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4화, 제주도에서 보는 새벽하늘

하도 잠을 자서 그런가 새벽에 눈이 떠지고 말았다. 새벽에 깨면 잠 안온다는 말이 사실인지, 낮에 너무 많이 자서 그런건지 눈은 아주 말똥하다 못해 맑기까지 했다. 테라스 창으로 비춰진 창 밖은 몽롱한 새벽빛 하늘이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현혹이라도 된 듯, 테라스로 발을 옮겼다.



드르륵ㅡ.



테라스 문을 여니 새벽 찬 바람이 훅 불어 들어와 아직 조금은 몽롱한 내 정신을 깨워준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숙소라 그런지, 새벽빛에 찰랑거리는 바닷물은 더할 나위 없이 내게 크나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테라스의 놓여진 테이블의 앉아 둘르고 나온 담요를 더 여미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나서 내가 하늘을 마지막으로 본게 언젠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어제 비행기에서 본 하늘처럼 맑은 하늘을 본게 언제더라? 꽤나 오래된거 같은데.



"하아ㅡ."



봄이라 그래도 새벽 날씨는 꽤 쌀쌀했다. 그래도 눈 앞에 보이는 풍경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었다. 언제나 내 인생은 진흙탕이라 생각했다. 깊이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볼 수 없는 그런 진흙탕. 하지만, 김 이율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부터, 진흙탕에 맑은 물이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물이 진흙탕을 점점 맑게 해주어 진흙탕은 더 이상 진흙탕이 아닌, 아주 맑고 깨끗한 물이 되었다. 한 남자가 내게 사랑을 알려주고, 사랑을 주는 법을 배우고, 또 다른 생명을 품었다. 나 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아이가 남 밖에 모르는 이타(남을 배려하는)적인 아이를 만났다. 그것만을도 인생의 반은 행복해진 거였다.



"..."



부정적인 아이가 긍정적인 아이가 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살아 온 시간보다 짧았다. 내가 고치고자 했으면 고쳐졌을 버릇아닌 버릇이였다.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게 아닐까?



"추운데 밖에서 뭐해."

"아, 깼어?"



혼자 새벽 하늘을 올려다보는 내게 잠에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 보니 언제 깬건지 율이 졸린 눈을 비비며 서있었다. 그 모습이 뭔가 아이같아 웃음이 나왔다. 율은 내 물음에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는 내 옆으로 와 앉더니, 이내 나를 품에 안았다. 그런 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졸리면 더 자."

"아냐, 하늘 이쁘다.."

"응, 그래서 추워도 이러고 있었어."

"누구보단 아니지만, 이쁘네."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를 율의 말에 볼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율은 이런 내 볼을 찌르며 웃어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고쳐 안으며 입을 열었다.



"하늘보다 너가 더 예뻐."

"...알아."



율의 말에 괜스레 부끄러운 척 입을 열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새벽 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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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8-31 22:19 | 조회 : 2,736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띄엄띄엄 연재 죄송합니당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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