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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성 측정은 여기입니다!"


결국 나는 지금 체력검사 요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유연성검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유연성을 재주는것은 형이하고 나는 기록을 적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근데 우리반 새끼들이 앞을 지나갈 때마다 단체로 놀리면서 지나갔다.
무슨 쟤가 도우미 요원을 하냐고 차라리 초등학생한테 시키라면서 내 신경을 슬슬 긁어댔다.



"친구 많네."

"어후.. 친구도 아니에요. 쟤네는."

"쟤네는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에이 무슨.."


학생들 유연성을 재주면서 말을 하는 형이였다. 형은 8.5라고 낮게 말했고 나는 검진표에 옮겨적었다. 형도 나름 나랑 친한것 아닌가. 아까의 행동이 미심쩍긴하지만.

그런 생각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듯이 형에게 말했다.


"우리도 친하잖아요 형."


나의 말에 유연성을 재주던 손이 멈칫하는게 보였다. 내가 너무 주제 넘은말을 한건가. 형은 다시 손을 움직이더니 13.8이라고 중얼거렸다. 꽤 높은 수치였다.

형은 끝끝내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검진이 끝날때까지 유연성 수치로만 대화를 나눴다. 2교시 종칠 즈음 검사가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체력검사 요원들은 한데 모여서 인사를 한뒤 해산을 했다. 나도 1학년 건물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형이 나를 불렀다.

방금 전까지 어색해서 애써 무시하고 들어가려 했는데 굳이 잡아세울줄은 몰랐다.
나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형은 역시 예쁘게 웃고 있었다.


"매점 들렸다갈래?"

매점이라. 지금은 그렇게 땡기지 않는데. 그러나 지금 거절하면 더 어색해질 것이라 판단했다.

"네. 그럼 형이 사주시는거죠?"

"그래."

나름 후배답게 애교섞인 말투를 하니 씩 웃으며 평소처럼 내 어깨에 팔을 두르는 형이였다. 지금의 팔무게는 딱 좋은 정도였다.

매점은 1학년건물과 2학년 건물사이에 위치했다. 그래서 인지 3학년들은 매점에 잘 오지 않았다. 그게 아니면 수능준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캔디바 두개 주세요."

캔디바를 받아들었다. 나는 감사인사를 하고 바로 포장을 뜯어 입에 물었다. 캔디바 특유의 우유의 단맛이 입안에 시원하게 감돌았다.

형은 산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고 들고만 있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빨며 형을 쳐다보며 말을했다.


"형은 안먹어요?"

"응. 쓸데가 있거든."


아이스크림을 쓸데가 있다고 말하나? 어순이 이상하다고 느껴졌지만 형의 이어지는 말에 그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다음교시 뭐야?"

"어..음악인가? 수학인가 둘중하나에요."

"음악이면 좋겠네."

그렇게 말하더니 내 손목을 붙잡고 2학년 건물로 들어가는 형이였다. 2학년 건물에 온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는데 1학년 건물에 비해서 조금더 깨끗했다.

그렇게 나를 끌고 가더니 교실이아닌 화장실로 나를 밀어넣었다. 지금 다른 반들은 체력검사를 끝내고 수업중이라서 그런지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 바닥에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캔디바는 바닥에 떨어졌다. 쓰러질듯 비틀거리다가 겨우 중심을 잡고 형을 쳐다봤다.

형은 화장실 문을 잠구고 아이스크림 포장을 느릿하게 뜯으며 말했다.



"아이스크림 쓰는 방법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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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3-23 01:33 | 조회 : 12,702 목록
작가의 말
압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또 돌아왔습니다. 하하하 기다리셧나영 아마 다음화는 수위겠죠!? 매일매일 연재하느라 양이 적네요. 보기 더 편하지 않나요?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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