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화 - 우린 이미 한 배를 탄 친구, 친구를 잘못 사귄 것 같았다

"하하..."

그렇게 상자 속에 파뭍혀 있던 클레아는 루드의 손을 잡고서야 제대로 일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발이 아직도 저려와서 걷기는 무리였다. 그런 와중에 슬금슬금 자리에서 벗어나는 리더시스를 보고 저린 다리를 옮겨 리더시스의 옷자락을 잡았다.

'더 이상 걸어가면 또 아까처럼 주저앉을지도 몰라...'

평소같으면 팔을 잡았을 클레아가 이를 꽉 깨물고서 소심하게 옷자락을 잡은 이유였다.

"리더시스. 어디가."

"클레아?! 쟤가 어딜 가는지 알아서 뭐하려고 그래?! 체블이 말한 괴물이 바로 저 녀석이라고!!"

옆에서 호들갑 떨며 뭐라고 소리치는 디오의 목소리쯤이야 가볍게 무시한 클레아는 리더시스의 몸이 잠깐이지만 멈칫하는 것을 보고 침묵했다. 과연 다시 한번 다가가도 될까.

정말 이렇게 다가가도 되는 걸까. 이미 리더시스는 상처받을 대로 받아버렸는데. 다시 한번... 상처를 주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머리가 복잡해진 클레아는 리더시스의 옷자락을 잡은 손의 힘을 풀었다. 그에 리더시스의 눈이 가라앉았다.

"......"

클레아는 어느새 자신에게서 등을 돌려 걸어나가고 있는 리더시스를 보았다.

이건 아니었다.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리더시스! 나랑! 친구할래..?"

눈을 크게 뜬 리더시스의 눈을 마주한 클레아는 있는 힘껏 웃어보였다.

'결정은 어차피 내가 하는 거였는걸.'

충동적으로 말한 것이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클레아는 저려오는 다리로 부들부들 걸어가서 리더시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뒷걸음치려는 리더시스의 손을 잡았다.

덥썩-
"리더시스, 앞으로 잘 부탁해. 친구하기 싫어도, 뭐. 상관없어. 내가 하고 싶으니까."

당당하게 웃어보이는 클레아에 리더시스는 멍하니 클레아를 바라봤다. 멍한 얼굴의 리더시스를 물끄러미 보던 루드는, 클레아가 잡지 않은 손을 잡고 화사하게 웃어보였다.

"흐음? 나도 잘 부탁해. 리더시스. 친하게 지내자?"

리더시스는 차마 자신에게 친절하게 웃어보이는 둘의 손을 떼어낼 수 없어서 입술만 꾸욱 깨물뿐이었다.

"너희들 진짜!"
구석에서 혼자 외롭게 서있던 디오는 차마 저 사이에 낄 수는 없어서 발만 동동 굴렀다. 클레아가 다리를 부들부들 떨던 것을 리더시스는 못 본 모양이었지만 그 둘을 바라보던 디오와 루드는 클레아의 노력을 알기에 방해하기도 그랬다.

"리더시스!"

그 날 이후로 시작되었다.

"리더시스?"

"아르티안."

"야."

수업시간이 아닐 때면 교실에서 사라져 어딘가에 숨어있는 리더시스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둘은 아르티안 탐지기라도 탑재하고 있는 듯 했다. 몇 일간의 노력으로 리더시스는 클레아와 리더시스에게 익숙해진 상태였다. 저 뒤에서 꿍얼거리면서도 꾿꾿이 따라오는 파란머리도..

"괴물..." / "괴물이다!!" / " 괴물...!"

저 둘과 함께 있을 때에면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잘 들려오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열심히 리더시스를 쫓아가던 클레아는 리더시스의 입가가 조용히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미소지었다. 보람이 있었다.

.
.
.

"리더시스, 왜 혼자 않아? 같이 앉자~"

교실에서 책상이 혼자 떨어져있는 리더시스에게 다가간 클레아는 책상을 리더시스의 앞으로 옮기며 '간식이라도 줘볼까'라는 생각에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교실로 들어오는 루드를 발견하고 손짓했다.

"루드."

"벌써 자리 바꿨네. 그럴려고 했는데."

어느새 자신의 책상을 들고오는 루드를 보면서 클레아는 찾아낸 사탕을 입에 물고 멀뚱히 서있는 디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왜!?"

"넌 안와?"

""우린 이미 한 배를 탄 친구잖아?""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둘을 바라보는 디오의 눈은 배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성격부터 시작해서, 생각, 행동, 이런 상황에서조차 같은 말을 하는 루드와 클레아를 보면서 디오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친구를 잘못 사귄 것 같았다.

디오는 결국 자리를 바꾸었고, 웅성거리기 시작한 교실에 울상이던 얼굴이 더 우울해졌다.

"디오. 이미 늦었어."

디오를 좌절의 끝자락으로 몰고 간, 그 말을 마지막으로 클레아는 언제 챙긴 것인지 모를 쿠션을 꺼내, 베고 자기 시작했다. 그런 클레아를 옆에 둔 루드는 익숙해보였고, 리더시스는 가만히 있었으며, 디오는 자신만 이렇게 당황스러운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둘을 아닌 척 보고 있던 루드는 역시 클레아는 클레아라고 생각하며, 교수님이 들어오실 교실문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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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14 00:35 | 조회 : 1,250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정주행씩이나... 리메이크는 언제 끝날까요.(요즘 쌀쌀한데. 따듯하게 입고 다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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