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화 - 이런 말을 들었으니까 더 힘내야지, 가만히 있으면 호구라고

꿈뻑꿈뻑-

교수님이 들어오고 수업을 들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감긴 눈꺼풀에 뭐가 붙어있기라도 한 것인지 무겁기만 한 눈꺼풀에 힘을 줘 겨우 눈을 뜬 클레아는 선생님의 자장가 소리를 들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마법사는 '신의 사자'라고 칭해지며 더럽혀진 땅을 정화하고 사악한 마물들을 처단하는 위대한 구원자라고 표현되어 있네. 요즘같이 편법으로 '표식'을 얻어 어중간한 각성의 자격미달 마법사들이 판을 치고 다니는 세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긴 하네만. 분명 마법사가 '구원자'라는 건 틀린 말이 아니네. 현재까지도 마물에게 대항할 수 있는 건 힘을 가진 마법사뿐이니까."

'거짓말.'

클레아는 제대로 된 마법사 중에 인간은 시초의 마법사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대로 된 마법사가 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한계를 넘는다면 새로운 세상이-"

'새로운 세상은, 기존에 있던 생각을 바꾸려는 노력조차 없는 곳에서 원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과거에 연금술사들이 모든 물건을 금으로 바꾸려는 것과 뭐가 다른거냐며, 클레아는 속으로 툴툴거렸다. 오랜만에 수업을 듣던 클레아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갔고 곧 클레아의 시야에 어둠만이 남았다.

탁탁-
"클레아, 일어나."

"...벌써 끝났어?"

하품을 하며 천천히 엎드렸던 상체를 위로 일으킨 클레아는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리더시스를 향해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밥 먹으러 가자~ 리더시스! 아. 근데 루드랑 디오는?"

"...먼저 가 있겠다고 일어나면 같이 오라고 했어."

"그래? 그럼 갈까."

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둘은 복도 끝에 있는 루드를 발견했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을 본 클레아는 걸음을 멈췄고 자신보다 먼저 걸어가는 리더시스의 팔을 잡아당겼다.

더 이상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 클레아의 생각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리더시스는 갑자기 팔을 당긴 클레아에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리더시스, 루드는 바쁜 것 같으니까. 우리 먼저 가 있자~"

.
.
.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그 괴물 놈에게 더 이상 접근 하지 않는게 좋을 걸."

"......괴물?"

루드는 난데없이 자신을 찾아와 말하는 사람을 보면서 생각했다. 리더시스가 괴물이라고 불리게 된 것과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 관련이 있을 거라고. 그래서 옆에서 자신의 팔을 흔드는 디오에게 가만히 있어 보라고 말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이 곳 헬리오스에.. [괴물]이 있습니까?"

"...하. 난 말장난 같은 건 좋아하지 않아. 단순한 동정심인가? 아니면 그런 놈과 친구놀음이라도 해주면서 자기만족이라도 느끼려고? 어느 쪽이든 관두는 게 좋아. 뭐든지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존재하는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나대지 말고 그 괴물놈한테 관심 꺼. 다가가 봤자. 손해 보는 건 너희들 일 테니."

"...충고 하는 겁니까?"

자신의 말에 한참을 생각하는 듯하던 루드가 시선을 마주쳐오며 묻자, 마논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충고? 아니. 이건 [경고]다.

디오와 루드를 향해 천천히 걸어온 마논은 눈을 치켜뜨고 말했고, 그런 마논을 본 디오는 다리를 덜덜 떨었다.

물론, 루드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마논이 자리에서 떠나자마자 사람을 소름 돋게 만드는 미소를 짓고 중얼거렸다.

"앞으로 더 열심히 들이대야 겠는데?"

"루드으으으! 이런 말을 듣고도!!"

"이런 말을 들었으니까 더 힘내야지. 디오. 이런 말까지 듣고도 가만히 있으면, 그건 잘못됐잖아?"

디오가 차마 루드의 말에 반박할 수 없어서 얼굴을 감싸 쥐는 사이, 루드는 섬뜩한 미소를 장착했다.

'이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으면 그건 호구라고.'

마논에 의해 점심시간을 뺏긴 둘은 걸음을 재촉해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 남아있는 학생은 식당 한쪽에 앉아있는 클레아와 리더시스, 단 둘밖에 없었고, 식당은 점심시간이 끝나감에 따라 정리를 시작한 모습이었다.

식당입구에 들어선 둘을 발견한 클레아는 소리쳤다.

"루드, 디오 왜 이렇게 늦게 와! 벌써 점심시간 끝나가잖아."

"그게 말이야..."

주저하는 디오와 눈에 힘을 준 채로 디오를 노려보는 클레아를 보던 루드는 피식 웃더니 멀뚱히 서있는 리더시스의 목에 팔을 걸며 말했다.

"더 늦겠다. 빨리 밥이나 먹자고? 이러다 정말 점심시간 끝나겠다."

"음? 우리는 벌써 먹었지. 언제 너희를 기다려, 적어도 우리가 다 먹기 전까지는 와야지."

루드의 말에 팔짱을 낀 채로,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클레아에 디오의 입이 벌어졌다.

"클레아...? 그럼 화는 왜 낸...거..."

"점심시간이 벌써 다 끝나가잖아~! 점심시간에 새로나온 사탕맛 사러가기로 리더시스랑 약속했단 말이야."

"그럼 지금이라도 가봐. 오늘은 조금 늦게 닫을 거라고 들었어. 클레아."

"아, 정말? 어떻게 할까. 리더시스 같이 갈래?"

벌써부터 사탕을 사러갈 생각에 들뜨는 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디오를 노려보던 클레아는 어느새 리더시스의 손을 잡고 묻고 있었다. 자신보다 사탕이 더 중요한 것 같은 클레아의 모습에 디오는 또다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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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27 03:02 | 조회 : 1,205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저는 자고 일어나니 크리스마스가 끝나있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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