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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3인칭 시점(설혜의 복싱부 후배 진희)














내 이름은 김진희. 17살로 화인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1학년이다.



나는 온갖 격투기와 예체능들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우리 화인고에서, 단언컨대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복싱부’의 일원이다.


...뭐, 복싱부는 아무나 가리지 않고 다 받아주는 몇 안 되는 부서 중 한 곳이라 부원으로 들어갔다는 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게 어디인가. 들어가서 잘하면 되는 거다.

아직 주목받을 만한 실력을 보여주기에는 까마득히 멀었으나, 이 부서에 소속되어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왠지 성장하는 기분이었다.

그래, 지금 당장 못하는 게 무슨 큰 대수라고.







“ 으앗?! ”







사람들이 너무 북적대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인파에 휩쓸리던 중, 누군가의 발로 추정되는 딱딱한 물체에 발이 턱 걸려버렸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아, 여기 아스팔트인데....


그렇게 무력하게 뒤로 기우뚱하며 충격에 대비해 이를 악 물던 순간, 한 손이 번개처럼 홱 나타나더니 내 허리를 강하게 감싸고 앞쪽으로 끌어당긴다.

나는 허리에 감겨있는 누군가의 팔을 얼떨떨하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키가 보통 큰 사람이 아닌 건지 나는 고개를 한참 들어 올리고 나서야 그 사람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나는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


재윤 선배였다.







“ 괜찮아? ”







선배가 나를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정말이지, 개인적으로 괜찮은 분이라고 생각했다.


잘생긴 얼굴에 훤칠한 키, 복싱 실력도 수준급인 선배는 우리 복싱부에서도 알아주는 복싱 광이었다.

보통 때는 무뚝뚝하시지만, 이럴 때는 어떻게 보면 참 다정한 선배 같다.


나는 재윤 선배가 나를 일으켜 세워줄 동안 땅에 시선을 박은 채 미동조차 않으며 얼굴을 붉혔다.


이건 정말 비밀인데, 나는 꼭 이상하게 잘생긴 얼굴만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손이 떨린다던가, 말을 더듬는다던가, 얼굴이 빨개진다던가...

선배가 나를 놔 주실 때 이미 오른손은 사정없이 부들부들 떨리는 중이었다.

나는 혼미해진 정신으로 간신히 웅얼거렸다.







“ 네....네. 감사합니ㅡ ”



“ 이재윤! ”






나와 재윤 선배가 동시에 깜짝 놀라서 소리가 들린 맨 앞 선두 쪽을 바라보았다.


사실 우리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다.

맨 앞 선두에 서서, 40명이 훌쩍 넘는 부원들을 거리낌 없이 이끌 수 있는 부원은 복싱부에서 단 한 명 뿐 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호기심에 재윤 선배에게 가려진 선두 쪽을 보기 위하여 고개를 기울였다.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칠흑같이 검은 긴 생머리와 완벽한 이목구비, 냉정하고 강인한 얼굴. 큰 키. 주위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절대적인 포스.



설혜 선배였다.







" 아, 갈게. “







설혜 선배가 부르자, 재윤 선배는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휙 가버린다.

재윤 선배의 표정이 방금 전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뭐랄까, 얼굴에 태양이 뜬 것 같달까? 재윤 선배의 얼굴은 언제나 설혜 선배와 함께 있을 때 빛을 내뿜었다.


앞으로 달려간 재윤 선배가 머리를 긁적이며 뭐라고 얘기하자 설혜 선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재윤 선배를 툭 쳤고, 그와 동시에 재윤 선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두 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또 넘어질 뻔했다.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란 말이지...


나는 주변에 연신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며 복싱부원들의 뒤꽁무니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서서히 사람이 줄어들자 나는 다시금 선배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재윤 선배가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선 설혜 선배가 피식 실소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새삼스레 설혜 선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작게 탄성을 질렀다.


나는 우리 복싱부 선배들 중에서 설혜 선배를 가장 존경하고 있다. 물론, 그건 다른 부원들도 마찬가지리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설혜 선배는 뭐 하나 단점이랄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선배는 이 근방 지역 사람이라면 모르는 고등학생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예쁘셨다.

