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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좋아해! "




........?












" 푸웁ㅡ! "


입안에 들어있던 오렌지주스가 공중에 격렬하게 뿜어졌다.

참을 수 없는 기침이 그녀의 목구멍 까지 치솟았고 그녀는 결국 숨이 넘어갈듯 콜록거렸다.

그녀는 다시 한번 손에 들린 주스를 꿀꺽꿀꺽 마신 뒤,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겨우 기침을 멈추었다. 그녀는 숨을 가다듬으며 남자를 째려봤다.




" ...뭐가 어떻다고? "


" 널..좋아한다고. "


" 돌았구나? "


" 지..진심이야... "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진 남자는 그녀의 기에 눌려서 웅얼거렸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말 없이 주시했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남자애에게 조금은 부드러워져도 될것을....

하지만 워낙에 쌀쌀맞고 무뚝뚝한 그녀이기에 그런 모습은 전혀 보여질 리가 없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주스가 담긴 유리컵을 빠르게 두드렸다. 그녀는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거절한다. "


" 왜..어째서? "



남자가 예상치 못한 답변에 얼굴을 찡그리더니 급하게 물었다.



" 이유 따위..없어. "



여자가 의자에서 드르륵 일어났다.

여자의 어조는 약간의 갈등도 담겨 있지 않았지만, 오히려 남자는 희망이 없을리가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신도 벌떡 일어섰다. 남자가 이해가 안된다는 눈을 했다.




" 도대체 왜? 내가 어디 모자르기라도 해? "



사실 이 말은 남자의 당당함을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말이었다.

남자는 또래보다 큰 키에 공부도 잘했고, 운동도 잘했고, 외모도 출중한 편이였기에 나름대로 학교에서는 인기가 있었다. 그랬기에 남자는 그녀 앞에서 당당하게 고백했고,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 걸, 남자는 자신이 차였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다는 듯 그녀를 붙잡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 말이 도리어 성냥에 라이터를 갖다대는 격이 되어버렸다. 여자의 표정이 확 찡그려지기 시작했다.




" 이유 같은 거 없다고 새끼야. 두 번 말해야 알아들어? "


" 설... "


" 계산은 이미 해놨어. 간다. "



여자는 그렇게만 말하고 가게를 바람처럼 나가버린다.

그 자리에서 멍하게 서있던 남자는 의자에 다시 털썩 주저앉으며 좌절했다.


남자는 여자를 꽤 오랫동안 짝사랑 해왔었다.

그래서 학교 과학 과제물을 핑계 삼아 카페로 불러내 멋지게 고백하려고 했건만... 가기 싫다고, 바쁘다고, 피곤 하다는 그녀를 다른 여자애에게 부탁해 이 곳으로 불러낸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들었던가. 그런데 이렇게 끝나버리다니.


남자는 그녀가 가게의 유리창 너머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무력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걸음걸이부터가 남들과 확연히 달랐다. 당당하면서도 소리 없이 움직이는 발걸음. 그녀는 마치 귀신처럼 발소리가 없었기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깜짝 깜짝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곤 했다. 남자는 그러한 그녀의 모습마저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멋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는 그런 그녀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포기하진 않겠노라고 마음을 먹었다.









한편, 그 시각.



[ 그게 먹고 튀는거지 뭐야! ]


" 입 다물어. "


[ 계산만 하면 다냐? 주스는 공중에 분사해놓고? 고백이라도 받아주던가! ]


"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


[ 야, 니가 무슨 온실 속의 화초냐? 걔가 부족한 게 뭐있다고 뻥 까버려. 엉? 너 좋다는 애들은 줄을 섰는데 계속 철벽만 치면 너 그대로 쭉 모태솔로인거야. 그 무서운 모태솔로가 된다고! ]


" 적반하장이군. 그렇게 아까우면 니가 사귀면 되잖아? "


[ 병신아,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 ]


" 시끄럽고, 전화 오니까 끊어. "


[ 뭐? 야! 반설....! ]





뚝.


여자는 친구가 전화기 너머로 뭐라고 소리를 지르던 아랑곳하지 않으며 전화를 끊었다. 친구가 하도 나가보라고 성화여서 억지로 나온 카페였는데, 결국 친구는 그 남자가 자신에게 고백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아직도 칼칼한 목을 가다듬으며 들어오는 전화를 잠시 바라보았다.

발신자 제한 번호였는데, 그녀는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가는 듯 한적하고 조용한 골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골목길로 들어서자 마자 그녀의 눈빛이 살짝 심오해졌다.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동시에 녹음 버튼도 누른 다음에야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댄다.








