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입학생 경합 대회(1)

Chapter 1. 유이시아 이샤 르데 루브스카

4. 입학생 경합 대회(1)



제국에 대한 인연을 모조리 끊은 후, 나는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조국인 루브스카 제국에 대한 ‘황녀’라는 지위까지 버린 지금,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소드 마스터라는 대단한 이름과, 8년 동안 나의 친구가 되어 준 소중한 검, 그리고 제국 제 1황녀의 신분을 상징하는, 어머니께서 직접 손에 끼워주신 제국에 대한 마지막 연결고리뿐 이었다.

우선 나는 루브스카 제국의 황금이라고 불리는 루비가 박힌 반지를 빼내어 얇은 은 목걸이에 끼운 다음, 바지 주머니에 잘 숨겼다.

어쨌든 티아라 와는 달리, 반지만큼은 나에게 소중한 물건이니까.

그리고 나서, 2개 남은 온전한 ‘나’를 상징하는 것들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생각해, 유이시아 이샤 르데 루브스카. 네가 이 이름을 버리고 ‘이카르델’로서 살아가고, 그리고 네가 황녀 시절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이 어디지?”

스스로에게 되뇌고, 또 나의 심장에게 물었다.

내가, ‘유이시아’이자 ‘이카르델’이 처음으로 선택하는, 온전한 나만의 길.

나는…….

“……피에라.”

루브스카 제국 뿐 만 아니라, 대륙에 있는 6개의 제국의 합의에 공동으로 설립된, 대륙을 통틀어 최대 규모의 특기자 종합 학원, 피에라.

“나는, 나는……. 피에라에 갈 거야.”

내가 염원하던, 단하나의 길.

검사가 되어,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나는 학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여기가……. 학원이 맞나?”

무려 7일 동안 숙박도 하고 외박도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한달음에 제국에 제국을 건너 온 학원 ‘피에라’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

사람이 없어! 없어도 너무 없어!!

“진짜……학원 맞아?”

허탈함과 의구심이 교차하여 나의 뇌 속으로 들어가 입력되기 직전, 학원 입구를 빙빙 돌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향해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선사하던 두 학원 학생인 듯한 사람이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생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어……, 저기, 학원 다니러 오셨어요?”

“에……. 그런 것 같은데…….”

진정 이곳이 내가 꿈에도 그리던 학원이 맞는 것인가, 라고 진정으로 의심을 해보기 시작할 때, 두 학생은 친절하게도 이곳이 학원이라는 곳이 맞다고 확답을 해 주었다.

“신입생 입학관은 저쪽이에요. 마침 입학기간이어서, 재학생들이 그쪽으로 다 구경 가느라고 본관에는 별로 없어요.”

또, 친절하게, 내가 하던 의심의 싹을 단칼에 잘라주는 시원한 대답도 해 주었다.

아, 여기, 내가 그리던 학원이 맞나봐.

새삼 감격을 한 나는 다시 솟아오르는 흥분을 조금씩 가라앉히고 호기심과 궁금증에 친절히 대답해준 학생에게 질문을 했다.

“구경까지 가는 것을 보니, 입학생들 오는 것이 대단한 것인가요?”

그 질문에 재학생 두 명은 둘 다 웃음을 터뜨리고는 당연하다는 것을 물어본다는 투로 나의 물음에 응했다.

“당연하죠.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 인걸요.”

그 대답에 더더욱 호기심이 일은 나는 어느새 눈을 반짝이며 그의 말에 경청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원반마다 신입생들의 반을 나누는 토너먼트 경합이 있거든요.”

“우, 우와!! 그거 재미있겠네요!!”

확실히, 숲속에서 짱 박혀 허구한 날 마물이나 때려잡던 나로서는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눈다는 것에 대해 이상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혼자만의 상상에 갇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를 깨워준 것은 두 재학생 중 좀 더 키가 큰 남자였다.

“저기……. 넌 입학생이라며. 너도 거기 가야하는 거, 아니야?”

“아!! 그러네!!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바람과 같이 달려 그들 앞에서 사라진 나는 아까 그들이 말했던 별관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해서 달렸다.

허둥지둥 간 별관 안에서는 벌써 경합이 시작되고 있었다.

