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호위무사 경연대회(3)

“사람이……사람이 죽었어..!”

“꺄아악--! 피가.......!”

연의 가차 없는 살생으로 인해 경기장 안에 있는 청년들은 물론이고 관객석에 앉아있던 수많은 귀족들이 정처 없이 술렁이자 연은 피로 흥건한 손을 가볍게 털고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초리를 상대했다.

그녀는 잔인하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빛들 중 가장 섬뜩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앳되어 보이는 소년을 향해 뚜벅뚜벅 다가서고는 손가락으로 그의 턱을 들어올렸다.

“왜, 꼬마야. 너도, 내가 소름끼치다고 생각하는 것이니?”

“……!!”

연의 관통을 깨는 말에 잠깐 동안 놀라 멍하니 있던, 그녀의 호명을 받은 작은 체구의 소년은 이내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깨닫고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 아니요......!!”

“…흐음, 아니다, 라……. 후훗. 거짓말은 잘 못하는 성격인가 보구나.”

작고 어린 새처럼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손에 잡혀 떨고 있는 소년이 귀엽기라도 한 듯 재미있다는 눈부신 미소를 내지으며 연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든 연의 얼굴에는 방금 전 죽은 사내의 오금을 저리게 만든 차가운 얼굴로 소년을 노려보며 말했다.

“말과 행동이 이리 다른데, 갖잖은 말은 잘도 하는구나.”

그녀의 눈에서 살기가 피어오른 것은 한순간 이었다. 연의 살기가 천천히 소년의 주위에서 피어오르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온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으아, 아……!! 살려.......살려주세요!!”

그녀의 힘에 잠식되어가는 것을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는 소년을 가소로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던 연은 이내 자신에게로 공격을 가하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한 사람의 힘을 느끼고 소년에게 가했던 살기를 풀고 가볍게 지면에서 발을 떼어 그 공격을 피했다.

콰앙--!!

‘흐음......?’

“경합 중 소란을 피우다니, 정녕 네가 죽고 싶은 게로구나.”

자신도 모르는 익숙한 힘에 잠시 찌릿찌릿한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연은 이내 자신에게로 말을 건 공격을 가한 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경기의 규칙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자신에게 공격을 가한 자를 잠시 짜증나는 눈으로 쳐다보던 연은 이내 떨림이 멈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생각해냈다.

이 힘은 분명, 물.

보통의 물은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니, 설녀(雪女)인 자신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물이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로서는 단 하나였다.

신성수(神聖水).

먼 옛날 하늘의 지배자가 4방신에게 하사했던 원소 중 하나인, 제국의 핵심을 담당하는 전투적 요소.

보통 사람은 마나가 적어 사용하지 못하고, 마나가 풍부한 제국의 황제, 그 중 신성수를 하사받은 청룡국의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는, 성스러운 물.

그렇다면 자신을 공격한 장본인은……

“보통이면 즉시 널 죽여야 겠지만, 경합장 내가 소란한 상황으로 보아 처형은 잠시 미루……”

“제국의 황제……. 하하...!!”

그토록 찾으려고 해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청룡국의 황제가, 드디어 자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나도 재미있는 상황에 살벌한 마음으로 들뜬 연은 배를 잡고 웃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푸른색에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자신 앞에 위치한 청룡국의 황제를 바라보았다.

또, 익숙한 얼굴.

정말 어디선가 본 얼굴이었다.

자신이 살아온 800년 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어디선가 본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썩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재미있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으니까.

그녀는 눈꼬리를 말아 올리며 무뚝뚝한 얼굴에 당황의 흔들림을 조금 묻히고 있는 황제를 바라보았다.

바다를 담은 듯한 푸른 눈동자와, 밤하늘을 수놓은 듯한 검은 눈동자가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드디어, 만났다.’

연의 눈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먼 옛날, 어머니인 초대 설녀 설화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해준 그녀에 대한 예언.

그리고, 그들이 마주 선 지금부터, 아니, 어쩌면 예언이 내려진 그때부터, 시작된 지독하다 못해 끈질긴 인연.

“청룡국의 황제. 넌 나에게 명령할 수 없어. 난 이 제국의 사람이 아니야.”

황제, 나는 기대가 돼.

“그래서, 네가 말한 나를 처형시키고 싶다는 것. 대신 이것으로 대체해줘.”

“무슨……?”

그녀의 황당 발언에 의아한 눈빛을 보내던 륜을 향해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던진 연은 새로운 검을 꺼내들고는 어깨를 으쓱 하며 씨익 웃었다.

“황제가 직접, 나와 경합을 하는 거야. 그리고, 만약 내가 황제의 움직임에 따라잡히면, 망설임 없이 죽여도 좋아.”

“……!!”

그녀의 발언에 잠시 놀란 눈초리로 연을 바라보던 륜은 이내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먼저 경합판으로 몸소 올라갔다.

그의 그런 움직임을 바라보던 연은 의미 모를 의미심장한 미소를 자아내며 자신도 경합판을 향해 다가섰다.

과연, 넌 나에 대한 어머니의 예언 속 ‘그’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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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5-04 20:04 | 조회 : 1,117 목록
작가의 말
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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