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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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놔. "


" 쿨럭...쿨럭....허억....! "




남자의 입에서 진분홍색 액체가 홍수처럼 쏟아져 바닥을 물들였다.

고급스러운 바닥은 다시 쓰려면 여자 열댓명은 달려들어서 밤새 지워야 할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거의 핏덩어리가 된 남자는 너덜너덜한 몸뚱아리를 힘겹게 비틀었다. 그는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려는 듯이 저 멀리 치워져 있는 권총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얼마 못가 가죽 부츠를 신은 발에 짓밟힌다.

남자는 비명을 질렀고, 남자의 비명이 길어질수록 그 발은 밑에 있는 손을 힘주어 으스러뜨렸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자 남자는 거의 울 듯이 소리를 쳤다.



" 흐윽...도대체 원하는게 뭐야!!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돈이야? 돈이 문제야? 얼마를 원하길래 이래!!!! "


" .... "



하지만 발의 주인의 표정은 오히려 더 차갑고 잔인하게 굳어질 뿐이였다. 남자는 그의 표정에 띄워진 잔혹함을 보고는 하다못해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 쿨럭..돈은 얼마든지 줄께요...헉..헉....그러니까 이 발만 좀 치워줘.....어?.. "


" ... "


" 진짜 죽을것 같단 말이야!!! "


" 그러니까 그 메모리 카드를 넘기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



발의 주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는 표정을 더욱 험악하게 굳히더니 단검을 손으로 훑었다. 그 손은 마치 베인 것처럼 붉게 물들었고, 피가 뚝뚝 떨어지도록 손으로 훑어내자 단검이 새 것처럼 광채를 되찾았다. 그 단검을 치켜들자, 남자가 도와달라는 듯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 으....으..으아아악!! 사..살려줘! 제발 살려줘! 제발!!! "


" 그렇게 소리쳐 봤자 밖에는 아무도 없어. 내가 다... "



그는 손에서 흐르는 피를 여유롭게 쳐다보더니 그 손을 남자의 이마에 갖다댔다. 피가 그 사람의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타고 내려가 남자의 이마에 툭툭 떨어졌다.





" 죽였거든. "



" 마..말도 안 돼..하지만.... "


" .... "


" 그 메모리 카드는...어제 저녁에 회장님께 넘겼단 말이....으아악! "


" ... "


" 으아아아아악!!!!!! "


" ..되게 시끄럽네. "





탕ㅡ!!


남자의 눈이 초점을 잃고 힘 없이 도르르 굴러갔다.

그 사람은 남자의 쇄골에 단검을 박아 넣었지만,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쉽게 죽지 않자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그러더니 가슴팍의 총집에서 권총을 꺼내들어 단번의 남자의 코를 명중시킨다.


완벽하게 즉사했다.

미련이 없는 눈으로 일어선 사람은 살며시 그 남자의 양복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고, 곧이어 핸드폰을 찾아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얼마 가지 않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끊기며 한 남성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온다.



[ 여보세요. ]


" 여, 바로 받네. "


[ ...보스라고 부르라 했을텐데. ]


" 니 호칭 따위는 알 바 없고, 실패야. "


[ 뭐? 신기하군. 니가 임무를 실패하는 날도 있다니..... ]


" 이 새끼가 죽기 전에 자백하더라고. 회장에게 어제 저녁에 넘겼다는데? "


[ 이것도 별일이네, 클라믹의 정보가 어긋나다니. 귀찮게 됐군... ]


" ...그쪽으로 회장 번호랑 자료 전송할테니 바로 봐. "


[ 어떻게? ]


" 사장 핸드폰인데 그 정도는 있겠지. "


[ ...그래. 수고 했다. 일당은 통장에 바로 입금될거다. ]


" 10원이라도 모자르면 죽여버릴거야. "


[ 그래. 알았어. ]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뚝 끊겼다.

그 사람은 핸드폰에 담긴 메모리를 통쨰로 전송해버렸고, 귀찮은 듯이 그대로 폰을 던지고 총으로 작살을 냈다.

핸드폰의 잔해가 걸어가는 부츠에 밟혀 가루가 되었다. 그 사람은 걸어가다 말고 근처 창문에 시선을 돌렸다.

벌써 하늘이 불그스름한게 동이 트려나 보다. 그 사람이 창문을 열자 치렁거리지 않도록 높게 올려 묶은 머리가 바람에 나부꼈고, 그 사람의 입술에 튄 피가 바람에 서서히 말라갔다. 그는 입술을 살짝 핥더니, 곧바로 표정을 구기며 침을 뱉는다.



" 거, 더럽게 맛없네. "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눈부신 아침이 세상을 굽어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아침은 이들까지 굽어살피기에는 너무 밝았다.




지나치게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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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05 13:32 | 조회 : 1,423 목록
작가의 말
비제르

자유연재 입니다. 잘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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