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4화

"..이게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닌데...하아, 알겠어. 가서 갈아입으면 되잖아."


나는 수빈이의 잔소리 덕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자, 이제 된거지?"

"그래, 뭐, 난 너가 화장실 갔을 때 바로 갈아입었으니 상관 없고."

"그래서..."

"응?"

"우리 옛날 얘기하다가 어쩌다보니 우리집까지 온거지?.. 아마."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 앉았다. 나는 이불을 허리까지만 덮고 있었고 수빈이는 이불 없이 걸터앉듯이 앉았다.


"으음... 그건 그러네. 일단 너도 네 친구였던 걔.. 알지?"

"알지, 모르는 게 이상해!"

"너 이때까지 몰랐었잖아."

"아, 나 이상한 놈이였구나."

"라고 해도.. 내가 너라도 기억 못 하겠다. 너가 잊어먹은 게 아니라 기억이 사라진 거 잖아."

"뭐...그건 그렇지.."

"그 애를 잊어버린 것도 네 잘못은 아니니깐 그렇게 자책하진 말고.."

"그래서, 이우가 죽은 이유가 뭐야?"

"너 가끔 보면 너무 직구인거 알아?"

"알아, 하지만 나도 알고 싶다고!"

"뭐.. 그건 그렇지. 김성은 알지? ...그..음.."

"아, 뭔데! 괜찮으니 그냥 뜸 들이지 말아줘."

"요약하자면.. 걔가.. 이우를 죽였어."

"...흐음.. 그래?"


나는 대충 그런 상황이였을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기에 엄청 놀라진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짐작을 해도 그걸 수빈이 입으로 직접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까.


"뭐야... 왜.. 왜이리 침착한 건데?"

"그야... 짐작하고는 있었으니깐..? 하지만 속으로는 나도 놀랐어. 걔가 그런 짓을 했다니..."

"..뭐 그래. 그 쓰레기가 이우를 칼로 찔러죽이는 장면을 너가 본 순간 너는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어서 기절했어. 칼로 한 두번 찌른 게 아니라 몇 백번은 찔러댔거든."

"수백번이라니...잠깐만.. 그래, 뭐 내가 그걸 본 순간 기절했어. 그것까진 그렇다 쳐. 근데 너는? 너는 뭐하고 있었는데?"

"나, 나는... 나는.. 그때 .. 무서워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지켜보고만 하고 있었어...미..미안하지, 이우한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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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3-01 00:07 | 조회 : 779 목록
작가의 말
P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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