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냐고 묻는다면... 같은 여자도 반할 정도라고나 할까?

어떻게 머리가 저렇게 검고, 피부가 저렇게 하얗고, 눈이 저렇게 맑고 클 수가 있을까.. 거기다 키랑 몸매는 말 할 것도 없다.


하지만 선배의 외모보다도 더 선배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단언컨대 복싱실력일 것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생각처럼 보이겠지만, 적어도 내 생각엔 설혜 선배의 실력은 국가대표 챔피언 못지않을 정도였다. 힘이든 스피드든, 어느 쪽이든 말이다.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간단하다.


나는 내가 복싱부에 들어온 이래 약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선배가 땀을 흘리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얼마 전엔 30분 만에 복싱부실에 있던 샌드백 5개를 모조리 터트려버리셨는데. 이 정도만 해도 근거는 차고 넘칠 것이다.


아, 선배가 남들에게 유명한 이유가 또 하나 더 있다. 바로 그 얼음장 같은 성격.


사실 내가 선배를 동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선배의 냉정함과 강인함, 그리고 당당함 때문이었다.

선배는 그 누구에게도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지 않았고, 매사에 냉철함을 유지했다.

정말 어떤 때에는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냉정하실 때가 있는데, 그 땐 정말 무서워도 너무 무섭다. 뭐랄까, 자신에게 겁도 없이 나대는 파리를 향한 맹수의 눈빛이랄까.

그 눈빛 정도는 괜찮다. 무섭지만 그 정도라면 아직 선배가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분노라는 거다.


하지만 만약 선배의 눈에 초점이 없다면... 그 땐 사력을 다해서 피해야 한다. 이건 이번 1학년 신입생들에게 안의준 선배가 알려주신 가장 중요한 조언이었다.

선배가 말에 따르면, 그 눈을 한 설혜 선배는 몇 주를 굶주린 식인귀도 씹어 먹을 수 있는 상태와 다름없다고 한다.



뭐, 이렇게 가끔 정신 줄을 놓으실 때를 제외하면... 정말 여러모로 동경할 수밖에 없는 분이셨다.


그래서 그런가, 거의 전교생이 설혜 선배를 짝사랑이라도 하는 것 같다.

저기, 저 지금도 설혜 선배를 쳐다보느라 제대로 앞도 보지 않고 걸어가는 최민욱 선배처럼.







“ 자, 주목! ”







그 때, 일행들이 걸음을 멈추자 나도 간신히 걸음을 멈춘 뒤 소리가 들려온 앞을 쳐다보았다.

앞에는 왜인지 단상이 하나 있었는데, 그 위에 의준 선배가 위풍당당한 얼굴로 서 있었다.


의준 선배가 자신의 옆에 있던 전학생 유현 선배와 재윤 선배께 너희들도 올라오라며 징징대지만, 선배들은 쪽팔린다며 의준 선배를 외면할 뿐이다.


그러자 대번에 시무룩해진 의준 선배는 이윽고 방실방실 웃으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 모두들, 오늘이 어떤 날인지는 알고 있겠지? ”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의준 선배와 눈빛을 교환하던 재윤 선배가 말했다.







“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으니, 이제부터 갈라지도록 하자.

우리 다섯 명은 경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실로 이동할거고, 너희는 관중석 중에서 관계자들이 앉는 특별 관중석으로 가서 앉도록 해. 알아들었지? ”







여기저기에서 대답소리가 들린다. 나는 알아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재윤 선배를 비롯한 모든 복싱부원들의 눈이 한 사람에게로 쏠린다.

마치 한 마디만 해달라고 하는 것처럼.


잠시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갑작스레 느껴지는 눈빛들에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 설혜 선배였다.


선배는 팔짱을 끼고선 잠시 생각에 잠기시더니 별안간 우리를 다시금 바라보셨다.


선배의 입이 조용하게 움직인다.







“ ...이기고 오겠다. ”







잠시 동안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곧이어 선배의 이 마법과 같은 말 한 마디에, 부원들이 동시에 환호성을 지르며 기합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다른 관중들이 우리를 이상하게 보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것은 우리만의 단합이었다.

