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그림자 - 기억의 파편을 향해
# 나의 육체가 회색 빛 도시속에 잠기고, 의식은 흐려지고 몸과 마음이 움츠려진 채
심해 속 제일 깊은 곳으로 떠내려 가는 기분이 들었다.
회색 빛 거대한 파편들은 공중에 떠 있고 난 그 파편중 한 곳에 앉아
여린 흰 꽃 한 송이를 꺾어 향기를 맡곤 주변을 둘러본다
" ... 여긴 어딜까..? "
새하얀 옷, 몽환적인 이 공간, 어쩌면 난 이미 죽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보니 그것도 나름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하루를 고통으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죽어 버린다면..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흰 꽃이 내게 속삭인다, 쫑긋 세운 귀를 가까이 하자 흰 꽃의 목소리가 들린다.
(흰꽃) " 아래.. 아래를 봐.. 아래..아래를 봐..ㅇ...ㄹ "
아래를 쳐다보니 어둡고 자욱한 검은 연기 사이로 또 다른 내가 서 있었다
또 다른 자신은 나를 쳐다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고, 검은 연기가 서서히 사라지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고통에 울부짖다 죽어버린 사람들, 또 다른 자신의 손은 검붉은 피로 물들여 있었고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흐느꼈다 매우 슬프게, 원통하게, 자신의 팔을 잡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할퀴면서..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끼면서 울부짖는다.
손에 잡고 있던 흰 꽃이 다시 속삭였다.
(흰꽃) " 쟤는 누구 일까? 다른 사람일까? 아니면 저게 바로 너의 모습 일까? 아...니..ㅁ.. "
흰 꽃은 금세 따뜻한 햇빛에 말라버리곤 추한 검은색으로 변해 버렸다
살랑이는 작은 바람에 꽃의 형체가 부서져 날아가 버렸다.
파편에서 떨어져 밑바닥으로 내려와 또 다른 자신의 상처입은 팔을 살며시 잡아주었다.
또 다른 자신은 놀라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내 모습이 비친 보라색 눈동자, 부르르- 떨리는 몸
품에 안고는 어느덧 속삭이고 있었다
" 너는 나고.. 나는.. 너라면.. 이제는 같이 웃자.. "
두려워 하던 눈을 질끈 감고 부르르- 떨던 몸은 축- 풀리곤 그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상처입은 팔과 손은 나를 감싸고, 상처나지 않은 내 팔과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공간이 뒤틀린다, 공중에 떠 있던 파편들이 밑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는
바닥과 하나가 된다.
그 의 형체가 흐려지고, 감각이 사라진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악몽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