서둘러 입학 접수를 끝낸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나의 차례가 될 때까지 잠깐 쉬기로 마음먹고 제일 가까운 바닥에 철푸덕 쓰러졌다.

“하아……. 아직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운이 좋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련장을 바라본 나의 눈은 저절로 찌뿌려졌다.

입학생으로 보이는 두 소년이, 서로를 향해 어설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뭐야. 저걸 지금 검술이라고 하는 거냐? 그런 거야?

그 다음 든 생각은, 설마 내 상대도 저딴 허접들은 아니겠지?

나의 예상대로, ‘저딴 허접들’을 상대로 설렁설렁 검을 몇 번 휘두르자 상대들은 후두둑 떨어져 나가고 어느새 경합은 정점에 다다랐다.

왠지 지루해 지는 느낌과 학원에 잘못 왔다는 생각이 교차되며 크나큰 후회를 하고 있을 때, 나의 이름을 호명하는 소리와 함께 우렁찬 감격에 가까운 함성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마지막 순서, 이카르델과 인제니드 세렌 드라 로이드 황태자 전하, 나오십시오!!”

아아, 나를 향한 소리가 아니라 로이드 제국 황태자 인 것 같은 황태자를 향한 함성이었구나.

난 또, 알려지지도 않은 루브스카 제국 제 1황녀 유이시아의 신분 때문에 함성이라도 지르는 줄 알았네. 큭.

내가 이런 저런 망상을 하고 있을 때, 재학생들은 꽤나 유명한 것 같아 보이는 로이드 제국 황태자를 찬양하느라 바빴다.

“와아아아!! 황태자님이시다!! 대륙에 20명도 없다는, 위대한 소드 마스터!!”

음……, 저기요……. 나도 소드 마스턴데…….

“보나마나, 저 촌스러운 분홍색 머리카락 여자애가 떨어지겠네!! 쯧쯧, 아무리 강해봤자, 소드 마스터보다 강할 리가 없지.”

나는 ‘촌스러운 분홍색 머리카락 여자애’라는 소리를 듣고 울컥했고,

“몇 군데 잘리면 잘한 것일걸. 어차피, 이번 경합은 이미 승자가 정해져 있었어. 기대도 안했지.”

‘이미 승자가 정해져 있었다’라는 말을 듣고 분노가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나랑 싸워보지도 않고, 이미 승리는 저 황태자의 것이라고?

싸우기도 전에 전투력이 상승한 나는 황태잔지 뭔지 다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며 대련장에 올랐다.

모두들 황태자가 이길 것이라는 편견 속에 올라간 대련장에는 적당한 길이의 흑발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타 제국의 황태자가 서 있었다.

빨간 눈동자가 재학생들을 바라보다가, 일순간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 순간, 나는 순간 든 위화감에 감탄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다.

“……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아, 아니지, 아니야. 내가 타국 황태자랑 만났을 일이 뭐가 있다고. 수련 한다고 만날 숲에 처박혀 있었는데.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나는 처음으로 한 ‘사람’을 상대로 싸운다는 생각에, 진지해 질 때마다 불타오르는 나의 푸른 눈동자로 그의 붉은 눈을 응시했다.

나의 소중한 검을 꺼내든 나는, 나를 향해 두 눈을 물끄러미 향하고 있는 상대를 향해 말했다.

“덤벼. 나는, 싸워보지도 않고 상대를 단정 짓는 저딴 허접들 따위 신경 쓰지도 않으니까.”

“…….”

나름 진지하게 덤비라고 결투 신청을 했는데, 보기 좋게 까인 것일까, 상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그냥 아무 말이 없다가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 후 어깨를 조금 들썩였다.

……뭐지? 저거, 웃는 건가?

황태자가 아니라 그냥 미친 사람인건가, 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품어보고 있을 때, 황태자는 나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마치 나를 알고 있다는 듯한 말을 내뱉었다.

“……큭-.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너였군.”

“……?”

대체 저게 무슨 소리지, 하고 있을 때, 그의 입에서, 나의 원래 이름이 나왔다.

“오랜만이다, 유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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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06 01:23 | 조회 : 1,682 목록
작가의 말
레빛

남주인듯 남주아닌 남주같은 너님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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