나는 새삼 행복감에 젖어 부원들과 함께 발을 구르고 환호성을 질렀다.


점점 환호성이 커지자, 의준 선배가 씨익 웃으면서 소리쳤다.







“ Boxing will make us beautifully! (복싱은 우리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리라!) ”



“ Forever and ever!! (그 언제까지나!!) ”







그리고 우리들도 복싱부 만의 대답으로 쩌렁쩌렁하게 화답한다.

이 대사는 작년부터 존재했다고 하던데, 낯간지럽긴 해도 썩 마음에 드는 구호다.


꼭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선배들은 들어가 버리고, 우리들도 곧 특별 관중석으로 서둘러 뛰어가서 자리를 잡기에 이르렀다.


경기 시작까지는 5분 좀 넘게 남았다.

선배들과 헤어진지는 20분 정도 되었으나, 관중들이 생각보다도 너무 많아서 돌아다니기가 버거워 이제야 착석했다.

나는 겨우 한숨을 돌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화인고와 일신남고의 복싱경기를 보기 위하여 모였다. 관객은 어림잡아서 대충 2천명 정도 되어 보인다.

거기다 제일 앞쪽, 링 바로 옆 심판대 뒤에 자리 잡고 있는 카메라들이 카메라맨들에 의해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우리가 이 지역에서. 그리고 방송국에서 촬영하러 온다고 할 만큼이니 전국에서 알아주는 복싱부라는 건 절대 과언이 아닌가 보다.

새삼 뿌듯한 마음이 가슴 한 곳을 따스하게 채운다.


우린 이길 것이다. 아니... 이긴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우리의 기둥이 지금 준비 중이니까...




그렇게 경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내 옆자리에 털썩 앉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2명의 남자가 검은 옷차림에 모자까지 푹 눌러쓴 모습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어 몸을 움츠렸다.

뭐지? 이곳은 좌석간의 앞뒤 간격이 좁아서 움직이려면 응당 기척이 나는 것이 정상인데...


저들이 내 옆자리에 앉는 바로 그 직전까지도 난 그들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그 흔한 발자국 소리마저도.



2명의 남자는 이제야 호흡을 어느 정도 진정시켰는지 크게 숨을 한 번 내쉰다.







“ 후아! 겨우 시간 맞춰 도착했네. 무슨 사람은 또 이렇게 많은 거야? ”







그 중 더 체격이 늘씬하고 호리호리한 남자가 턱에 맺힌 땀을 쓸면서 말했다.


나는 그들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째려보다가,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어 입을 연다.







“ 저기.... ”



“ 응? ”







남자가 날 돌아보는데, 모자 때문에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도 벌써부터 왼손과 오른손이 움찔거렸다.

나는 주책없이 반응하는 내 손들을 저주하며 말했다.







“ 여, 여긴...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관계자만 앉을 수 있는 곳이에요. ”



“ 그런데? ”



“ 당신들은 일반 관중석에 앉으셔야...! ”







내가 발끈하며 말을 이어가려고 하던 그 때, 남자가 알아들었다는 듯 미소를 띄우고 손을 들어 내 말을 제지한다.

내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 흐음. 관계자는 맞는데. 내가 반설혜의 남.... 아니다. 이건 심했고... 아주 친한 친구거든. ”







설혜 선배의 친구라고?







“ 아... 아, 그러시군요. 실례했습니다. ”







그래서 그렇게 기척이 없었던 걸까. 설혜 선배도 우리 학교에서는 소리 없이 움직이는 걸로 유명하니...


나는 괜히 오지랖만 핀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재빠르게 사과한다.


그러자 날씬한 남자가 다시금 씨익 웃더니 모자를 벗는다.







“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



“ ...아.... ”







나는 이번엔 할 말을 잃어서 잠시 멍해진다.

왼손과 오른손이 부들부들 떨리다 못해 경련이 일어났고, 심지어 이젠 다리로도 모자라 발가락까지 진동하고 있었다.


내 몸이 살면서 누군가를 보고 이 정도로 반응한 것은 처음이었다.


