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하아…”

어둠뿐인 적막하고 으슥한 긴 목도 끝,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네온사인이 별들처럼 빛나는 서울의 풍경은 조용하기만 하다. 재영은 땅이 꺼지라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턱하고 막혔던 가슴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가 다시 턱하고 막히는 느낌이 요 일주일 동안 지속하고 있다. 재영은 한숨 후 다시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몸을 살짝 뒤로 돌리자 흰색 미닫지 문과 투명한 아크릴판 위로 윤재형이라는 이름 석 자가 쓰여 있는 문패가 눈에 들어왔다. 재영은 무겁게 손을 들어 문 손잡이를 살짝 움켜쥐듯 잡았다. 철재의 차가운 느낌이 왠지 재영의 마음과 몸을 열려버릴 것 같은 차가운 손잡이는 금방 재영의 따뜻한 온기로 차가운 느낌은 사라졌지만 재영은 그 문의 손잡이는 놓을 수가 없었다. 손잡이는 잡고 한참을 열지 못한 재영은 이내 자신의 이마를 문에 살짝 기대였다. 그 문 너머에 나의 사랑스러운 사람이 흰색 시트처럼 창백한 얼굴을 한 채 그날 이후 깨어나지 않고 있다. 그날부터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왜 환자가 깨어나지 않는 겁니까!.”

재영의 싸늘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나이가 지극히 든 50대 중년의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백의 가운을 입은 중년의 의사는 재형의 가슴 위에 올려놓은 청진기를 떼고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물고 있던 입술을 열었다.

“환자 보호자분. 환자는 지금 현실과 상처로 인한 극한 고통으로 잠시 휴식을 하기 위해 잠이 든 것뿐입니다. 보호자분께서 얼마나 걱정하실 거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환자는 왕따의 피해자라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
“…젠장!”
“그리고 보호자분.”
“?…”
“보호자분이 그렇게 큰소리로 말씀하시면 환자분에게는 역효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네?…”
“왕…흡흡. 윤재형씨가 지금 이렇게 잠든 이유는 충분히 보호자분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환자분은…잠시 무례를 하고 말씀드리죠. 왕따 피해자였던 환자는 아마도 그 가해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아마도 큰소리로 환자를 괴롭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잠들어 있다고 해서 귀는 열려 있습니다. 보호자가 큰 소리로 말하면 환자의 심장 고동이 무언가에 쫓기듯 빠르게 뛰고 있습니다. ”
“…무슨…”
“환자는 당신이 보호자라고 해도 동생이라고 해도 환자에게 큰 목소리는 공포라는 소리입니다.”

재영은 의사에 말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그 후 재형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나조차도 재형에게 공포를 주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형에게 난 공포를 주고 있었다.

“젠…장…”
“…재영.”

뒤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재영이 고개를 살짝 돌리자 카일과 마일 뒤에서 안절부절못한 얼굴을 한 어머니가 고개를 숙인 채 재영에게 다가왔다. 카일은 손잡을 잡고 있던 손위로 자신의 손을 올리고 손잡이에서 손을 떨어트리게 하고 재영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어 내리더니 턱을 잡아 자신의 눈을 마주하도록 고개를 올리는 카일, 눈동자가 아래에서 천천히 위로 올라가더니 카일의 눈동자에 나의 눈동자가 비쳐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서 쉬어.”
“…싫어. ”
“돌아가.”
“…시…ㄹ…읏-!”

카일에 말에 싫다는 의사표현을 하던 재영의 턱을 잡고 있던 카일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간 것 같이 턱이 아려오듯 아팠다. 재영이 황급히 카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카일은 재영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싸더니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겨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재영이 카일의 품 안에 안겨버렸다. 그리고 귓가에 나긋하지만 낮은 중저음의 카일의 차가운 목소리가 속삭였다.

“이건 마지막 경고야. 집으로 돌아가서 한 시간이라도 쉬어. 한 번만 더 거부하면 힘을 써서라도 미국으로 갈 줄 알아.”
“카일!”
“택시 잡아줄게. 돌아가.”
“……알겠어.”

