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키스해도 돼?

그 후 새로 구입 한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 번호도 저장되어 있지 않았기에 난 아무런 의심없이 받았고, 그 전화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남동생 별이의 전화였다.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별이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소름 돋던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미워해도 어쩌겠나. 내 동생인걸. 거실 쇼파에 앉아 아직도 아무런 말이 들리지 않는 핸드폰에 대고 말을 붙였다.




"할 말 있으면 해."




근처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는 리모컨을 찾아 고요한 집안에 활기를 불어다 줄 텔레비전을 켰다. 그때까지도 건너편에서는 아무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내가 할 말 없으면 끊겠다고 말한 순간 드디어 건너편에서 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그 말이 내 사고를 모두 정지시키는 통에 난 바보같이 몇 초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몇 초 동안 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앞에 설 때까지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 물을 꺼낼 때 난 드디어 입을 열었다.




"뭐가 미안한데?"




드라마에서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그 말. 물을 컵에 따라 다시 쇼파에 앉자 별이는 그 동안 아무에게도 못 털어 놨을 이야기를 내게 털어 놓았다.




"형을 좋아했어, 아주 많이. 우리가 이복형제인 것도 알아. 그래서 더 아파. 차라리 다시 만나지 않았더라면, 언젠가 만나 사랑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수 없이 해. 형은 나를 죽도록 미워하는 걸 알면서도. 바보같다고 욕해도 좋아. 이게 내 진심이니까. 믿던, 말던 형 마음이니까."




별의 말을 듣자마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들이닥쳤다. 모를거 같던 우리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율과 연애하는 나를 볼 별의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렇게 싫어하던 별이가 이제 알고보니 다 나를 위했던거라는 것도. 모든게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아 맞춘것 처럼 다 맞춰지자 숨이 가빠오는 것 같았다. 숨 쉬기가 힘들어 켁켁 거리다 이내 정신을 놓고 말았다.




*




부스스, 알람 소리에 눈을 떴을 때는 거실이 아닌 내 방 침대에서 눈을 떴다. 아파오는 머리를 감싸며 상체를 일으켜 앉은 나는 어제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거슬러 올라갔다. 거실에서 별의 전화를 받고, 모든 사실을 듣고, 그리고 쓰러졌다. 그럼 거실에 있어야 맞는게 아닌가. 머리를 두어번 흔들어 잠을 깨운 나는 방을 나와 거실로 나왔고, 거실에는 정말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사람이 앞치마를 맨 채 서있었다.




"율?"




내 부름에 고개를 돌린 율이 반가워 하며 내게 다가오더니 이내 나를 품에 안는다. 교복을 입은 채 앞치마를 메고 있는 율은 어딘가 모르게 어울리면서 어색했다. 율은 나를 품에서 떼어내더니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제 와서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아, 미안.."

"밥이나 먹고 학교가자."

"응!"




율을 따라 식탁에 마주 앉은 나는 오랜만에 먹어보는 집밥을 먹으며 율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학교로 가는 길 율이 갑자기 날 끌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넉넉해서 상관은 없었지만 갑자기 그러는 율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저 내 손을 잡고 앞서가는 율을 뒤에서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율이 도착한 곳은 어두운 학교 골목. 율은 그 골목길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뒤돌아 날 내려다 보며 조금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키스..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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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8-06 01:30 | 조회 : 3,466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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