드 또한 그 기류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 느껴졌는지 갑자기 생각난 듯한 말을 내뱉었다.

“이곳, 산소가 부족해. 숨이 턱턱 막히더라.”

“……뭐라고?”

정확히 ‘산소가 부족하다’라는 대목에서 걸음을 멈춘 후 검을 떨어뜨린 나는 덮쳐오는 불안감이 점점 가빠오는 숨과 직감에 의해 점점 확신으로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갑자기 걸음을 멈춘 나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인제니드를 쳐다보았다.

“이카르델? 왜 그래?”

“설마……!”

쿠웅-!!

그 설마는, 확실히 사람을 잡았다.

사람을 잡는다는 것은, 거대한 굉음을 뚫고 그 뒤에서 위풍당당히 등장하는 하핏 5마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런, 멍청한! 인제니드!! 죽여 버리겠어!!”

“뭐?? 내가 뭘?!?”

나의 폭탄과도 같은 말에 청천벽력을 들은 듯한 인제니드의 표정을 보고 생각했다.
아, 물론 너에게는 잘못이 없고 펠리아드 교수의 잘못이 있는 것이긴 하지만, 로이드 제국 황태자가 던전의 종류도 모를 리가 없잖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로이드 제국 황태자에게 최초로 욕설을 퍼붓는 사람으로 등극하며, 서로 다른 상극에서 극심하게 진동하는 검을 거세게 휘두르며 소리쳤다.

“여기는, 금지된 던전이잖아!!”


*

*

*


한편, 던전의 안쪽, 컴컴하고 축축한 곳에서 이카르델을 데리러 갔던 인제니드와 이카르델을 기다리던 라이칼과 이든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둘을 묵묵히 기다리며 서있었다.

둘 사이에 한참 동안 정적이 흐르자, 결국 그 정적을 참지 못한 이든이 먼저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기, 그, 로이드 제국 황태자님, 한참 지나도 안 오시는데……? 가 봐야 하는 것 아니야?”

“……아니.”

걱정이 조금 서린 이든의 말에 라이칼은 고개를 저으며 주황빛 눈동자를 빛냈다.

“붉은 머리 여자도, 네가 걱정하는 것보다 충분히 강하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다.”

……그걸 얼굴만 보고 어떻게 알아??

라이칼과 이든 둘 다 입학생 겨루기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유이시아의 제대로 된 실력을 알지 못했다. 불행히도, 라이칼처럼 투철한 직감을 소유하지 않은 이든은 울상이 된 눈으로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었다.

그때, 그 모든 근심을 한 번에 날려버릴 거대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진동이 그들을 덮쳤다.

콰아앙-!!

“뭐, 뭐야??”

“……하핏 새끼들이군.”

갑작스럽게 들린 소리에 당황할 대로 당황한 이든과 달리, 얼굴 표정조차 변하지 않은 채 단 한 번의 진동만으로 하핏의 기척을 알아챈 라이칼은 옆에 널브러져 있던 검을 집어 들었다.

“……오지 않았던 이유가, 이것들 때문인가.”

금세 추측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라이칼은 중얼거리며 곧바로 현실을 수긍했다. 그리고 옆에서 겁에 질린 채 떨고 있는 이든을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겁먹지 마라. 저것들은 그다지 강하지 않으니.”

*덧 1 - 늦은 이유 1(앞표지)

**덧 2 - 늦은 이유 2(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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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06 21:40 | 조회 : 1,712 목록
작가의 말
레빛

...조금 늦었습니다..가 아니라 죄송합니다ㅠㅠ 제가 개인소장할 소설(이거) 앞표지랑 뒷표지 그리느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ㅠㅠ 그래서 유료 안했지롱!!ㅋㅋ 내 비축...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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