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외전

[새해 외전]


저 멀리서 붉은 해가 솟아올라오고 있다. 1월 1일을 맞이하는 해였다. 나는 옥상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많이 추웠다.


"하아.. 추워."


내 몸은 점점 떨리고, 온몸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계속 그 자리에 않아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던 중 뒤에서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수민이가 보였다. 담요를 들고 나에게 걸어왔다.


"형 안 추워?"

"...추워."

"근데 왜 여기서 이러는 거야? 방 안에서 봐도 충분히 보이잖아!"

"나 사실 이때까지 창문을 열고 떠오르는 새해 첫 해를 보고 싶었어. 하지만.. 너도 알잖아? 내가 몸이 안 좋은거."

"..그, 그건..."

"내일은 말려도 좋아. 부모님께 말해도 괜찮아. 하지만 오늘만큼은.. 내 곁에 조용히 있어줄 수 있니.."

"..."

"정 추우면 들어가도 좋아. 나 혼자 여기 있을테니깐."

"여기 혼자?! 하아.. 가끔 보면 못 말린다니까. 같이 있어줄게. 일단 이거라도 덮어!!"


수민이는 내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 덕인지 전보다는 덜 추웠다. 그리고 수민이도 옆에 있어주니 좀 안심이 되었다.


"고마워, 수민아.. 역시 수민이 밖에 없다."

"당연하지.. 형의 유일한 남친인데.. 이정도는 뭐.."

"풉.. 그러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느껴졌다. 그 바람은 차가웠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 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기분도 상쾌해지는 느낌이였다.


"기분 좋다, 그치?"

"으으으.. 너, 너무.. 추워ㅓ.."

"아하하! 표정 너무 웃겨!"


나는 수민이의 추위에 떠는 표정이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어댔다. 수민이 딴에는 놀리지말라고 했지만 나는 그저 즐거웠다.


"형은.. 안 추워? 무슨 겨울나라 공주님이야??"

"어.. 나도 춥지. 사람이니깐.."

"근데.. 왜 멀쩡한ㄱ.거야.."

"음..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서?"

"아. 아니. 그게 므. 슨기분 인데.. 츠, 워..."

"말투 이상해진것봐! 아하하! 너무 웃겨!"

"웃지마!!"

"아하하!.. 후...
나 올해 처음이다?"

"뭘.."

"이렇게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처음 알게된거 같아."

"당연히 오늘이 새해인데 오늘이 처음이겠지."

"그러네. 수민이는 작년에 어떤 일이 있었어?"

"작년 1월 1일에는.. 여기 없었지..."

"음.. 그렇지?"

"고아원에서는.. 뭐, 별 일 없었어. 그냥 아이들끼리 다 같이 해 보고 다같이 떠들고.."

"재밌었겠네."

"재밌긴 개뿔. 그 때 난리도 아니였거든. 애들끼리 장난 치느라 나까지 얻어맞았다고!"

"푸흡! 그게 뭐야."

"그땐.. 뭐, 그랬었지. 지금 생각하면 좀 그립긴하네. 지금은 고아원도 불타 없어지고 다른 사람들은 행방불명이고.."

"너는.. 고아원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가고싶어?"

"..돌아가고 싶어."

"어.. 아. 그, 그렇구나.."

"라고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었어. 하지맛 지금은 아니야."

"응?"

"나한테는 이제 형도 있는 걸!!"

"..사실 나도...! 예전에는 말상대도 없어서 심심하기도 했고, 혼자라 무서웠어. 하지만 수민이가 있어서...."

"나도! 형 덕분에.. 내 행복을 찾을 수 있었어."

"우리 둘다 같은 마음인건가?"

"나, 진짜로! 20살 되면 바로 결혼할거야!"

"내가 20살일 땐 너는 아직 미성년자인데?"

"어.. 그건..."

"나 다른 남자한테 가버릴지도?"

"뭐?! 안돼! 형은 내꺼야!"

"무슨 소리야. 난 내꺼거든."

".. 그건 그러네."

"그래도.. 널 떠나지 않을거야. 그 남자는 싫어.."

"그 남자? 아아.. 검은 머리 놈?"

"응.. 그래도 어렸을 때 많이 좋아했었는데.. 사랑해왔는데..."

"형, 그 새끼는 꺼내지도 마."

"응.."

"형은 나랑 결혼하자. 내가 커서 약혼반지도 끼워줄게!"

"푸흡, 그래. 기대할게."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랑해, 수민아."


그때 마침 바람이 크게 불어서 내 머리카락이 미친듯이 휘날렸다. 수민이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한테 조심스레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말했다.


"나도, 형."

"윽.."


나는 그 귓속말 때문에 귀가 빨개졌다. 수민이는 그런 나를 보고 기분 나쁘게 웃었다. 아니, 사실 기분 나쁘게 웃지 않았다. 그저 귀엽고 어린 아이가 나를 향해 부끄럽다는 듯이 웃고 있었을 뿐이였다.

이번년도에는 모두가 무사히 지내는 날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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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1-02 01:24 | 조회 : 755 목록
작가의 말
Papo

업로드 오류 나서 다시 올려요ㅠㅠ 약스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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