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그 후, 2-2

뒤늦게 연락을 받은 율은, 친정에 아이들을 맡기고, 빠르게 병원으로 향했다. 입고있던 정장이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달리고 달린 율은 마침내 병원에 도착했다. 1층 안내데스크에 있는 간호사에게 다가간 율은 달려오느라 미쳐 고르지 못한 숨을 고르며 물었다.


"다, 다해상 환자, 어딨어요?!"


제법 거친 숨결이 섞인 질문이였으나, 간호사는 용케 알아 듣고 친절하게 차트를 찾아 알려주었다.


"다해상 환자 분, 지금 진통실에 계세요."


간호사에게서 해상이의 위치를 받은 율이 목을 죄어오는 넥타이를 조금 허술하게 풀며 산부인과로 향했다. 산부인과 입구에서 부터 들려오는 여러 산모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율은 애써 가라앉힌 흥분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율은 익숙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율이 들어선 곳에는 별이와 해상이가 있었다.


"혀, 형?"

"하아ㅡ. 다행이다ㅡ, 안 늦었네."


율은 익숙한 듯, 정장 외투를 옆에 있는 의자에 걸어두며 해상이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 율을 바라보던 별이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 우리 형은요?"

"뭐야, 월이 안왔어?"

"예..."


월이가 안 왔다는 말에 율이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찾아 월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긴 신호 끝에 닿은 월의 목소리는 앞에 있는 별이와 마찬가지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율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월아, 어디야?"

"ㄴ, 나.. 별이네 집.."

"왜 거깄어, 병워 안 오고..."

"못 가겠어, 무서워..."


핸드폰을 반대쪽 귀로 옮겨 받으며 율이 해상이의 다른 손을 잡았다.


"여보가 와서 해상이 좀 달래줘. 애 둘이나 딸린 사람이잖아."

"그, 그래도..."

"어서와, 택시타고 와."

"응..."


율과의 통화를 마친 율이가 아직도 맞은편에서 덜덜 떠는 별이에게 말했다.


"해상이는 내가 돌보고 있을게, 나가서 물이라도 마시고 와."

"그, 그래도..."

"어허, 이미 이런거 2번이나 겪었어. 걱정말고, 다녀와."


율의 말에 입구에서 망설이던 별에게 해상이가 띄엄띄엄 말했다.


"형부 말대로, 어서, 다녀와."

"...금방 올게."


해상이의 말을 들은 별이가 빠르게 분만실을 빠져나갔다. 둘이 남은 율과 해상이 사이에 의미모를 긴장감이 멤돌았다. 율은 해상이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마누라는 말이지, 분만실에 있는 동안 내 머리를 놓지 않았어. 웃기지?"

"...하아, 형님이요?"


율의 말에 조금은 진정이 되는 건지, 해상이가 되물었다. 율이 빙그레 웃으며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응, 어찌나 아프던지. 근데, 그건 월에 비하면 새발의 피니까."

"푸흐, 그럼 두 번째는요?"

"둘째도 자연분만 할랬는데, 중간에 월이가 기절하는 바람에. 그때 얼마나 심장이 떨리던지."

"하긴, 월이 형님은 몸이 약하시니까요."


해상이의 말에 율이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더니 이내 고개를 도리질 하며 말한다.


"그렇지도 않아, 몸은 약해도 다른데는 엄청 강해."

"뭐야, 왜 누이랑 내 뒷담을 까?"


그렇게 점점 이야기가 끝나갈 때 즘, 월이가 모습을 들어냈다. 택시를 타고오면서 진정한 건지, 월이는 아까 전 통화할 때 보다 진정되어 있었다. 율은 멋쩍게 웃으며 의자를 가져와 월이를 앉히며 말했다.


"이러때일 수록, 이런 이야기가 좋다 그래서."

"흥. 해상아, 괜찮아?"

"네, 형부 덕분에요."

"그래, 그 마음 그대로 갔다오면 돼."


진심어린 월의 말에 해상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월이 놀라 말했다.


"울면 기운 빠져! 울지말고, 별이랑 잘 갔다와야 돼?"


월의 말에 해상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돌아온 별과 해상이는 간호사와 의사의 손에 희해 분만실로 향했다. 둘이 남은 월과 율이 별과 해상이가 들어간 분만실을 보며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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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3 01:55 | 조회 : 2,772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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