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견원지간 (1)

“ 하아···. ”

카운터에 엎드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실과는 꽤 먼 거리였지만 윤재희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신음이라기보단 비명에 더 가까웠다. 질 나쁜 영감탱이를 정 때문에 받아주는 건 절데 아닐테고, 예컨대 계약을 그런 쪽으로 했다던가···. 한창 생각에 잠겨있을때 엘리베이터가 위이잉 소리를 내며 올라왔다.

‘ 뭐야, 누구지? ’

생각나는 인물은 윤태희(윤재희의 누나)와 정시원(윤재희의 유일한 친구) 밖에 없었다. 로비에는 사방에 경비가 깔려있기에 통과 없이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생각 외의 인물이 나타나 눈이 동그래졌다. 그는 다른 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새까만 검정 수트를 입고 있었다. 악덕 대표라 불리는 차중혁, 강선그룹의 대표이다. 재계순위 1위 강선그룹 2위 해원그룹, 둘은 라이벌이자 경쟁자였다. 윤재희는 차중혁을 극도로 싫어했고 미친개, 또라이라고 부르곤했다.

“ 여기 무슨 일로··· 아니 어떻게 들어오신거죠? ”

그는 내 말에 힐끗 훑어보곤 이내 대표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 카운터에서 황급히 나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지금 대표실에 들이닥치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차중혁은 제 팔이 잡히자 기분이 더러운지 눈썹을 꿈틀댔다. 또라이에 결벽증도 있나보다.

“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

“ 꺼져. ”

그는 손을 거칠게 쳐내고 통로를 계속해서 걸었다. 이윽고, 대표실에 다다르자 우뚝 서서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 안된다니까!! ” 큰소리로 외쳤지만 벌컥, 문은 순식간에 열렸다. 차중혁의 넓은 등 너머로 그들의 정사 현장이 드러났다. 둘은 중역책상에 바지만 벗은채 이어져있었다. ‘ 좆됐다. ’ 상황은 경악 그 자체였다.

“ 예의 없게 어떤놈이—! ”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권덕배가 씩씩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눈 앞에 익숙한 얼굴이 보이자 영감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마디 소리를 내질렀다. 차중혁에게 빌빌거리며 붙어먹는 처지이다보니 많이 놀란듯했다. 차중혁은 그 상황이 재밌다는 듯 문에 살짝 기대어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지었다. 영감은 제 것을 빼내고 황급히 바지를 치켜올렸다.

“ 차, 차대표님! 무, 슨 일이신지···! ”

“ 윤대표한테 볼 일이 있는데 많이 바빠보이네. ”

차중혁이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권덕배는 고개를 마구 휘저으며 서둘러 대표실을 나갔다. 이 상황이 황당한 건 나와 영감 뿐 인 것 같았다. 윤재희와 차중혁은 눈싸움이라도 하듯 뚫어지게 서로를 쏘아봤다. “ 씨발. ” 윤재희가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바지를 올려 버클을 잠갔다. 나는 그대로 대표실 문을 닫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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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7-10 14:22 | 조회 : 1,94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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