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

남편의 이름은 테오도르 메틸엄, 그러니까 공작이었다.
그러니 고작 졸부에게 날 시집보낼 생각을 하던 부모님도 얼씨구나 하고 결혼을 허락해 주셨겠지. 다 이해했다.
당장은 불가능할 것 같지만 몸 상태가 회복되면 과거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 몸 상태로는 그 끔찍한 두통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만, 그래도 일부러 기억을 말소시킨 놈에 대한 오기로 찾기로 했다.완벽히 멀쩡해지려면 좀 걸리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지금은 모순적일지라도 훗날 기억 찾을 일은 잊은 채 이 고요를 오래 즐기고 싶었다.

*

그렇게 생각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남편, 아니 테오로드가 날 찾아왔다고 했다. 아직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 긴장한 상태에서 하녀들이 날 거울 앞에 앉혔다. 환자에 대한 배려도 없는 치장으로 기절한 척 할까 싶을 때쯤 그가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를 보자 상한 기분이나 귀찮음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쓸려 나가고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긴장한 건지 그리웠던 건지 모를 감정들이 갑작스레 휘몰아쳤다. 머리와는 별개로 몸이 먼저 반응했다.
"테오...도르?"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교양도 잊은 채 벌떡 일어나자 눈에 고인 눈물이 함빡 떨어졌다. 그는 내가 진정할 때까지 옆에서 자상히 기다려 주었다. 첫인상이라는 것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내게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폭풍 같았으며 태양 같은, 정열적이면서도 자상한 좋은 사람이었다.

진정이 되자, 난 그에게 상황 살명을 하려 했다. 뭐 기억을 잃었다, 당신을 잊었다 같은 그런 것들 말이다. 그것 말곤 딱히 할 말도 없었다.
"저...공작님, 제가..."
"응? 왜 그렇게 딱딱하게 불러. 내가 싫어진 건 아니지?"
눈을 처연히 휘며 다급히 묻자 내가 다 미안해져 생각도 정리되지 않은 말을 급히 꺼냈다.
"아....제가 몇 년 간의 기억을 독을 마신 후 잃어버려서 테오도르에 관한 기억이 없어요. 음, 그러니까.... "
"테오라고 불러, 리지."
묘하게 강압적인 듯한 말투였으나 지금은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직감적으로 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지금 빈말이라도 이성적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이며 근거도 뭣도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거다. 나도 알지만, 그런데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를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뇌를 잠식했다.
예의범절도 없었고 그에 대한 배려도 기시감도 무시한 그런 말을 그에게 당장 말해야 한다는 그런 직감에, 두서없이 뱉었다.
"....리지, 리지, 듣고 있어?"
"테오, 나랑 같이 돌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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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3-07 17:11 | 조회 : 467 목록
작가의 말
stande

이 글은 그냥 생각난 걸 바로 적어버린 거라서 뜬금없이 잠수타거나 수정되거나 할지도 몰라요.다른 분들꺼 읽으시다 보면 스리슬쩍 돌아올 거예요. 우선 첫 글이니 구린 결말이어도 완결은 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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