재영이 카일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기권을 하자 이제야 그의 얼굴이 생긋하고 미소를 짓는다. 재영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재형이 눈을 뜨고 제일 처음으로 보는 사람이 나였으면 했었다. 하지만 카일의 경고를 무시할 때는 카일은 진짜로 자신에게 경고한 말을 힘을 써서라도 지키기 때문에 이번만은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좋아. 택시 타는 곳까지 데려다 줄게.”
“잠시만…가기 전에 재형이 얼굴 한 번만 더 보고 갈게.”
“알겠어.”

재형의 병실을 가려고 하자 어머니가 재영을 불러 세웠다.

“저…저기…재영아…”
“…네.”
“저…저기…아…아빠한테는…말하지 말아줘…”
“뭘요.”
“재…재형이가 그렇게…된 거…”

그녀의 말에 재영이 싸늘하게 그녀를…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재형이는 당신만의 아들이 아니야. 그때 아버지가 분명히 말했지. 키우지 못할 거면 다 포기하라고. 하지만 당신은 재형이를 데려갔어. 그럼 재형이가 저렇게 되기 전에 당신이 먼저 알아차렸어야 할 거 아니야!!!”
“재영아 그만해.”
“…후…후흑…”
“왜 울어. 당신이 왜 우는 건데!! 새아버지…아니 그 개새끼 자식도 이렇게 되면 당신 이렇게 가만히 지켜만 봤을까!! 그 새끼 자식은 제 자식이고 재형는 당신 자식 아니야!!! ”
“…후흑…흐흑…”
“아니면 위자료를 넉넉히 달라고 하지 그랬어. 고작 그딴 새끼랑 결혼하면서 재형이 양육비로 자기들은 펑펑 쓰고 다니면서 당신이 그러고도 엄마라는 말이 나와! 뭐 지금도 어이가 없어. 재형이가 의식도 없이 병원이 실려 왔는데 자기들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처먹느냐고 병원에서 그렇게 전화하는데도 한 시간이나 지나서 온다는 게 엄마냐고!. 당신은 형을 키울 자격이 없어.”
“후흑…재…재영아…후흑…,”
“아버지에게 말 안 해. 하지만 당신 호적에서 재형이 빼. 그러지 않으면 난 아버지에게 말하겠어.”
“…하…하지만…”
“그 입 다물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
“후흑…재…재영아…흑흑…”
“그만 우세요. 여기 병원이고 지금 다들 자는 시간입니다. ”

카일이 시끄럽게 우는 어머니를 진정시키려는 듯 재영에 입을 손으로 막았고 분을 이기지 못한 재영이 그녀에게서 고개를 피했다. 카일은 지금 이 상태에서 재형을 보는 건 아닐 거라고 하면서 근처 호텔에 예약을 할 테니 집으로는 돌아가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재영은 택시 타는 곳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지만 재영은 좀 진정을 위해서 걸어간다고 말했고 카일은 꼭 호텔로는 돌아가라는 당부를 했다.

“젠장… 역시 그때 재형이를 데리고 갔어야 했어. 알고는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 개 같은 미친 생활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내가 진짜 개자식이야…재형이가 그렇게 아파하는데 나는…나는…”

재영이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피가 안 통할 정도로 움켜진 손은 붉은 손톱자국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재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공원에 있던 나무에 주먹을 내려쳤다. 퍽 소리와 함께 나무에서 낙엽 잎이 휘날리듯 낙엽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아…재형아…재형아…나의 사랑…나의 인형…나의 작은 존재 재형아…”
“오~, 이게 누구야?”
“…?, 누…읍!?”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 뒤에는 기억 없는 복부에 극심한 고통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몽롱한 의식 속에서 나는 어딘가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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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다 ㅋㅋㅋㅋㅋ
황제의 신부는 안올리고 나 뭐하니 ㅠㅠ
체크메이트 많이 사랑해 주세요 ^^
그럼 전 황제의 신부로 넘어 가겠습니다 ㅋㅋㅋ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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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3-14 17:45 | 조회 : 2,137 목록
작가의 말
VINIQ.

ㅎㅎㅎㅎ이제 공이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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