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입학생 경합 대회(2)

Chapter 1. 유이시아 이샤 르데 루브스카

5. 입학생 경합 대회(2)



검의 나라로 유명한 로이드 제국의 황태자인 나, 인제니드 세렌 드라 로이드는 자신의 아버지가 억지로 다니라고 한 이 학원에 울며 겨자 먹기로 다니게 되어서 기분이 매우 안 좋은 최악의 상태였다.

명색이 소드 마스터인데, 뭐하러 이런 허접떼기들이 다니는 이딴 학원에 와서까지 수련을 해야 하는가?

우중충한 기분으로 검을 설렁설렁 휘두르자 입학 지원자들은 후두둑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경합. 이것만 마치면 이 지루한 경합도 끝난다.

마지막으로 나와 싸우러 올라온 입학 예정자는 여자였다.

분홍색 머리칼과, 푸른색 눈동자가 인상적으로 보이는, 손에는 다소 낡아 보이는 검을 쥐고.

그리고 그 여자는 올라오자마자 나를 향해 검을 겨누더니,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덤벼. 나는, 싸워보지도 않고 상대를 단정 짓는 저딴 허접들 따위 신경 쓰지도 않으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패기였는지, 아니면 나와 같은 마음 때문일지 나는 웃음이 나왔다.

“……큭-.”

그러고 보니,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저 말을 똑같이 한 여자가 한명 더 있었는데.

-멈칫.

잠깐. 그러고 보니……

분홍 머리칼, 푸른색 눈동자, 그리고 저 성깔 있는 태도.

설마……!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녀가 맞는지 떠보기 위해서, 미끼를 놓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너였군.”

“……?”

나의 말에 여자는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어릴 적 만났던 그 어떤 소녀들 중에서도 가장 빛났던, 5년이 지나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추억 속 한 소녀의 이름을 꺼냈다.

“오랜만이다, 유이시아.”

“……!”

그리고, 소녀의 반응은, 나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놀라웠다.


*

*

*



뭐지……? 어째서, 로이드 제국 황태자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는 것이지?

혼란스러움과 당혹스러움이 동시에 내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불안감에 오만가지 생각이 일순간 머릿속을 스쳤다.

루브스카 제국과 로이드 제국의 황제들이 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있었나? 아니, 그보다 내가 그 자리에 참석 한 적이 있기라도 했던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고 마침내 패닉 상태에 빠지기 직전, 뒤를 이어 들려오는 인제니드 황태자의 목소리에 가까스로 가출하려던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

“이런, 내가 기억나지 않는 건가.”

쯧-하는 혀 차는 소리를 내며 그가 나를 향해 성큼 다가왔다.

“우리, 5년 전에 만났었잖아.”

살포시 웃으며 말을 잇는 그가 다가오면 나는 덩달아 뒷걸음치며, 사고가 정지한 뇌를 돌리기 위해 애썼다.

몰라!! 5년 전 일을 내가 어떻게 기억해!! 알게 뭐야!! 다가오지 마!!

“-쳇!”

나는 혀를 차고 기억도 안 나는 5년 전 일의 얘기를 이어가는 대신,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도록 제일 편한 자세로 잡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역시 머리 쓰는 것보다 몸 쓰는 게 낫다더니, 그 말이 딱 이로구나.

생각을 하지 않고 검을 휘두르니 온갖 걱정거리가 사라지기라도 하는 듯이 머릿속이 개운해졌다.

[유이시아 식 검술 제 1장, 대기(大氣)]

공기를 가른 검 끝을 따라 상승기류가 형성 되어, 세찬 바람이 일었다.

그 속의 태풍의 눈인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황태자의 모습이 보였다.

“……!!”

그는, 마치 처음이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나의 기술을 받아냈다. 그리고, 그 또한 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치이이익-하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불꽃이 이는 소리가 귀를 스쳐왔다.

“……이건!!”

