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외전

[추석 외전]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그 누구도 없는 암흑 속에 혼자 걷고 있었어. 아무것도 빛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빛이 있겠지라고 희망을 가지며 앞으로 계속 걸어나갔다.

갑자기 눈이 부셔서 나도 모르게 팔로 얼굴을 가리고 눈을 찡그리며 빛이 새는 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나는 그 눈부신 반짝거리는 황금 같은 빛을 볼 수 있었다. 그 빛 속에서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웃으며 달려가던 순간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때문에 몸을 제대로 못 갸누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어디아지 모를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의 결말은 무조건 불행하게 될 것이다. 설령 지금은 행복하더라도 말이지."

"뭐..? 무슨 소리.. 쿨럭쿨럭.. 커헉...."


피를 점점 심하게 토하기 시작했고 숨이 안 쉬어졌다. 그 고통은 말 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나는 피눈물, 코피까지 쏟으며 바닥으로 쓰려졌다.

'가족들이 바로 앞에 있는데... 가야하는데..흐윽..싫어, 이런건.. 차라리 이럴바만 태어나지 말았어야 ㄷ....'


나는 멍해지는 정신을 다잡으려 했지만 이미 많은 출혈이 있었던 터인지 정신을 잡을 수 없었고, 빛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형..."


여긴 또 어디지? 형? 도대체 누가..


"형! 일어나!"

"헉!"


일어나보니 침대 위였다. 왼쪽을 보니 창문에서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오른쪽을 보니 수민이가 날 깨우고 있었다.

꿈이였다. 나는 그저 꿈을 꾼 것이였다. 나는 꿈이라는 것에 안도하며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하아.. 다행이다. 정말.. 그게 꿈이라서 다행이야.'

밖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다들 밖에 있는 모양이다고 생각이 들었다.


"형! 나가자! 모두 형을 기다려!"


이제는 날 기다려주는 동생들도 있고, 부모님도 계신다. 이제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1층으로 내려가보니 다들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송편이였다.


"와아.. 다들 송편 만들고 있었어?"

"어머, 정연이구나. 잘 잤어?"

"응. 엄마!"

"너도 같이 송편 만들래?"

"어..나도..?"

"다 같이 만들어야 더 즐겁지 않겠니?"

".. 으음..그러네."


그렇게 어찌저찌하다보니 나는 수민이랑 같이 송편을 만들게 되었다. 처음엔 깔끔하게 만드는 게 어려워서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다보니 수민이가 물어도 제대로 대답을 못 했었던 거 같다. 하지만 계속 하다보니 처음 할 때보다는 쉬워졌고 수민이랑 웃으면서 만들었다.

아이들이랑 다 같이 만들고 나서 송편을 쪄먹었더니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나 혼자가 아니라 정말 행복한 날이였다.

그 순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누군가 싶어 문을 열어보니 수빈이였다.


"어.. 수빈아? 왜.."

"뭐?! 왜라니! 나 계속 너한테 전화도 하고 문자도 했는데.. 넌 그냥 씹더라."

"어..?"


나는 얼른 내 폰을 찾아 전원을 켜보니 수빈이가 한 부재중 전화가 17번, 문자가 97개나 와있었다. 전부 무음으로 해버려서 내가 못 들었던 거 같다.


"아.. 수빈아.. 미안. 내가 뭐 만드느라... 못 봤어. 정말 미안.. 일단 들어올래?"

".. 그럼 실례합니다."

"지금 우리 부모님은 잠시 외출하셨어."

"그, 그래.."

나는 수빈이의 손을 잡고 같이 안으로 들었다. 그 때 어딘가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서 주위를 보니 수민이가 언짢은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아마 수빈이가 맘에 안 든 모양이다. 그래도 오늘은 수빈이랑 같이 있을 예정이라 수민이에게 소개시켰다.


"수민아, 여긴 내 친구 수빈이야."

"어, 안녕?"

"..."

"어..수민아?"

"형은 제 꺼예요!"

"엥?!"


첫만남에 그런 말을 해서 나는 당황하며 수민이의 입을 막았다.


"수민아.. 하하.. 왜이래..."

"그래도.. 일단은 내가 형 애인이잖아."

"어....."

"설마 저 형 좋아하는 거야?"

"어, 그건 아니야. 절대 아니야. 저런 애랑 나를 엮는 건 좀..."

".. 그, 그럼 내가 견제 안 해도 되는거야?"

"? 무슨 견제?"

"아, 아냐!"

"후후, 뭐야. 싱겁게. 오늘은 추석이니깐.. 오늘만큼은 다같이 즐겁게 놀자!"


그리고 밖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송편을 같이 만들며 놀았다. 만약 이게 꿈이라도 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꿈이라면 이 행복을 깨지 않도록 영원히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밖을 보니 어두워져있었다. 시계도 밤을 향해 가고 있었다. 수빈이는 나랑 같이 살지 않으니 이제는 가야했었다.


"수빈아, 너 이제 가야되지 않아?"

"어? 아.. 그렇긴 한데.. 우리 집에는 부모님이 안계셔."

"아.. 그렇구나..
아! 혹시 우리 집에서 자고 가지 않을래?"

"나는 어디서 자는 데..?"

"내 침대에서 같이 자면 되지! 내 침대 이래봬도 은근 크거든!"

"어.. 근데 그 전에 너네 부모님한테 허락 맡아야.."

"아.. 그거? 방금 맡았어!"

"언ㅈ"

"그런 건 괜찮으니 나랑 같이 있자. 이런 즐거운 날엔 다 같이 있는 게 재밌겠지?"

"응.."


나는 수빈이의 손을 잡고 내 방으로 갔다.


"너.. 너.. 괜찮냐.."

"응? 뭐가?"

"그.. 같이 자는 거..."

"난 상관 없어. 너만 괜찮다면야!"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알고도 하는 소리야?"

".. 아하하! 친구끼리 무슨 짓을 하는 데?"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수빈이는 나에게 점점 다가왔다. 계속 다가오자 나는 뒤에 벽이 닿을 때까지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수빈이는 내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내가 어떤 짓을 할지.. 진짜 모르는 거야, 모르는 척하는 거야?"

".. 몰라."


나는 밑으로 빠져나오며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수빈이도 더 이상 아무말 하지 않고 내 옆에 누웠다.
그리고 나는 불을 껐다. 빛에 나타났던 수빈이의 얼굴은 깜깜해져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수빈이가 누운 쪽을 바라보면서 잠에 들었다.

창문에 햇살이 들어 눈이 떠졌다. 앞을 보니 나를 껴안고 자고 있는 수빈이가 있었다. 나는 이런 기분이 좋아 나도 수빈이를 껴안았다.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내 친구이게 될거야.'

내가 껴안자 수빈이가 일어났다. 나는 그런 수빈이를 보고 싱그럽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좋은 아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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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9-21 19:44 | 조회 : 982 목록
작가의 말
P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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