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화

그러고 보니 나는 왜 나만 한국식 이름인지 잘 모르고 살았었다. 그리고 딱히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이 김에 엄마께 한번 여쭤보았다.


"으음.. 근데 그러고보니 왜 나만 외국식 이름인 거야?"


엄마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싶었다.


"음.. 그게 말이야.. 그걸 좀 장황하게 얘기하려면 좀 길고 복잡한데..."

"..? 그 정도야..?"


보통 엄마는 웬만하면 다 알려주시는 성격이다. 하지만 내 이름이 만들어진 계기를 말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 뭔가 말하기 힘든 이야기이거나 많이 길어지게 될 이야기일 듯 싶었다.


"음.. 사실 있잖아, 카나라. 나랑 너네 아빠랑 처음부터 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만났던 건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우리는 좀.. 으음.. 그게.. 음... 쨋든 서로 완전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랐었어."


나는 그 순간 엄마가 말을 돌리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도대체 왜 엄마가 어디서 태어났는 지 어떻게 자랐는 지 내가 겪은 것은 아니기에 잘 몰랐다. 그래서 좀 더 궁금해졌다. 그래서 엄마가 말씀하시는 도중 말을 끊었다.

 
"저기, 근데.. 엄마는 어디서 태어났어? 나 생각해보니 엄마는 나에게 한 번도 제대로 엄마의 과거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미안해, 카나라. 그래, 이제는 카나라도 다 컸으니 말해도 되겠지? 이해해 줄 수 있니, 카나라?"
 
"응.."
 
"그래, 그냥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자면 우리들은 스파이야. 처음 만났을 때가 우연히 서로 스파이짓 하다가 들켰을 때긴 하지. 그렇게 우리는 만났어.. 카나라, 너가 봐도 우리.. 이상하지.."
 
 
나는 엄마가 스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놀랐다.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스파이 일을 한 건 과거의 일이다. 현재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거에는 더 이상 연연할 생각은 없없다. 사실 오히려 엄마가 멋져보였다. 어렸을 때도 부모님이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인 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그냥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짐작할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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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9-28 23:47 | 조회 : 1,625 목록
작가의 말
P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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