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아... 머리야."

일어나자마자 몰려오는 두통에 머리가 울린다. 어제 내가 얼마나 마셨더라. 분명히 친구들끼리 3차까지 간건 기억나는데, 그 후로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방의 벽과 구조를 봐서는 내가 있는곳은 모텔인듯 싶었다.

"침대가 왜 이렇게 축축... 어?"

손끝에 느껴지는 축축함과 끈적함에,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 아니겠지, 설마 그럴리가. 불안함을 애써 무시하며 침대 시트를 보니, 역시나. 내 짐작이 맞았군. 침대 시트는 정액과 약간의 피(?)로 축축했고, 여기저기에는 다 쓴 콘돔도 널부러져 있었다.

"내가 대체 무슨짓을 한거야.."

지끈거리는 머리를 쓸어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배에 작은 통증이 일어 내려다보니 멍이 들어있었다. 정말로 뭔 짓을 했길래 멍까지 들었나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발에 뭐가 밟혀서 보니, 청테이프였다. 그러고보니 침대 위에도 테이프 조각이 몇개 있었지. 대체 난 무슨 플레이를 한걸까 고민하며 화장실로 걸어갔다.

"...어?!"

무심결에 올려다본 화장실 거울은
개새끼, 죽어, 미친놈 등등 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꼭 영화같은데, 다른점은 립스틱이 아니라 마커로 썼다는 점이려나. 하긴, 나같아도 이런 양의 욕을 쓰기엔 립스틱이 아깝다.

혹시 내가 어제 했던 짓의 단서가 있을까 하며 방 곳곳을 살펴봤지만 파란색의 귀걸이 말고는 아무 단서도 없었다. 그냥 씻으려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까부터 입이 비릿해 일회용 싸구려 칫솔에 치약을 짜고는 입으로 가져가며 거울을 보며 본 건, 입가에 묻은 피였다. 설마 키스마크를 남기는 대신 아예 물어 뜯은건가.

"내가 진짜 개새끼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시간이 널널했기에 나는 모텔(?) 욕실에서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가 아니라. 아무튼 정성들여 씻고는 바닥에 널부러진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아오 씨..."

숙취에 찡하게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핸드폰을 키기가 무섭게 메세지며 카톡이며 알림을 울리기가 바빴다. 대체 제가 무슨짓을 한건가요.

삐리링

"으악, 깜짝이야!"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폰을 떨구려다 잡았다. 아직 할부의 노예인데, 이렇게 내 사과를 잃을수야 없지. 재빨리 전화를 받으니 친구새끼의 기차화통 삶아먹은 호통이 들려왔다. 오 이런, 청각을 잃었군.

"야! 너 어제 대체 어디 간거야!"
"...모텔? 기억은 안나, 필름 끊겼어."

거짓말은 나쁘지, 그럼. 근데 이 불길한 기분은 뭘까. 나지막히 들리는 한숨소리에 침을 꿀꺽 삼켰다. 뭐야, 뭔데.

"넌 진짜 쓰레기다."

술 좋아하던 대학생인 내가 졸지에 쓰레기가 되었구나. 이런 기쁜 일이. 대체 내가 누구랑 잤길래 쓰레기란 소리를 듣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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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17 10:09 | 조회 : 1,379 목록
작가의 말
오징어는 오징오징

개인적으로 Troye Sivan 노래 듣는거 추천드려요. 특히 뮤직비디오가.. Blue Neighbourhood 시리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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