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화 - 붉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쿵-
묵직한 소리의 정체는 어느새 올라왔던 체블을 루드가 밀어 떨어뜨려 난 소리였다. 다시 한 번 떨어졌다는 충격에 그저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땅바닥에 누워있는 체블을 보며 루드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루드...?!!”
“흠, 우리 갈까? 심부름 마저 해야지.”

아까부터 안색이 창백했던 디오의 안색이 이제는 백지화되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태연하게 리더시스에게 말을 거는 클레아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 멍하니 서있던 리더시스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체블의 목소리에 눈을 마주쳤다.

"어, 어떻게... 해야. 내가...?"

"잠깐만,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렇게 걱정되면 여기 남아있을까?"

말을 더듬는 리더시스의 상태를 대충 눈치 챈 클레아는 팔짱을 끼곤,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어차피 지금 화내던 대상도 달라져서 나한텐 관심도 없는 것 같단 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인데. 어쩔 수 없지.

“죽고 싶냐...! 이든 꼬마...!!”

밑에서 들려오는 체블의 분노에 찬 목소리도 모두 무시한 루드는 시큰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별로... 죽고 싶지는 않은데요.”

"...네놈. 내가 누군지나 아나?"

"물론. 알고 있죠. 체블 폰, 폰...”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거에 비해서 대답하지 못하는 루드에 체블의 미간이 점점 좁아졌고 그런 둘을 보던 클레아는 정말 자신은 잊고 루드에게 화를 낼 기세인 체블을 보면서, 저 단순한 성미는 여전하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뭐더라. 뭐, 그런건 별로 안 중요하잖아요?"
기억이 나지 않자, 루드는 그런 것은 상관없지 않냐는 듯이 자신의 머리 위에 놓인 체블의 손을 떼어냈다.

주먹을 꽉 쥐던 체블이 목에 걸려있던 마석을 뜯어냈고, 겁을 상실한 [이든]이 헬리오스에서 [헤레이스]에게 대항했다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겠다며 마석의 마력을 웅웅거리며 발동시켰다.

그 모습을 보던 클레아는 머리를 한 손으로 꼬면서 중얼거렸다.

“...진짜 성격이 안 좋은 사람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깐. 어? 잠깐 잠깐? 리더시스 어디가?"

“나... 나 때문이니까.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내가, 처리해야.”

“저기를 가겠다고? 다리가 그렇게 떨리는데?”

클레아의 말이 들릴 텐데도. 계속해서 걸어가는 리더시스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 고집불통. 여전한 리더시스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용감해 보이기는 하는데 말이지. 리더시스. 다리가 너무 떨리는데? 이제 곧 통닭이 될 것을 예감하는 닭의 얇디 얇은 두 다리처럼 리더시스의 두 다리는 떨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저 둘 사이로 걸어가는 리더시스의 팔을 잡았다.

“리더시스, 그냥 가도 루드가 알아서 해줄 거야. 꼭 이렇게 너가 하지 않아도.”

“아니, 내가... 내가.”
잔뜩 겁을 먹었으면서 고집을 부리는 리더시스에 클레아는 저 멀리 숨어있는 인간, 디오를 눈짓했다.

‘히익-!’
뭐가 히익이야. 히익은. 할 수 없나.

그 순간, 벌써 잠금을 풀었는지 체블이 걸고 있던 목걸이에서 나온 마석에서는 마력이 스믈스믈 나오고 있었다. 이젠 정말 심각해질 것 같아서 저기 숨어서 구경하고 있는 인간이라도 끄집어내야겠다고 생각한 클레아였다.

“거기, 아까부터 구경만 하지 말고 좀 도와줬으면 하는 데요?”

"흐응~? 내가?"
클레아의 말에 장난스러운 어조로 대답하며 구석에서 천천히 걸어나온 사람은 붉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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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01 23:46 | 조회 : 1,233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세이프...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민해봤는데. 그냥 자정에 올릴까요? 굳이 새벽 1시를...하핳(1월2일 새벽에 올라가는 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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