" 뭐야. "




[ ..일이 들어왔는데. 할거야? ]


" 싫어. 귀찮아. "


[ 호오. 지금 랭킹이 제일 위라고 실적을 무시하는건가? ]


" 정보 관련된 거 아니면 끊어. 니 일이나 잘하라고. "


[ 어이가 없군. 회장 신상은 애초에 클라믹이 맡았던 일 아니던가? ]


" 요즘 어조가 자꾸 베베 꼬아진다? "


[ 허, 그럴리가. 죽기 싫으면 니 앞에서는 벌벌 기어다녀야지. 안 그래? ]





전화 너머에서 실성한 듯이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웃기지 않다는듯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였다. 목소리는 한참동안이나 그녀가 아무 반응이 없자, 굉장히 무안한듯이 갑자기 웃음을 뚝 멈춘다. 목소리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 보스가 전해달래. 3일 안에 한번 복귀하라고. ]


" 왜. "


[ ' 회장 마저 때려 죽여야지. ' 라고 하시는데? ]


" 아, 귀찮게.. "




그녀는 잠시 불만족스러운 마음에 말끝을 흐리며 침묵했다. 그녀는 사람 뒷꽁무니나 쫓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였기에 딱히 마음에 드는 임무가 아니였다.

하지만 그녀는 동시에 괜찮은 생각이 떠오른듯 바로 마음을 고쳐먹고 말했다.



" 알았다고 전해. 그리고... "



목소리도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이 침묵했다. 그녀는 살짝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 이번 건 일당이 좀 추가되어야 겠다고 전해. "


[ 미친. 장난해? 너 지금 일당도 어마어마하거든? ]


" .... "


[ 후.... 보스의 눈가에 주름이 하나 더 늘겠군. 끊는다. ]




목소리가 그렇게만 말하고선 전화를 뚝 끊어버리자, 녹음이 위잉 거리더니 자동으로 저장이 된다. 여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짜증스럽게 주머니 속으로 쑤셔 넣었다.


자기가 언제부터 말하고 끊었다고... 하여간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다 마음에 안 들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성질을 못 이기고 결국 발 밑에 있던 돌을 강하게 찼다.


큰 웨지샌들을 신은 상태로 저렇게 큰 돌을 차서 아플만도 하건만, 그녀의 표정은 한치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 돌은 크기가 무색하게 무슨 운석 마냥 초인적인 가속력을 보이며 담 너머로 휙 날아간다.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돌은 그대로 사라진듯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곧이어 둔탁한 굉음과 함께 걸쭉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여자는 좋지 않은 예감에 슬며시 걸음을 옮겼다.

허나, 그들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를 낮게 불러세웠다.




" 씨발... 야, 거기서라. "




여자는 오늘 따라 별 짜증나는 일이 다 일어난다며 속으로 생각했다.




" 니 년이 나한테 돌 던졌냐? "




뒤를 슬쩍 돌아보니 험상궃게 생긴 남자들만 4명 정도 서 있었다.

다들 담배를 입에 하나씩 물고 있었는데, 웃긴 것은 다들 하나같이 교복차림이라는 것이였다.


얼굴은 세상 험한 일 다 고생해본 것처럼 삭았는데 옷은 교복이라니. 이런 웃긴 장면이 또 있나 싶은 그녀였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로 돌면서 당당한 자세르 취했다. 그녀의 눈빛이 무엇인가로 번뜩이고 있었다.




" 왜, 떫냐? "


" 하... 뭐가 어째? "




이마 부분이 시퍼렇게 변한 남자 한 명이 얼굴을 찌푸렸다. 얼굴 못지 않게 그는 목소리도 띠거웠다. 아무래도 저 남자가 그 운석 수준의 돌을 맞은 모양이었다.


그녀가 그 남자를 향해 일부러 돌을 찬 건 아니였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남자를 도발했다. 마치 싸움이라도 일어나길 바란다는 듯이. 오히려 '너 마침 잘 걸렸어' 라는 태도였다. 뭐, 원래 그녀가 절대 기죽는 타입은 아니지만 말이다.



남자는 건들거리며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얼굴을 가까이 댔다. 담배는 바닥에 떨구어진지 오래였고,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든 말든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는 그녀다.

그녀는 눈을 똑바로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과 몸을 찬찬히 뜯어보던 그는 담배 냄새가 가득한 입을 비틀어 씨익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턱을 덥썩 잡았다. 그녀의 눈이 두배로 커진다.



" 흐음... 이제 보니 얼굴은 반반한데? 몸도.... "



남자는 이하 생략이라는 듯이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여자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남자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마치 그녀가 일부러 저항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남자가 자신의 허리에 손을 감자, 그 손을 잠시 쳐다보던 여자는 곧바로 남자의 턱을 똑같이 덥썩 잡는다. 그리고 그의 턱을 자신의 얼굴쪽으로 더 가까이 잡아당겼다.



그녀는 마치 그에게 키스할 듯이 매혹적인 자신의 입술을 그의 쪽으로 가져갔다.


그는 그녀가 다가오자 뭐에 홀린 듯이 흠칫하더니, 천천히 두 눈을 감고 그녀의 입술이 와 닿기를 기다렸다.


그녀의 입술은 그의 입술 쪽으로 계속 전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입술이 많이 가까워져 있을 때 쯤.... 그의 귀쪽으로 방향이 틀어진다.











