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화 - 고양이에게 생선창고를 맡겨놓은 격

딸랑-!
평소에는 얌전히 있던 문에 달린 종이 울리는 소리에 숙이고 있던 허리를 핀 주인은 들어오는 손님을 보고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새로운 맛 사탕이! 나왔다고 들었어요."

눈을 반짝이며 얼른 새로 나온 사탕을 내놓으라는 듯이 손을 내민 단골손님을 어쩔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인 엑소르사의 주인인 베루는 손을 허리에 얹고 물었다.

"클레아씨, 돈은 많이 챙겨왔어?"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마스터한테 청구해주세요~"

베루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클레아를 보며, 이번에도 엄청 사가겠구나 예상한 베루였다. 누구에게 돈을 받든 돈을 받기만 하면 되는 베루로써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지만, 저 작은 몸에 그 많은 양의 과자들이 작살나고 또 얼마 안 있어 다시 방문할 단골손님으로 인해 청구서를 받게 될 자신은 한번도 보지 못한 마스터라는 사람에게 측은함이 드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물론, 자신은 많이 사갈 수록 좋았지만 말이다. 솔직히 여기서 더 사가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베루는 입을 열었다.

"하하, 이번에는 또 얼마나 사갈려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탕을 사려고 외출증까지 끊고 왔다고요~"

"그럼 골라봐."

"종류가 많아요?"

"당연하지. 우리 엑소르사는 제국 최대규모의 상점이라고? 희귀과자도 다루는걸? 그러면 당연히 새로 나오는 사탕도 다 알아야지."

그것은 아무도 이 업종에서는 따라올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이었다. 자부심 가득한 베루의 얼굴을 보는 클레아의 눈동자는 더 반짝반짝해졌다. 역시 제도에 있는 과자전문상점을 다 돌았던 보람이 있었던 만큼, 엑소르사는 클레아의 몇년 단골상점이었다. 믿고 찾아오는 엑소르사!

"이번에는 사탕에 포션이 섞여서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맛이야. 근데 색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디자인도 예쁘게 만들어져서 골라먹는 재미도 있을걸~?"

장난스럽게 말하는 베루의 말에 클레아는 자신의 앞에 높인 '파파버블'이라는 사탕을 하나 집었다. 가운데 부분은 하얗고 겉부분은 핑크색인 막대사탕을 자른 듯한 사탕이었는데. 중앙에 하트모양이 있는 예쁜 사탕이었다. 이 것 말고도 색색깔의 사탕이 예쁘게 유리병 안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이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보지만 말고, 먹어봐."

한참을 사탕을 들여다보고 있자, 답답했는지 먹어보라는 베루의 말에 입에 넣었다.

텁-
사탕을 입에 넣고 행복해하는 얼굴로 음미하듯이 사탕을 먹던 클레아는 순식간에 사라진 사탕에 울상을 짓다가 아직 많은 양의 사탕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더 주세요."

안그래도 예쁘장한 여자애가 미소가 만연한 얼굴로 쳐다보며 말하는데. 안 줄수가 없다고 말하며 사탕상자로 다가가는 베루는 곧 클레아가 외출증을 끊고 왔다는 것을 떠올리고 말했다.

"단골손님이니까, 특별히 서비스~ 이거 한통 줄테니까. 여기서 쉬다가~ 어차피 학교에 돌아가면 맘대로 못 돌아다닌다며?"

"그럴까요? 사탕 리필도 가능하죠~?"

쉬고가라는 말을 덥썩 받다못해 더 받아가는 클레아에 베루는 허허 웃었다.

"...졌다. 졌어. 그 대신 가게 좀 지켜줘. 배달 좀 다녀오게."

"네에~ 갔다와요."

이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
.
.

"그래서, 엑소르사의 과자를, 그것도 한 바구니도 아니고, 벽장에 있는 과자를 다 먹었다고?"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어 버렸네?"

"하아, 베루씨는 뭐라고 하셨는데."


난생 처음으로 그 장난스럽던 베루씨가 당황하는 걸 봤다. 평화롭게 가게 안으로 들어온 베루씨는 한쪽 벽장이 허전하다고 느껴졌는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경악했다.

배달가기 전까지만 해도 꽉 차 있었던 과자들이! 다 사라져있었다. 도둑이라도 맞은 걸까. 아니다. 클레아에게 가게를 맞겨뒀는데. 그럴리가...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베루가 고개를 들어 클레아를 쳐다봤고, 클레아는 무슨 문제 있냐는 듯이 베루와 시선을 마주했다.

설마, 자신이 고양이에게 생선, 아니 생선창고를 맡겨 놓았던 것은 아닌지로 시작해서, 결국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고 생각을 끝낸 베루는 애써 클레아가 먹은 과자의 양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비스가 너무 많은 것 같은데...? 클레아, 적당히 먹어야지! 이번에 서비스는 평소보다는 적을 것 같네...'

'...베루, 제가 먹은 과자값은 사탕이랑 같이 마스터한테 청구해주시고, 이번에 사탕 서비스로 더 주시는 거는 안 주셔도 될 것 같아요.'

'아냐, 클레아가 먹은 양만 계산하면 손해는 없는 걸? 서비스는 그대로 줄게.'

생각보다 충격이 컸는지, 마지막에는 당황한 기색은 사라졌지만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는지 미안한 기색으로 클레아에게 신상인 파파버블 알사탕이 담긴 작은 통을 주는 베루에, 클레아는 다음에는 미리미리 가격을 치르고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됐어."

"마스터한테? 다? 전부?"

"응. 전부."

클레아의 말에 루드는 잠시 무슨 기도를 하는 듯하더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클레아와 수업에 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주기로 한거 이 정도는 오피온에서 커버가 가능했다.

"근데 정말 한쪽 벽장에 있는 과자를 다 먹었어?"

"응."

나중에 디오는 저 몸에 그만한 양의 과자가 다 들어간다는 사실에 놀라며 물었고, 당연하단 듯이 대답하는 클레아를 본 리더시스의 자켓 주머니에는 간식이 보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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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29 00:26 | 조회 : 1,305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잘 듣고 실천하는 모범생 리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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