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호위무사 경연대회(2)

카앙-! 카앙-!

칼날과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맨 첫 번째 시합 이었던 팀을 갈라서 하는 청팀과 홍팀 경합에서는 총 654명의 지원자들 중 300명이 합격하였고, 그 다음 시합이었던 사냥대회에서는 50명이 합격하였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는 마지막 시합.

1대 1경합.

한번 지면 그대로 탈락이고, 도중에 다치거나 죽어도 목숨을 보장하지 못하는, 이 경연의 실질적인 본질이자 무서움.

한편, 제 1시합과 2시합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가뿐히 통과한 연은 제 3시합인 경합의 순서만을 기다리며 무료하게 서 있었다.

챙강-!

"와아아아아-!!"

"저 사내가 이겼군 그래!!"

칼날이 부러지는 소리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지고, 그것을 별 볼일 없다는 듯이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던 연은 이내 눈을 감으며 자신의 경합 때 쓰라고 받은 칼의 촉을 만지작만지작 거렸다.

"별 볼일 없는 칼솜씨네……. 사람이 많아 기대했더니, 이러면 안 되잖아..."

실망감과 허무함이 가득 찬 연의 웅얼거림을 들은 그녀의 앞에 서 있던 근육질의 사내가 연을 보고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봐, 거참, 넌 칼도 못쓰게 생겼는데, 너야말로 그럴만한 실력이 되나? 아직 어려 보이는데,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이번 경합은 내가 이겨 줄 테니까. 하하하!"

'……뭐래.'

한심하기 짝이 없는 울퉁불퉁한 못생긴 남자의 말에 연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는 오로지 자신의 순서만을 기다렸다.

연의 대답을 기다리던 사내는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자 자신의 말을 무시한 것으로 간주해 화가나 벌게진 얼굴로 씩씩대며 연을 향해 칼을 들이 밀었다.

"너,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감히 나, 5대 기사 중 한명을??"

'5대 기사'라는 말에 앞뒤로 길게 늘어져 있던 사내들의 대열이 흐트러지며 그들의 시선이 하나 둘씩 '5대 기사'라고 자칭한 남자와 그의 칼 아래에 놓여져 있는 연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목에 칼이 들어온 연은 그의 협박과 위협에 눈 깜짝 조차 하지 않고는 도리어 그가 겨눈 칼의 날을 맨손으로 덥석 잡고는 키 차이가 한참 나는 사내를 향해 얼굴을 들었다.

"……너가 진짜 5대 기사야?"

"그...그렇다!!"

자신의 칼날을 겁도 없이 맨손으로 잡은 연을 놀라운 눈빛으로 쳐다본 사내는 그녀의 물음에 버벅거리며 대답했다.

"흐음……그렇단 말이지."

연은 그의 칼날을 잡은 채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럼, 5대 기사인 널 이기면, 내가 5대 기사가 되는 건가?"

"뭐...뭐라고??"

그녀의 황당한 발언에 도리어 묻는 사내를 한심하게 쳐다본 연은 그녀가 살짝 얹기만 하고 있었던 그의 칼날을 세게 움켜쥐었다.
쨍그랑-!

산산 조각이 나 조각조각으로 흩어지는 자신의 칼날을 멀뚱히 바라보던 사내는 순식간에 자신의 칼날이 사라지자 당황하여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그의 칼날을 부러뜨린 연은 손을 가볍게 턴 후 사내를 향해 씨익 웃으며 돌아보았다.

"자, 그럼 이제 내가 5대 기사인가?"

"그...그런..!"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채 신음 소리만 내고 있는 사내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던 연은 다른 사람이 보면 건방지다고 할 만큼 오만한 자세로 그를 올려다보고는 말했다.

"네가 5대 기사라는 말, 다 거짓이지?"

"……!"

"아아, 살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연이 한순간에 힘을 방출시켜 그를 기(氣)만으로 제압하자 그녀와 사내를 보고 있던 경합을 기다리는 사내들이 경악하며 웅성거렸다.

"사실 네가 말하기 전에도 알고 있었는데 말이야. 내가 너에게 왜 기회를 줬을까?"

"크윽……."

"너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지. 뭐, 그럼 뭐해. 기회를 줘도 알아서 죽여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데."

"크아악..!"

연의 살벌하면서도 설족 고유의 차디찬 기운이 느껴지자 그 차가운 온도를 견디지 못한 사내가 점점 추위에서 얼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특별히 알려줄게."

"……??"

혹시나 연이 자신의 기를 거두어 주기라도 할까, 잠시나마 화색이 돌던 사내의 얼굴은 연의 얼굴을 보자마자 다시 흙빛으로 변했다.

"싸움을 할 때는 말이다, 상대의 기(氣)를 보고 덤비는 거다. 알아들었냐?"

"크억...!"

마지막 신음을 내뱉고는 싸늘하게 시체가 된 사내를 일말의 동정도 없는 눈으로 쳐다본 연은 사내를 향한 차디찬 마지막 말을 뱉었다.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한 800년쯤 뒤라면, 네가 날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 뭐, 어차피 불가능 할 테지만."



*


*


*




"소란스럽군."

경합의 대열을 비롯한 객석 전체가 술렁거리자 이상하게 생각한 륜은 조용히 자신의 생각을 중얼거렸다.

"아마 별일 없을 것입니다. 소란이 잠재워질 때까지 기다려 보시죠."

"아니, 그냥 내가 가 보겠다."

"폐하...? 폐하!!"

영의 대답에 륜은 가차없이 신성한 경합을 방해한 방해꾼을 처단하러 미처 영이 행동하기 전에 신속히 몸을 움직였다.

"폐하……이 경합의 주인공이 자리를 뜨시면 어찌 합니까……"

그리고 늘 사고치는 황제의 뒷처리를 담당하는 영은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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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5-04 20:04 | 조회 : 1,113 목록
작가의 말
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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