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싫어할래야.

나도 모르게 율을 기다리지도 않고 학교에 와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가 아예 텅텅 비어있는 느낌이다. 밤새 식은 교실에 들어서니 뭔가, 뭐라해야 하지. 외롭달까? 항상 옆에 있던 율이 없으니까 허전하고 외롭다. 털썩, 자리에 앉은 나는 몸소 느껴지는 교실의 싸늘함의 몸을 한번 부르르 떨고는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어?"


핸드폰을 꺼내들자마자 울리는 핸드폰의 내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화면위로 뜨는 세글자의 난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기분이 들었다.


"...여보세요."
[어제 별이가 갔었다며?]


핸드폰을 터치해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다대니 익숙하지만 낯선, 반갑지만 역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면서 왜 물어."
[여전히 까칠하구나.]


쾅, 핸드폰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의 나도 모르게 그만 책상을 내리치고 말았다. 텅 빈 교실에 울리는 소리가 제법 컸다.


"할 말 없으면 끊어."
[월아.]


전화를 끊을려는 내 손을 멈추게 한건 날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난 순간 멈칫하고 핸드폰을 다시 귓가에 가져다 댔다.


"…"
[애비가, 미안하구나.]


아버지의 말의 잠시나마 놀랐지만, 이내 그 놀람은 분노로 바꼈다. 이래서 내가 당신이랑 대화하고 싶지 않은거야. 쾅, 다시 한번 빈 교실에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산조각이 난 핸드폰만이 바닥에 처참하게 떨어져있다.


"하, 내 모습 같잖아…?"




*




율은 평소 등교시간 보다 조금 더 늦은 시각에 학교에 도착했다. 반문을 열고 들어선 율은 반의 홀로 있는 나를 보고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난대없이 나를 껴안았다.


"집에 없어서 얼마나 놀랬는 줄 알아?"
"아, 미안.."


자신의 품에서 날 떼어낸 율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난 애써 그 시선을 무시하며 저 멀리 산산조각이 난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연락할랬는데, 핸드폰이 고장나서."
"에? 어쩌다가 저렇게 가루가 된거야!"


내 말의 율은 산산조각이 난 핸드폰에게 다가가며 말했지만, 난 애써 못들은척 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오는 학생들 중, 체육복을 입은 별을 보고 말았다.


"젠장…"
"응? 월아, 왜 그래?"


두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리는 나의 이상함을 느낀 율이 묻자 난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산산조각이 난 핸드폰을 주워 쓰레기통의 버렸다.


"율, 아?"
"얼굴 펴, 사람하나 죽이겠어."


뒤에서 갑자기 안아버리는 통에, 내 사고가 정지되는것 같았다. 백허그라니, 당황한 내가 율을 불렀지만, 아까 나처럼 내 부름을 무시한채 장난스럽게 말했다. 티가 너무 났나.


"난 월이 웃는게 더 좋아."
"...응."


귓가에 들려오는 율의 말의 붉어진 얼굴을 애써 감추려 얼굴을 숙이며 대답했다. 정말,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어.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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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11 10:15 | 조회 : 3,680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설연휴가 지나고 나서야 온 작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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