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할 것 같아.'
속에 있는 것들이 올라올 것 같았다.
"-차려!"
뭘?
'정신 차려. 클레아.'
"......"
눈을 뜬 클레아는 이마를 맞대고 있는 레스가 보이자, 무슨 상황인지 생각했다.
조금 전 자신이 본 것 중에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주춤거리는 체블을 정신 차리게 해줄 생각이었다.
"...하하."
툭-데구르르-
뒷걸음치던 체블의 손에서 마석이 굴러떨어져 클레아의 발치에 닿았다.
톡-
"......"
"선배."
조용히 마석을 줍는 클레아를 보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긴장했다.
"...왜."
"이 정도면, 보복했다고 퇴학당하지는 않을거예요. 그렇죠?"
섬뜩하게 웃는 클레아의 얼굴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 레스는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다. 그래. 체블이 지금 명줄이 줄어들 것 같긴 한데. 괜찮을 거야...
"그렇지..."
체블의 손에서 떨어져 클레아의 손으로 들어온 마석은 레스의 손에 쥐어졌다.
"루드!"
"어?"
"한 대 정도는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걱정마.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손을 풀며 체블을 향해 다가가는 둘을 보며 레스는 요즘 애들은 참 무섭다고 생각하며 리더시스의 옆에서 가만히 구경하기로 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생각을 고쳐먹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그러니까. 몇 대만 맞을까요. 선.배.님.?"
"저, 저리, 가!"
'그래, 체블이 평소에 한 거에 비하면... 헤레이스니까. 이 정도는 거뜬하겠지.'
체블이 자신을 향해 구조요청을 하는 것 같긴 했는데. 체블이 잘못하기도 했고, 이든한테 보복 당해봐야... 좀 많이 당할지도 모르겠는데. 얼마나 당하겠냐는 심리였다. 물론, 저 둘이 빡 정신이 돌았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리더시스와 함께 교수를 불러왔을 것이다.
'뭐. 뭐야?!'
'교수님 불러와!'
그렇게 체블을 구타하는 클레아와 루드를 본 학생이 교수를 데리러 가는 모습을 보고 레스는 중얼거렸다.
"이제 그만해야겠는데?"
레스의 중얼거림을 들은 체블은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고, 긴장을 풀었다가 클레아의 발에 제대로 맞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은 듯 몸이 축 늘어졌다.
"뭐, 뭐하는 겁니까!"
"..."
저 멀리서 달려오는 칸교수를 발견한 둘은 그제서야 체블에게 보복하던 것을 멈추고 서로 아이컨택을 했다.
'어떻게 할까.'
'넌 기절한 척 해.'
털썩-
"......"
"루드 크리시군?! 지금 이게 무슨?"
"...흑. 죄송해요. 체블 선배님께서 마법을 사용하셔서 정신이 이상해져서... 죄송, 합니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흡."
가련하게 앉아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눈가를 손등으로 비비는 클레아에 칸 교수는 다른 교수들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저 멀리 기절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체블은 꿈틀꿈틀거리며 구조요청을 했지만, 교수들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이게.'
그런 체블을 어쩌다 보게 된 레스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자업자득이야...
.
.
.
"흐..."
클레아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지, 머리를 잡고 있었다.
"어이! 정신 차려!"
정신을 차리나 싶었는데. 다시 정신을 잃고 눈을 감아버린 클레아를 부축하게 된 레스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판이었다.
역시 헤레이스가 걸어서 뭐가 좀 달랐던 걸까.
"하델리오! 너 대체."
"아니야! 나는 저렇게까지 할 생각은...!"
레스의 말에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지 소리치는 체블에 레스는 붉은머리를 헤집으며 고개를 저었다. 체블이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정신 차려!"
몇번이나 클레아의 어깨를 흔들어보기도 하고, 부르기도 해봤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 않는 클레아를 내려다보는 레스의 눈은 피곤해보였다.
"어쩔 수 없나."
클레아와 이마를 맞댄 후, 중얼거렸다.
"[메디움]"
'정신 차려. 클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