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호위무사 경연대회(4)

대체 무슨 속셈인걸까.

륜은 자신에게 황당하기까지 한 내기를 걸어온 호기로운 사내를 보며 차가운 칼 촉을 두드렸다.

사내 치고는 여리여리한 몸매, 작은 체구, 동글동글한 머리.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홀릴 듯한, 붉은 입술.

‘허어.’

신성한 대련, 그것도 상대방이 걸어온 내기에 집중하지는 못할망정, 잡생각을 하느라 집중력이 흐트러지다니.

그것도, 대륙의 황제인 내가!

그는 이런 진지한 상황 속에서 헛생각만 들이키는 자신의 머리를 한탄하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한편, 허리춤 속 칼을 꺼내들며 대련의 준비를 하고 있던 연은 륜의 괴상행동을 보고 인상을 찌뿌렸다.

‘왜 저래?’

공격 준비를 하다 말고 미쳐버린 걸까. 갑작스레 이상행동을 취하는 황제를 보고 연은 칼을 튕기던 손을 멈추고 검을 든 손을 들어 그를 향해 겨누며 말했다.

“황제. 대륙을 주름잡는 실력자가, 적을 앞에 두고 한눈을 팔면 안 되지.”

“……!”

연의 빈정거린 말투에 조금이라도 화가 났던 것일까, 륜은 그녀가 생각했던 멍청한(?) 표정을 거두고 그녀를 푸르게 번뜩이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우스운 소리를 하는군.”

“아아, 자극할 소리는 아니었는데, 그랬나 보네.”

연이 호사하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검을 겨눈 채로 달려오는 그에게 마지막 순간에 웃음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면 말이야.”

카가각――!!

칼날과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는 막 점화된 불꽃처럼 타오르는 그 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은 당연했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완력으로는 륜이 월등히 우세했지만, 연에게는 800년의 시간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만한 힘이 있었다.

“우, 우와아아아아――!! 황제 폐하시다!! 황제 폐하가 나오셨어!!”

“화, 황제폐하……?!”

한편 그와 그녀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군중들은 이내 푸른 머리칼을 휘날리며 검을 겨누는 자가 제국의 황제라는 것을 깨닫고는 륜을 향해 환호하기 시작했다.

“만세―!! 황제폐하시다!!”

“만세, 만세!!”

연은 그 만세소리가 짜증이 난다는 듯 혀를 쯧, 하고 차고는 륜의 검과 맞닿아 있는 상태에서 검을 쥐는 자세를 바꾸었다.

일단 그를 방심하게 할 생각으로 뒤로 밀려났다만, 그 다음에는 그가 어떤 행동을 취하냐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연은 조용히 눈을 감고 모든 소리에 집중했다.

바람이 흩날리는 소리, 군중들이 환호하는 함성소리, 현란하게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

그중에, 그녀가 찾는 소리는,

-똑.

“……찾았다.”

―촤아악!

간발의 차이로 자신에게로 회오리치는 물의 공격을 다소 큰 도약으로 벗어난 연은 가볍게 착지한 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젠, 내 차례인가?”

“……!?!”

연은 륜에게로 검을 크게 한번 휘둘렀다.

[설 연식 검술 2식, 공명(共鳴)]

지이잉­

“……!!”

연의 검기에 륜의 검이 크게 울렸다.

‘진동……?’

하지만 두 검이 맞닿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꽤나, 버티기 힘들걸. 이제 슬슬 한계일 텐데.”

“…….”

“그것을 버텨낸다면……, 인정해 줄게.”

쩡-!

그 말이 끝나자마자 웅웅거리며 진동하던 그의 검이 가장 심하게 진동하던 한 부분을 중심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

“……검 없이, 싸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증명해봐.”

“…….”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부서져 가는 검을 지켜보던 륜은 이내 마음을 바꾸기라도 한 듯 자신의 검을 버렸다.

“……좋아. 네 뜻대로, 어디 검 없이 싸워 보기로 하지.”

“흐음, 황제, 도발에 잘 넘어 오는 성격이구나. 마음에 들어.”

륜의 말에 연이 키득거리며 만족의 표시를 드러냈다. 륜은 그런 그녀의 쪽으로 순식간에 달려나가 맨 주먹을 휘둘렀다.

물론, 정말 ‘맨 주먹’은 아니었다. 주먹과 함께 주변에 둥실둥실 생성된 물이 그녀를 향해 바늘처럼 찌르듯이 달려왔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야.”

깡-! 깡-! 깡-! 깡-! 깡-!

그녀에게로 오던 모든 물을 하나씩 쳐내며 그녀는 ‘아니’를 연발하며 고개를 저었다.

연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눈으로 륜을 바라보며 말했다.

“황제. 네가 전력을 다해 날 공격하지 않는 이상, 난 공격받지 않……!”

콰과과과광-!!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륜의 공격이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여파로 얼굴에 조금의 상처가 생긴 연은 얼굴을 손으로 닦고 자신의 피를 바라보다가 이내 씨익 웃으며 눈을 빛냈다.

“……그래도, 황제라는 것인가.”

“…….”

륜은 연의 말에 아무런 대응 없이 다시 주먹을 들었다. 연도 자신의 검을 버리고 한 손을 들며 흥미롭게 말했다.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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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5-04 20:06 | 조회 : 1,259 목록
작가의 말
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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