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그림자 - 환각의 나비
# 온갓 미술용품이 올려진 책상 위에 따스한 햇빛이 반겨주는 이 현의 방 안
눈을 부비적 거리며 살며시 뜨자 보드라운 이불에 얼굴을 파묻은 채 잠을 잤을거라고 느껴졌다
이불을 치우고 아침을 식빵에 블루베리 잼을 넣어 끼니를 때우고는 냉장고에서
얼마 남지않은 우유를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차가운 우유가 목을 타고 내려가 몸 안으로 채워지는걸 느낀 후
모와 둔 쓰레기들을 집어들고 집 밖으로 나섰다.
" 흐으으.. 춥다.. "
숨을 내쉴 때 마다 증기처럼 퍼져가는 입김, 옷을 뚫을 것 만같은 차가운 바람, 문득
어제 마셨던 라떼가 생각이나 따뜻한 물로 깨끗이 씻은 다음 에단형의 카페로 걸어갔다.
거리마다 조금씩 보이는 사람들, 추운 날씨 탓인지 출근 시간을 넘긴 것 때문인지
좀 처럼 모습을 들어내지 않고 오늘도 서울의 풍경은 회색 빛만 가득하다.
저 멀리 보이는 수인, 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 같아 보였다
그런데 ..
그 뒤에 걸어오는 검은 재킷의 남성, 뭔가 수상쩍어 보이는 행동이 의심스러워 보인다
그 순간 이틀 전 엄마에게 받은 문자 내용이 생각났다.
수인들을 향한 범죄가 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 그 범죄중 가장 많은 사건이
' 수인에게 칼부림을 한다는 것 '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 예감은 늘 불행의 여신에게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어쩌면 내가 괜한 생각을 하는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뒤에서 부터 느껴지는 이 불안감과
털을 곤두세우는 알 수없는 공포심, 앞으로 저 아이에게 들어 닥칠 운명은
상상도 하지 못할거 같은 예감..
늑대가 먹잇감을 노리듯 숨을 죽이고 빠른 걸음으로 의문의 남성에게 다가갔다.
' 타박 - 타박 타박 - '
' 또각 또각 - '
내 귀엔 이제 앞의 두 사람이 걸어가는 소리, 그리고 저 강아지 수인이 통화를 하는소리 마지막으로..
남성이 품에서 차가운 ' 칼날 '이 가죽을 긁으며 나오는 소리 -
남성에게 뛰어가 뒷 목을 잡고 팔을 꺽어 버리자 들고있던 주방용 식칼이 땅에 떨어졌다
' 팅 .. 티딕 - '
' 아악 ! '
남성은 저항하며 나를 밀쳐내곤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 니 **도 쓰레기냐? '
남성은 땅에 떨어진 칼을 잡고 나에게 휘 둘렀다
그의 몸은 격하게 요동치고 날카로운 칼날은 허공을 벤다
' 잠시만.. 뒤가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 ? '
강아지 수인은 뒤를 돌아 보았고 이내 칼부림을 하던 남성도 강아지 수인을 보고야 말았다
' ** 다 뒤져!! '
남성은 칼을 바로잡고 강아지 수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더 이상 그를 막을 방법은 남아있지 않았다
단 한가지를 제외하곤 말이다.
강아지 수인의 손을 잡아 품에 안았고, 남성이 겨누는 날카롭고 차가운 칼날은 나의 뒤에 있었다
' 콰직 - '
날카롭고 차가운 칼날이 내 몸을 뚫었다
나의 몸을 뚫은 자비없는 날은 내가 숨을 쉴때 마다 정신을 잃을 듯 한 고통을 안겨주고
내 몸에 흐르는 검붉은 피는 내 옷과 털을 적셔왔다
눈 앞이 흐려지다 못해 보라색 나비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내 모든 세상에 검은 블라인드가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