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호위무사 경연대회(1)

일주일 후.

연이 그토록 이나 기다리던, 이번 대 황제인 륜의 호위무사를 뽑는 날이 밝았다.

연은 압박붕대로 가슴 전체를 한 바퀴 두른 채 거처에서 나와 오랜만에 활기가 도는 거리를 둘러보았다.

밖에서는 벌써부터 경연대회를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거렸다.

“드디어 호위무사 경연대회 날 이구만!!”

“허허, 나는 어떤 대단한 무사가 나올지 기대되어 잠도 이루지 못 했네.”

흥분과 기대에 젖어 주절주절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피식 웃으며 바라보던 연의 귀에는 제법 흥미가 돋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뿐만 인가? 이번 경연에는 최고의 무사, 5국에서 5손가락 안에 꼽히는 ‘5대 기사’중 한명이 나온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정말인가?? 그렇담 당장 보러 가세!!”

“5대 기사라니, 정말 기대가 되는군!!”

사람들은 기쁨으로 감정 주체를 하지 못하고는 곧바로 경연장으로 달려 나갔다.

그 사람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연은 이윽고 자신도 그들과 같은 생각에 잠겼다.

흐음, 5대 기사라.

“…그래, 나도 참 기대가 되네.”

그 5대 기사란 인간이, 얼마나 잘 싸울지 말이야.



*


*


*



"폐하,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폐하……폐하...?"

한편, 청룡국 황실 거처로 돌아온 륜은 설산에 갔다 온 날 이후로 여태껏 하지 않던 이상한 돌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잠시도 쉬지 않고 하던 일을 다 제쳐두고 생각에 빠져 있다거나, 저녁에는 귀족 공자로 변장을 하고 나가 설국과 청룡국의 경계에 있던 주위를 서성인다거나, 황실 회의 시간에는 멍한 표정으로 정면만을 응시하며 아무 생각 없이 보인다거나.

지난 10년간 잘 지내왔던 터라, 괜스레 설사 륜이 여태까지의 생활이 너무나 갑갑하여 미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 최영은 그의 대한 걱정을 몸 전체로 표출한 채 답답한 마음으로 그의 주위를 서성였다.

한편, 그의 걱정과는 반대로 매우 멀쩡한 상태의 소유자인 륜은 읽어야 할 교서는 손에 들고만 있는 채 며칠 전 만났던 의문의 여인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누구일까, 그 여인은?’

하얀 눈을 빻아 늘여놓은 듯한 고운 하늘색 머리카락.

하늘을 농축시켜 안에 담은 듯한, 빨려 들어만 갈 것 같은 푸른 눈동자.

그리고……

태양을 빼박아 놓은 듯한, 붉디붉은 입술.

“……미쳤군.”

거기까지 생각에 미친 륜은 자신이 미친 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교서로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퍼억-!

그 소리에 안절부절해 주위를 서성이던 영이 어벙벙한 모습으로 륜이 자신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모습을 보고는 ‘아, 진짜 저 인간이 드디어 미쳤구나!’라는 의심을 확신으로 굳혔다.

“저기……전하...? 이제 곧 경연 대회 시간입니다……?”

영이 굉장히 저기압으로 보이는 륜을 향해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말하자, 륜은 그가 옆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머리를 내리찍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 그래. 가지.”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교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밖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륜을 보고 영은 미심쩍은 듯한 눈길을 그에게서 떼질 못한 채 그를 뒤따라 발걸음을 떼었다.



*


*


*



“와아-!!”

“황제 폐하시다!! 황제 폐하야!!”

“드디어 시작이구나!!”

“이번 황제를 수호할 호위무사는 과연 누가 될지 궁금하군!!”

신청서를 발급받아 기다린 지 한참이나 된 후에야 모습을 드러낸 황제를 보고 무지막지하게 욕을 해대며 기다렸던 연은 갑자기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에 소문의 태평성대를 이루어 낸 잘나신 청룡국의 30대 황제, 청 륜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그의 모습은,

그녀의 본모습인 하늘색 머리칼보다 더욱더 짙은, 푸른색 청룡을 닮은 푸른 머리카락.

그리고 그와 쏙 빼닮은 눈동자.

그리고 약간 재수 없어 보이는 얼굴.

약간의 위화감에 고개를 살짝 갸웃한 연은 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그를 응시했다.

“어디서 봤는 듯한 얼굴인데.”

한번 본 얼굴도 기억하는 기억력이 좋은 그녀로선 당장의 호위무사 경연대회가 중요했지, 호위무사가 되면 토할 정도로 많이 보게 될 황제 따위의 얼굴 안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연은 곧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그때, 황제가 자신의 자리에 앉자 또다시 우렁찬 함성소리가 울려 퍼지고, 곧 이 시합을 주도하는 사람이 나와 엄청난 소리와 함께 경연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자!! 이제부터 제 30회 호위무사 경연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호위무사 지원자들은 모두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시작이구나.

연은 옆에 있는 무사와 입씨름 하고 있는 이 황국의 주인을 지나가는 투로 쳐다보고는, 곧이어 눈을 감고 입가에 호를 그리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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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5-04 20:03 | 조회 : 1,262 목록
작가의 말
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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