" ...씨발. 변태 새끼. "


" 컥!! "




그녀는 그의 귓속에다가 나른한 목소리로 욕을 속삭인 다음, 그가 미처 그 말 뜻을 뇌로 습득하기 전에 왼손으로 남자의 복부를 가격했다.


남자는 몸을 굽히며 순간적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남자가 고개를 들어올리는 그 순간, 그녀는 틈을 주기 싫다는 듯이 바로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날려버린다. 남자는 완전히 고개가 돌아간 채로 바닥에 쓰러졌고, 입술에 피가 고인 채 정신을 잃고 만다. 그녀는 혀를 차며 정신을 잃은 그의 옆구리를 발로 퍽 찬다.





" 쯧. 미쳤군. 지 입냄새가 얼마나 독한데. "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리자, 나머지 3명의 남자들이 얼이 빠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담배도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눈 앞에서 벌어진 광경이 놀라웠는지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그녀가 그들을 향해 어깨를 으쓱이자, 그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소리 쳤다.






" 저... 저 년 잡아!! "






남자 3명이 동시에 달려들며 그녀에게 돌진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발을 뒤로 물리더니, 자세를 낮추며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남자 한 명의 경로가 그녀의 시야에 포착되자, 그 옆에 있던 또 한 명의 남자, 두 걸음 뒤에 오는 마지막 한 명까지 다 스캔이 되었다.


그녀는 그들이 바로 앞까지 가까워지자 마자 벽을 짚고 뛰어오른다.


그녀의 발이 공기를 빠르게 가르더니, 곧바로 제일 앞에서 달려오던 남자 한 명의 관자놀이에 뻑 하고 명중한다.

어찌나 세게 찼는지, 그대로 고꾸라지던 그 남성에 의해 옆에 있던 다른 남자도 여파에 밀려 목을 강하게 맞아 쓰러졌다.

그리고 여자는 재빠르게 달려나가 나머지 한 명의 남자를 향해 뒤 돌려차기를 날렸고, 그는 그녀의 발에 옆구리를 정통으로 맞아서 소리 없이 끙끙거리며 주저 앉았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녀는 옆구리를 잡고 고통을 참아내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홱 잡고 그녀의 눈높이까지 끌어올렸다.


그녀는 키가 굉장히 컸기에,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한참을 끌려 올라왔다. 남자의 몸을 머리채만 잡고 한 손으로 들어올리는 그녀의 완력도 가히 대단했다.

남자는 눈을 간신히 뜬 채 자존심이 구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이를 바득 갈더니, 마지막 힘을 짜내듯 우렁찬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뻗는다. 그들의 거리는 굉장히 가까웠다. 다시 말해서, 절대 피할 수 없는 거리였다.



" 으아아아아!! "



남자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여자의 복부 쪽으로 날아간다. 여자는 주먹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숨을 훅 들이쉬며 남자의 머리채를 확 놓았다. 하지만 이미 늦은 듯 남자의 주먹은 계속 날아가고 있었다. 여자는 조용히 작은 실소를 터트렸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그 주먹을 낚아채며 왼손으로 남자의 명치를 도리어 후려친다.


하나, 둘, 셋, 넷..... 여자의 손은 멈추려는 기색이 보이질 않았다. 그녀는 그의 명치를 연타하며 묵직하게 주먹을 휘둘렀고, 남자는 여자의 주먹을 한 번 맞을 때 마다 연신 기침을 하며 헛구역질을 했다.


남자는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이대로 계속 맞다가는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여자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어찌나 차가운지 명치의 고통이 그녀의 표정에 의하여 두 배가 되었다. 남자는 눈 앞이 아찔해져서 거의 반 쯤 혼절을 했고, 그제서야 그의 몸을 너덜너덜하게 하던 주먹을 거둬들이는 그녀였다.


남자는 바닥에 털썩 쓰러져 무릎을 꿇고 쿨럭거렸다. 그리고 남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분해서가 아니였다. 그는 그저 두려울 뿐이였다. 그는 그녀가 두려워 미칠 지경이였다.


그녀는 여전히 오한이 드는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이 만신창이가 된 그들 앞에서 지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10만원짜리 수표를 꺼내 바닥에 던져준다.

마침 깨어나고 있던 나머지 이들도 그 수표를 보더니 놀란 토끼눈을 하면서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혀를 쯧쯧차면서 뒤로 휙 돌아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녀는 걸어가면서 기지개를 쭈욱 킨다. 그녀의 몸이 잠시 멈칫하더니, 곧이어 나른한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송곳처럼 꽂혔다.





" 치료비로 써. 확실히 펀치나 두더지게임보다는 재밌네. "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다시 한 번 짧게 실소를 터트렸다.


그녀의 눈빛에서 번뜩이고 있었던 것은, 바로 '잔혹함' 이었다.


잔인함을 뛰어넘은, 그러한 잔혹함.













" 스트레스 풀어줘서 고맙다, 두더지 새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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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06 17:47 | 조회 : 1,134 목록
작가의 말
비제르

참고로 장르는 판타지로맨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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