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흔들리는 관계(2)

당혹감이 섞여있는 비명소리리가 들려오자 약간 미안한 감정이 들기는했다.

가위를 눌리게하던 악몽을 꾸게하던 인간에게는 커다란 피해가 가지 않으니 원래대로라면 조금 뒤에 염원을 이루고 알아서 저승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우선 부탁한 것을 받기 위해서는 설득보다는 미안한 감정이 생기더라도 서둘러서 일을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포옹은.....

한 번 해 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한울에게는 예전부터 거리감이 드는 일이었다.

저승사자도 일단은 죽은 영혼이라 그러지 마음은 인간남자와 별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외모적으로도 훌륭한 축에 속하기 때문에 데리러 갔던 영혼들이라던지, 감시하거나 지켜줘야했던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인간이 아닌 영혼과 같은 경우는 저승에서도 전혀 개의치 않았고, 몇몇 경우에는 그 영혼을 만남으로써 저승사자가 되면서 걸었던 옛 사랑에 대한 소원을 이루는 경우도 있었다.

그 외에도 아까 같은 처녀귀신이나 총각귀신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스킨십같은 것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렇지만 한울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조선시대에 죽은 귀신이라 보수적이라그런건지는 몰라도 무언가 찝찝하고 답답한 것이 마음을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어서 하고 밥이나 같이 먹어야지."

오늘 안에 다 처리할 수는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한울이 기합을 넣고는 명부에 적힌 영혼을 찾아 빠르게 이동했다.







"음?"

연지는 자신을 흔드는 손길에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자신을 흔드는 손길은 이내 이불을 걷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에 손을댔다.

왠지 그 느낌이 애틋하기도하고 조심스럽기도해서 마음이 살짝 아려왔다.

'뭐지.....?'

어딘지 모르게 아련하고 익숙하게 아린 마음에에 번쩍 눈을 떴다.

"일어났어?"



한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에 옆으로 몸을 돌리니 방금 씻은 것인지 뚝뚝 물이 떨어지는 머리 위에 노란색 수건을 얹고 있는 진욱이 보였다.

꽤나 잘 어울리는 상큼한 바디워시 향도 솔솔 콧속으로 들어왔다.

"응...."

"왜 그래?"

미묘한 표정의 연지를 보고 진욱이 물었다.

"아니..."

연지가 고개를 약간 갸웃했다.

"뭔가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연지의 말에 진욱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멍하니 앞을 쳐다보느라 연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꿈인가?"

"나쁜... 꿈이라도 꾼거야?"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진욱이 물었다.

"음.... 몰라... 그런데 왠지 정말 미안하고.. 아팠어. 순간. 왜 그랬지? 꿈에서 누구라도 때렸나."

"무슨 꿈이었는데?"

진욱의 눈이 살짝 빛났다.

"아니 잘 모르겠어. 그냥 약간 익숙한 느낌이 났고... 되게 마음이 아팠어. 아... 왜그랬지?"

".....잘 된건가?"

"응?"

중얼거리는 진욱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연지가 다시 되묻자 진욱은 아니라며 피식 웃었다.

"아니 그냥 너라면 충분히 때리고도 남았을 거라고. 사고는 현실세계에서 치는 걸로도 충분한데 꿈에서도 그랬냐?"

"야!"

연지가 베게로 진욱의 얼굴쪽을 향해 던지자 여유롭게 잡은 진욱이 웃어보였다.

"너는 나한테 안된다니까?"

"뭐래?"

"아직 나 이겨 먹으려면 10년은 일러. 엄마가 너 좋아하는 닭갈비 해놨다니까 대충 세수라고 하고 와라. 엄마가 니 얼굴 보면 깜짝 놀라서 앞으로 음식 안 해주실지도 몰라."

짓궃게 장난을 치고는 자신을 향해 다시 날아드는 베게는 피해 밖으로 몸을 피신했다.

탁-

닫힌 문에 천천히 기댄 진욱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다는 듯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얼굴에 경련이 날 것 같이 힘을 주며 웃지 않으려고 꾹 참던 진욱은 결국 표정관리에 실패하고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결국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커다란 두 손으로 소녀마냥 입을 가리고는 계단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지금은 그때랑 다르니까...조금은 기대해봐도 되겠지?"

평소와는 다르게 기대와 행복에 노곤노곤 젖은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공간에 조용히 울려퍼졌다.






"아... 죄송해요."

연지가 토라졌는지 자신쪽은 보지도 않고 있는 한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오랫만에 신나게 정원이 해 준 닭갈비를 먹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어젯밤에 보이지 않던 한울이 이제 온거냐며 평소와 다르게 삐죽거렸다.

"나는 너랑 밥 같이 먹으려고 영혼 처리하는 일도 뒤로 미루고 달려왔는데.... 너는 아무 행복하게 닭갈비나 먹고 있더라."

톡톡 소파의 팔걸이를 치며 한울이 말했다.

평소의 여유롭고 장난스러운 표정과 다른 모습에 당황한 연지였다.

"그건 그렇다치고 저기서 자고 밥 먹은거야?"

"네."

연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자 한울은 아까보다 더 심사가 뒤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아니 됐다. 오늘 어디 갈 거야?"

"예? 네. 진욱이랑 같이 연습가기 전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로...했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하다가 살짝 찌푸려지는 한울의 미간에 연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너."

"..네?"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지칭하는 호칭에 흠칫 몸을 떤 연지가 작게 대답했다.

"아니....그게 아니고. 아무리 귀신이 무서워도 사람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으니까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머리를 쓸어 넘긴 한울이 다시 슬쩍 미소를 지어보이자 안도한 연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짐을 챙겨서 집 밖을 나갔다.

띠리리-

"하아...."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나자 한울은 한숨을 쉬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도 당황스러운 정도로 이유 모를 위험할 정도의 경계심에 괜히 아무 것도 모르는 연지에게 불똥이 튄 것같아 한심스러웠다.

자신의 행동이 왜 이런 것인지 이래도 되는건지 혼란스럽기는했지만 분명 아까 본 분위기는 전과 달라져있었다.

분명 신나게 같이 밥 먹으려고 달려왔다가 연지가 없자 당연한 듯 옆집으로 향하는 자신의 발걸음을 알아챘을 때에도 조금 짜증이 나기는 했지만 괜찮았다.

창문 너머로 맛있게 밥을 먹고있는 모습이 보일 때에도 그저 맛있게 잘 먹는 모습에 자신도 미소가 지어졌다.

따지자면 기분이 좋은 쪽이었다.

하지만 그 옆에 앉아 있는 진욱을 봤을 때부터 기분이 급속도로 추락했다.

천성이 분위기나 흐름을 읽는 데 능숙지 못한 연지는 평소와 다름 없었다.

그런데 진욱은 달랐다.

무언가 느낌도 분위기도 달라진 분위기는 확실히....

위험했다.


0
이번 화 신고 2015-08-25 10:15 | 조회 : 1,431 목록
작가의 말
브리사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