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2화

"야..내가 너네 집 가는 게 그렇게 좋냐..?"

"당연하지! 그야.. 넌 내 첫 친구인걸?"


나는 약간 들뜬 표정으로 수빈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나와 다르게 동정하는 표정이였다.


"...불쌍한 정연이 내가 첫 친구라니..아싸였구나.."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지만 왠지 짜증이 팍 났다.


"무슨.. 난 그냥 .. 아 됐어!"


왠지 짜증나서 말해주기도 싫었다. 수빈이도 자기가 한 말에 좀 미안했는지 주눅들어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개 같아서 좀 웃겼다. 웃는 건 속으로만 웃고 애써 외면하며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니 식탁에 밥이 차려져있었다. 그리고 한 쪽지가 놓여져있었다.


"응..? 이게 뭐지."



읽어보니 잠시 출장 가서 2일동안은 집에 못 올거 같고 미리 말 못 해준 것은 미안하다, 하지만 금방 돌아오겠다라고 써져있었다.


"..."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님이 출장을 가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마 나때문에.. 내가 걱정되서 그랬던 거 같다. 하지만 요즘은 점점 나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그랬을까. 왠지 죄송해지는 기분이였다.


"아...왠지 죄송해지네.."

"왜? 뭔 일인데?"

"아, 우리 부모님... 출장가셨거든."

"엥? 그럼 나 여기 있으면 안 되지 않나..?"

"으음.. 그래도 전화했을 때 엄마가 괜찮다고 하셨으니...괜찮지 않아?"

"어, 어... 들켜도 내 책임.. 아니다?"

"어짜피 넌 하루만 자고 갈거 잖아? 괜찮을걸."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식탁에 앉았다. 수빈이는 그런 나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너 저녁 안 먹었지?"

"아, 안 먹긴 했는데.. 나 원래 저녁 안 먹어."

"배고프지 않아...?"

"음.. 솔직히 안 힘들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 예전에는 너무 힘들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우리 집엔 나 혼자거든. 부모님은, 이제 없어. 그래서 공부하고나면 잠 자기도 바쁘단 말이지."

"아, 안 힘들어...?"

"이젠.. 뭐 딱히? 옛날 얘기라서 이젠 이게 힘든건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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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1-05 20:14 | 조회 : 732 목록
작가의 말
P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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