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화

나는 그 모습이 무서워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나는 수빈이에게 우물쭈물거리며 말했다.


"아.. 그.. 이, 일단 내가 미안.."


나는 고개를 숙여 수빈이를 보지는 않았지만 내 앞에서 날 노려보고 있는 수민이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나는 이 이상 말하지 않고 수빈이가 말을 꺼낼 때까지 잠자코 있었다. 내가 잠자코 있자 수빈이가 말을 꺼냈다.


"하아.. 아니. 너가 사과할 건 아니지."

"..."

"그런데 너 걔랑 무슨 말 했어? 아니 대체 뭔 얘기를 나눴길래 그렇게 늦었냐?"

"아.. 그게.. 딱히 별 말 안 했어...!"

"진짜로?"

"아... 알았어. 말하면.. 되는거지?"

"그래. 어디 무슨 말을 했길래 그렇게 시간을 썼냐."


나는 그 애랑 있었던 대화를 수빈이한테 전부 이실직고했다. 수빈이의 얼굴은 내가 말할수록 창백해져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는 건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수빈이에게 그 애랑 .. 그걸 한 건 말하지 않았다. 분명 수빈이 성격이면 노발대발하며 그 애한테 가서 뺨을 5억대는 갈기고도 남을 성격이였다. 물론 그만큼 걱정해준다는 거겠지만.. 그래도 가끔 섬뜩함이 느껴서 무서워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수빈이가 날 걱정해준다는 점이 좀 고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아니 지금은 이게 문제가 아니니깐 다음에 생각해보고 넘어가기로 했다.


"하아.. 뭐.. 그정도면 다 말한 거 아니야, 그 미친 놈이."

"응?! 뭐, 뭐가!"

".. 진짜 모르는 척 하는 건 아니지?"

"내가 뭘..? 알려줘야 모른 척을 하지. 제대로 알지도 모르는 데 내가 왜 모르는 척을 해!.. 아, 설마 과거에 대한 거 말하는 거야?"

"잘 아네."

"..저기요, 수빈 씨. 저는 과거라고 해도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 있었다는 것밖에 모르는 데 뭘 더 아나요?"

"음...확실히 그렇겠네. 너는 기억 잃어버렸었지."

"그래. 그러니깐 내가 과거에 있었던 일이였다말고는 잘 모른다니깐?! 너가 나도 아니고 나한테 자꾸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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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10-25 00:24 | 조회 : 787 목록
작가의 말
P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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