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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야! 너...!!! "


" 안녕. "


" 안녕? 안녀어어어어엉? 너 아까 내 전화 잘도 씹었겠다? "


" 그래서? "


" 오늘은 내가 널 아주 콱...!! "


" 콱? "


" ....콱..... "


" 콱 뭐? 해보자는 거냐? "


" .....아니... "


" 새끼, 김 빠지게. "


" ...나도 복싱을 배우든가 해야지, 이러다 화병나서 일찍 죽겠네... "





단발 머리의 여자가 툴툴거리자, 긴 머리의 여자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후려쳤다.

단발 머리는 아프다며 소리를 질렀지만,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긴 머리의 여자였다.


그녀들은 아까의 그 골목길에서 겨우 10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공원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단발 머리의 여자는 긴 머리의 여자를 보자마자 보복할 듯이 입을 열었지만 긴 머리의 여자는 포스가 대단했기에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녀들은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긴 머리의 여자가 들고 있던 커피를 나누어 마셨고, 단발 머리의 여자는 긴머리의 여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흠칫한다. 단발 머리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 야, 설혜야! "


" 뭐. "




긴 머리의 여자, 설혜가 고개를 돌리며 무심하게 대꾸한다. 단발 머리의 여자가 손을 과장되게 떨며 그녀를 삿대질한다.




" 너... 너 다쳤어? "


" 왜. "


" 볼에 왠 피가 그렇게... 게다가 너 지금 렌즈도 안 꼈잖아! "




여자의 말에 설혜는 자신의 볼을 손으로 쓰윽 훑었다.

피가 조금 묻어있었는데, 이것은 딱 봐도 설혜의 피가 아니였다.

아무래도 아까 그 전쟁을 치르면서 남자의 피가 설혜의 얼굴에 튀었나 보다. 실제로 설혜는 지금 아무데도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설혜의 폭행이라고 봐도 되지만 말이다.

설혜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재수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단발 머리가 건네준 물티슈로 미친듯이 닦아낸다.

뭔가 데자뷰라도 일어난 느낌에 설혜는 그 피를 다 닦자마자 물티슈를 바닥에 팽개친다. 그리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 내 피 아니야. "


" ....그럼 누구의 피더냐... 설마 너 또 죄 없는 행인들을 고깃덩이로 만든 건 아니지? "


" 글쎄. "


" ..제발 이럴 때는 거짓말이라도 아니라고 해주라.... "


" 새삼스럽게. "




설혜는 미간을 꿈틀거리더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단발 머리는 그녀와 그녀가 내민 손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금방 알아차렸는지 자신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방에서 거대한 거울을 하나 들더니, 설혜의 눈 앞에다가 냅다 가져다 댄다.




" 빨리 끼워. 누가 보면 어쩌려고... "


" 내 눈 한 두번 보냐? "



설혜가 시큰둥하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렌즈통을 꺼내들자, 단발 머리는 잔말말고 빨리 끼우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녀는 렌즈통에서 갈색 컬러 렌즈를 집어들고 눈에 단숨에 집어 넣었다. 여자는 한숨을 쉬면서 거울을 다시 가방에다 넣은 뒤 대꾸했다.



" 나야 여러번 봤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잖니? "


" 누가 들으면 내 눈이 병신인 줄 알겠다. "



설혜의 말에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는 단발 머리였다.

그래, 아니지. 넌 병신이 아니지. 그저.. 남들과 살짝 다를 뿐이지.

설혜가 눈을 껌뻑거리면서 여자를 바라보자, 단발 머리는 재빨리 공상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설혜의 커피를 움켜쥐고 꼼지락 대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아깐... 미안. "


" 또 뭐가. "


" 네 의견도 묻지 않고 마음대로 최민욱이랑 약속 잡은 거... "


" 알면 됐다. "




설혜는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커피를 빼서는 한 모금 마시더니 대꾸했다. 여자는 그런 설혜의 모습에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참 캐릭터 하나는 독특하다니까...

여자는 장난스레 미소를 띄웠다. 마음이 훨씬 가벼워 졌다.



" 잠깐, 너 설마 걔 앞에서도 렌즈 안 끼운건 아니지? "


" 공원에서 잠깐 조는 바람에 뺐네요. "


" ...지랄. 졸기는.... 퍼질러 자더구만.. "


" 다 봤으면서 뭘 물어. "


" 하여간 지는 법이 없어요. "



여자가 입을 삐죽 대면서 다시 설혜의 손에 있던 커피를 빼앗아 든다.

설혜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곧이어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다.

커피를 마시던 단발 머리도 놀라서 벌떡 일어났지만, 설혜가 손을 들며 제지했다.



" 으음. 따라올 생각이면 관 둬. "


" 됐네요. 어디 가는데? "


" 내일 개학이잖아. "


" 근데? "


" 치마 늘려야지. "


" 아, 그래. 그래야.... 뭐?!! 미쳤어?! "



여자가 쉽게 수긍을 하다가 경악한다. 설혜는 예쁜 이마에 주름을 팍 잡으며 인상을 구겼다.



" 아, 귀청아... "


" 치마를 늘린다고? 도대체 왜? "


" 문제 있냐? "


" 있지. 아주 큰 문제! 넌 어째 학년이 올라갈수록 치마가 길어지는 것 같냐? "


" 학년이 올라가니까 치마를 늘리는거지. "


" 그게... 무슨 논리야... "



여자가 황당한 눈으로 설혜를 바라보자, 설혜는 뭐가 어떻냐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참.... 캐릭터 하나는... 좀 많이 독특하네....

여자가 말문이 막혀서 입을 뻥긋대던 그 때, 설혜는 아무 말 없이 손을 흔들면서 뒤로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자가 다급히 소리쳤다.



" 야! 너 진짜 늘리게? "


" 그럼 가짜로 늘려? "


" 너 설마 키가 더 컸다거나 그래서 늘린다는건 아니겠지?!! "


" 빙고. "


" 으악! 너 그러다 전봇대 된다고 이 년아!!! "


" 아 씨발 뭔 상관이야!! "



가까이에서 하면 될 얘기를 굳이 멀찍이 떨어져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대화하는 그들이였다.

누가 봐도 그녀들은 반 쯤 미친 것처럼 보였다.

설혜가 여자의 말을 무참히 다 씹어먹고 모습을 감춰버리자, 여자는 뚱한 표정을 짓더니 커피가 있던 일회용 컵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넣어 버린다.

그 때, 무언가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그녀는 히죽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으로 번호를 눌렀고, 곧이어 신호음이 가면서 전화가 걸렸다. 여자가 사악한 표정을 짓는다.

신호음은 몇 번을 이어지다가 곧이어 끊겼고, 한 남성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 예. 여보세요. ]


" 아, 아저씨! 저예요! "


[ ...가연 씨? ]



단발 머리의 여자, 가연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반갑게 소리쳤다. 반면, 전화기 너머의 남성은 가연의 전화가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 아저씨.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


[ 네? 다짜고짜... ]


" 간단한 부탁 하나면 돼요. 네? "



가연이 간곡하게 부탁하자, 그녀의 말을 듣고서는 조금 뜸을 들이는 남성이었다. 남성은 고민하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 뭔데 그러십니까? ]



목소리의 말에 가연은 또 한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눈독 들이던 카나리아를 막다른 길에 몰아세운 고양이 같았다.


가연은 목소리 톤을 낯추고 조용히 그에게 속삭였다



" 혹시, 오늘 밤에 문을 안 잠가 주실 수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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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17 15:47 | 조회 : 1,146 목록
작가의 말
비제르

너무 늦었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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