땀에 젖어서 반짝거리는 피부와 고동색과 검은색이 섞인 듯한 머리카락. 완벽한 턱과 목선, 뚜렷하고 날카로운 이목구비.

무엇보다도 사람을 홀리는 듯한 저 매력적인 눈웃음...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친다.


세상에 이렇게 생긴 사람이 있구나.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외모를 가진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구나.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빛이 나는 외모다.

내가 내 인생 17년 동안 잘생긴 남자들을 봤으면 얼마나 봐왔겠나 싶지만, 이 사람은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잘생겼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한번만 만져보고 싶은, 그런 아름다운 얼굴이다.


그가 땀에 젖은 머리를 털고 이마를 쓸어 넘기는데, 후광이 비춰지는 것 같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이러다가 뇌까지 진동하면 어쩌나 싶을 뿐이었다.







“ ....왜? ”







그가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모자를 털자, 내가 너무 그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는 자각이 들어서 다급히 말했다.







“ 아.. 아...아뇨. 아무것도... ”







젠장. 이젠 혀까지 떨리려고 하는군.







“ 긴장 풀어. 괜찮으니까. ”



“ 아... 네. ”







하지만 그의 얼굴이 너무 빛나고 있어서 쳐다보기가 힘들어 내 손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오늘 따라 내 손이 더 없이 못생겨 보일 뿐이다.







“ 아가씨, 이름은? ”







남자가 모자를 다시 고쳐서 쓰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이번엔 뒤로 쓴 모습이다.


훤히 드러나는 이마와 이목구비가 다시금 내 몸을 진동시켰다.

나는 제발 혀만은 그만 떨기를 바라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 기...김진희요. ”







좋아, 아까보다는 덜 떤 것 같아.







“ 그렇구나. 혹시 설혜와 아는 사이야? ”



“ 네....네. 설혜 선배의 복싱부 후배에요. ”



“ 그래....? ”







그가 링 쪽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의 외모로 추정되는 나이와 다르게 깔끔한 중저음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말했다.







“ 저... 실례지만 그 쪽은....? ”



“ 아, 나 말이야? ”







그가 약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난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훨씬 더 빨랐다.







“ 음... 내가 이름이 좀 많아서 말이야. 아무거나 상관 없을까? ”



“ 네? ”



“ 넌 내게 아마 본명을 물어본 거겠지만, 그건 대답해 줄 수 없어. ”



“ 에? 왜죠? ”







나는 겁 없이 물었다가 그의 표정을 보고선 바로 후회했다. 하지만 그는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 ...굉장히 위험하거든. 내 이름. ”







“ 위...험? ”



“ 처음 보는 남자 때문에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진 않잖아. 안 그래? ”







그가 웃으며 묻는데, 그에게서 나오는 기운이 내게 그렇다고 말하라고 명령하는 듯이 내 몸을 짓누르며 지나간다.


나는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그가 나에게 다시금 미소를 지어주곤 고개를 앞으로 돌리며 생각에 잠긴 듯 눈동자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가가 적당한 것이 생각난 듯 다시 나를 쳐다본다.







“ 내 이름은... 웨이. 웨이야. ”



“ 웨이요? ”



“ 응. ”







그가 해맑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코피를 흘릴 뻔한 것을 간신히 억누르고 고개를 갸웃했다.







“ ....외국인이세요? ”



“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이름이 그래. ”







그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가짜더라도 그가 나에게 이름을 알려주었다는 사실이 마냥 기뻤다.

그래서 생글 웃으며 바보같이 말했다.







“ 저는... 웨이, 예쁜 이름 같아요. ”







그러자 그가 또 다시 그 특유의 빨려 들어가는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대꾸했다.


내가 만약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면.. 그의 눈에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난 절대 그에게 이런 말을 건네지 않았을 것이다. 절대로.













“ 글쎄. ”







그 순간 그의 미소가 빛을 잃었다는 사실을, 내가 깨달을 수 있었더라면.























“ ....내겐 그저 증오스러운 이름 중 하나일 뿐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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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09 10:30 | 조회 : 866 목록
작가의 말
비제르

이제 다음 화면 중심 주연들이 모두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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