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

그는 며칠 후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지루하기만 하던 일상에 설렘이라는 것이 찾아오자 기분이 좋아졌다.

**

"야, 야! 너 괜찮아?"
멍청이가 날 부를 이유가 있나 싶다. 빤히 쳐다보자 움찔하는 걸 봐선 날 부른 게 맞나 보다. 귀찮아 죽겠는데, 굳이 방까지 찾아올 이유는 뭐란 말인가. 괜히 짜증이 솟구쳤다. 하녀고 동생이고 죽었다 깨어난 환자에 대한 예의란 게 없어요, 참.
"뭐?"
"뭐? 네가 간덩이가 부었구나?"
"할 말 있는 거 아니었어? 빨리 끝내고 가. 나만 보면 피하는 주제에 걱정은."
"아니이, 걱정해주는 거잖아!"
라일라는 어설프게 떠봐도 다 불어 버릴 멍청이다. 한 번 떠봐야지.
"네가 언제부터 날 걱정했다고. 나 멀쩡한 거 안 보여? 무슨 독을 먹었길래 이렇게 멀쩡한 건지. 극독을 먹어서, 살아난 사람을 보고 위로는 못할망정 피해다니는 거지? "
"아, 위로나 감동의 재회는 기대도 안 했..."
"독 말고, 멍청아! 너 멍투성이에 다리는 부러져선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잖아. 산발로 집에 냅다 들이닥치는데, 다들 놀랐다고! "
"뭐, 그게 무슨 개...."

이것 또한 ''''''''''''''''''''''''''''''''찾으면 안 되는'''''''''''''''''''''''''''''''' 기억인지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뭐지, 분명 내 다리는 멀쩡한데?
분명 뭘 찾아야 한다고....이 집에 왔다고....했는데?
내가 다친 상태로 찾을 만한 물건은 이 집에 없다. 물론 내게 존재하는 기억 상으로는. 생각치도 못한 큰 수확이다.
시야가 바닥과 가까워지는 와중에 둘째놈의 째지는 듯한 하이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 시끄러워.

그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옆에 있는 인영이 테오이기를 바라며 눈을 뜨니, 역시나 라일라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만 예쁜 멍청이가 말한다.

"....괜찮아?"
"안 어울리게 웬 걱정. 내가 알아서 할거야."

난 저 멍청이 말은 믿을 수가 없다. 아니, 테오를 의심하는 일이 싫은 건가?

내가 제정신었다면 이렇게 편협하고 단정적인 사고를 그만두고 두 의견을 비교하고 더 캐물었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간절히 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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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3-08 09:19 | 조회 : 429 목록
작가의 말
stande

짧죠...? 삽화 넣으려고 했는데 올라가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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