이 검술, 어디서 본 적이……

‘너, 굉장히 신기한 검술을 하는구나.’

‘너도 비슷한데. 네가 만든 검술이니?’

‘너랑 나, 왠지 잘 맞는 것 같은데,’

‘우리, 친구 할래?’

윙, 윙, 윙, 갑자기 스치는 기억들이 귓가와 머릿속을 스치며 혼란스럽게 했다. 분명, 분명히, 만난 적이……!!

“이런, 한눈팔면 다칠 수도 있을 텐데.”

‘한눈팔지 마. 집중해. 아니면 다칠 수도 있어.’

머릿속에서 어렸을 적의 기억이 파도처럼 세차게 휘몰아쳤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채앵-!

날카롭게 심장을 향해 울려 퍼지는 금속들의 마찰음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이 느낌. 기억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또래와 검을 부딪쳐 본 그 날. 그 느낌이었어.

‘너, 정말 나의 검과 상극이구나. 각도가 아예 틀려.’

‘그런 것 같네. 하지만, 네 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너, 이름이 뭐야?’

‘나? 내 이름은……’

“……제드?”

멈칫-.

속검으로 날아오던 그의 칼날이 일순간 나의 눈앞에서 멈추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싱긋 웃으며 마찬가지로 검을 세게 휘둘렀다. 그가 당황하기도 하며 하지만 다소 들떠 보이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너였구나. 오랜만이야, 제드.”

“……나를, 기억하는구나.”

드디어 기억해낸 나의 어릴 적 유일한 친구, 아니 친구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이름을 작게 속삭였다.

“당연하지. 기억하지 못해도, 잊을 수는 없어.”

14살, 소드 마스터가 되기 1년 전, 단 한번 만나 단 한번 겨루어본 솜씨.

지금은, 소드 마스터로서 다시 만난, 내 친구이자 적.

“내 이름을 기억해 주다니, 좀 감동적인데.”

그가 얼떨떨한 모습으로 중얼거리자 나는 내 푸른 눈동자에 불을 붙이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봐, 정신 차려. 지금은 대련 중이라고. 그러다 몇 군데 썰릴 수도 있다.”

“……확실히, 입이 험한 것은 여전하군.”

그가 내 공격을 가볍게 받아내며 나의 말에 웃으며 대꾸했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이라도 하는 듯 나를 향해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 오기 시작했다.

역시나 내가 공격을 해도 쉽게 통하지 않는 상대다. 그렇다면…….

이 검식을 한번 써볼까?

[유이시아 식 검술 제 6장, 반사(反射)]

타악-!!

콰아앙-!!

그 마지막 일격에, 대련장을 감싸던 보호막이 깨졌다.

헐, 보호막이 저래 약해서야 사람이 안 다칠 일이 있겠어?

내가 쯧쯧 혀를 차며 그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일격이었던 나의 검술에 맞고 튕긴 제드를 쳐다보았다. 꽤나 아팠는지 옆구리를 감싸고 큭큭 거리고 있었다.

“역시……, 넌 여전히 말 뿐만 아니라 검술도 대단해.”

“욕인지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칭찬이었기를 바란다.”

내가 그의 피가 약간 묻어있는 검을 들어 올리며 살인미소를 짓자, 여부가 있겠습니까, 라고 대답한 그가 이내 내가 웃고 있었던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 웅성거리는 재학생들 사이에서, 경합이 완료되었다는 진행자의 경쾌한 소리가 대련장 내에 울려 퍼졌다.

“입학 대상자 최종 승자는, 이카르델!!”

아, 드디어, 시작이구나.

나는, 믿을 수 없다는 재학생들의 웅성거림과, 나의 검술에 놀라 보이는 사람들의 소곤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씨익 웃으며 내가 그토록 염원하던 길이 시작되는 곳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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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06 19:29 | 조회 : 1,557 목록
작가의 말
레빛

미리보기는 아마 월요일에 풀릴걸요. 제가 기억을 한다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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