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그 후. 2-1

좋은 소식은, 별과 해상이의 길고 긴 연애 끝에 결혼을 했고, 또한 임신을 했다는 거죠. 뭐, 임신을 먼저 했다는게 맞는걸지도 몰라요. 사고쳐서 결혼하게 된거니. 둘이 결혼 생각은 있었는데 이런식으로 하기 싫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별이도 저희 아버지에 일을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해상이는 집에 아무도 없는 낮시간에 찾아와 저와 놀다가 돌아가고는 한답니다.




띵동ㅡ.




"해상이야??"

[네, 형님!!]




문 밖으로 부터 벌써 해상이의 밝은 기운이 들어오는 것 같아 기분이 괜스레 좋아졌어요. 해상이는 저와는 다르게 입덧이 별로 없고, 우울증이나 그런건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제가 문을 열자 해상이는 두 손 가득 들고 온 검은봉지를 제게 내밀며 방으로 쫑쫑쫑 들어갔어요. 그런 해상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어주고는 해상이가 준 비닐봉지 안을 살펴 보니, 제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담겨있었어요. 다른 봉지에는 저와 율이 먹으라는 과일이 담겨있었고, 나머지 봉지에는 아마 저와 먹을 분식 거리가 포장되어 있었어요.

정리를 하고 접시에 분식거리를 담아 방으로 들어가니, 해상이는 침대에 앉아 저희의 웨딩앨범을 보고 있었어요.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이미 볼거 안 볼거 다 본 사이이기에 그냥 두기로 했어요. 테이블 위에 가져온 쟁반을 올려두니 그제서야 해상이가 저를 바라보내요.



"형님은 이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네요ㅡ."

"어머, 아부가 너무 심한걸?"

"에에ㅡ, 진심이에요!"



해상이의 말에 웃으며 어서 들으라며 손짓을 해보였고, 해상이도 이내 웃으며 포크를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어요. 해상이 같은 누이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 *




따르르릉ㅡ.




설거지를 한참 하고 있던 월이는 거실에서 힘차게 울리는 집 전화기에 메고 있던 앞치마에 물기를 닦고는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여보세요?"

[형! 지금, 해상이가!!]

"해상이가 왜! 천천히 말해 봐!"

[해상이가, 흐으.. 지금 많이 아파..!!]



별이의 말에 월이가 눈치채고는 침착하게 별에게 지시를 내렸다.




"일단, 진정하고. 양수, 양수 터졌어?"

[흐, 그런거 같아..]

"전화 끊고, 구급차 불러! 지금 내가 집으로 갈게!"

[응, 형아 빨리 와...]



알겠다고 말을 한 월이는 급히 앞치마를 벗어 의자에 던지듯 둔 뒤, 핸드폰과 지갑만 챙겨 집을 나섰다. 지금은 집이 가까운 것에 감사하며, 월은 빠르게 별이네 집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거실에서 배를 움켜 쥔 채 식은땀을 흘리며 아파하는 해상이와, 그런 아이 곁의 어쩔줄 몰라 쩔쩔매는 별이가 보였다. 월이는 빠르게 거실로 들어가 해상이의 상태를 살폈다.




"구급차는?!"

"부, 불렀어."

"애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한거야!!"

"나, 나는.. 그냥..."




해상이의 상태는 그지 좋지는 않았다. 양수는 이미 터져서 거실에 한강을 이뤘고, 진통이 심한지 해상이는 신음소리 조차 하지 못한 채 울고 있었다. 별이를 뭐라하는 사이, 열려있는 문으로 구급대원이 들어왔다. 들것에 실린 해상이의 손을 꼭 잡은 별이가 구급대원가 함께 집을 나섰다. 별이네 집에 홀로 남은 월이는 그제서야 진정되는 마음에 거실에 주저 앉고 말았다.



"제발, 순산해야 할텐데..."



월이는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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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2 23:25 | 조회 : 3,382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흑집사를 연재하느라 방치 해둔 제 첫작ㅜㅜ 3개월 만이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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