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클럽

나는 클럽을 좋아한다. 클럽 특유의 들뜨는 분위기, 친구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며 춤을 추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들과 노는 것 때문에 좋아한다. 거의 1일 1클럽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클럽 죽순이라서 자주 가는 클럽들의 직원들은 왠만하면 다 알고 있을 정도이다. 참고로 지금도 유우클럽에 가는 중이다.

"여, 혁수 왔냐? 왜 이렇게 늦게와 이눔시캬 다 너 기다리느라 목 빠지겠어"

"아 미안미안 클럽에서 만난 여자가 있는데 좀 질척대서 해결하고 오느라고"

"와... 넌 그런 여자가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해라.. 솔직히 난 너같은 쓰레기한테 그런 귀여운 외모가 있는 것에 신은 불공평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훗, 성형이라도 하시던지"

그렇게 친구 몇명과 투닥거리며 나는 유우클럽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클럽은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귀여운 외모를 해 누나들을 뻑가게 하는 연상킬러남이라고 불려지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친구들과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술을 주문했다.

"야 니네 뭐마실거야?"

"난 그냥 맥주 아무거나"

"상관없어~"

"난 상관없어가 제일 싫더라"

"혁수야, 너는?"

"나도 일단 간단하게 맥주로"

이렇게 나를 챙겨주는 이 친구 이름은 김도현이다. 진짜 나와 거의 불알친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이기도 한데다가 이렇게 나를 잘 챙겨주니 마음 한구석이 든든하다.
이제 슬슬 다들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해서 연상킬러남인 나는 친구들에게 먼저 춤추러 가자고 했다.

"얘들아 바운스 좀 타러 가자 여자들도 좀 꼬셔오고"

"오케이, 이번엔 누가 먼저 데려오나 내기다."

"질껄 알면서 뻔히 그러는건가 친구? 훗"

저런 말을 하는 친구를 등지고 여자를 꼬시러 가는데 뒤에서 내 욕을 하는 친구의 목소리가 훤히 들린다. 나를 원망하는 목소리에 대한 신경을 끄고 바로 내 이상형, 쭉빵한 가슴을 가진 누님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누님을 찾던 나는 저 멀리서 후광이 비치는 누님 한 명을 발견해 럭키를 외치며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다가갔다.

"누님~ 혼자오셨어요?"

내가 건 이 말을 듣고나서 눈웃음을 짓는 누님을 보고 나는 사랑의 큐피트가 화살로 내 심장을 저격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혼자 왔으면?"

말투도 아주 살랑살랑 하는 것이 완전 내 스타일이다.

"혼자 오셨으면 저랑 같이 한잔 하실까요?"

이럴 땐 약간의 밀당이 중요하다. 너무 성급하게 다가갔다간 아무리 연상킬러남이라고 불리우는 나라도 약간의 적신호를 볼 수가 있다.

"좋아~ 내 옆에 앉아."

"넵, 누님은 어떤 술을 좋아하십니까?"

"나는 칵테일 좋아해"

"그럼 제가 아리따운 누님을 만난 기념으로 칵테일 한잔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훗, 준다면 거절하지 않을게~"

여기서 사실 두루뭉술한 얘기 같은 것을 더 하면 좋겠지만 그것을 참지 못한 나는 곧바로 질문해버렸다.

"누님, 남자친구.. 있으세요?"

"아니 없어 지금 찾고있지~"

사실 급전개이긴 하지만 남자친구가 없다는 말 외에도 지금 찾고있다는 말을 덧붙인 것을 보면 저건 분명히 누님도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소리다. 그걸 바로 캐치해낸 나는 다른 남자들이 채갈까 바로 작업을 걸었다.

"누님, 그럼 저는... 어떠세요?"

"좀 더 있어봐야 알겠는데?"

"혹시 저녁 안드셨으면 저랑 같이 단.둘.이 나가서 저녁이라도 같이 드실까요?"

"좋지~"

"그럼 일단 전화번호좀..."

"여기로 전화해봐"

"넵"

이정도면 거의 90%는 넘어온 것이다. 거의 내 완벽한 이상형에 가까웠던 아리땁고 쭉빵한 누님이 곧 내 손 안에 들어온다는 것이 벅찼던 나는 오랜만에 답지 않게 긴장을 해버렸다.

"잠시 그전에 화장실좀 다녀올게요 누님~"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들뜬 마음으로 긴장도 해소할겸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시 한 번 살펴보려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가는 도중 어떤 검정색 수트를 입은 남정네 3~4명이 클럽으로 들어오는 것을 봤지만 별 생각없이 계속 가던 길을 갔다. 하지만 이때 깨달았어야 했다. 화장실은 나중에 가고 그냥 그 누님이랑 빨리 나왔어야 했다는 걸.

화장실 안에서 머리 정돈을 하고 있던 나는 아까의 그 검은 수트 무리들 중에서 유난히 눈길을 끌었던 잘생긴 녀석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아까는 멀리 봐서 잘 보이지도 않았던 얼굴을 가까이 보니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눈길이 갈 만큼 정말 남자답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귀엽고 여성스럽게 생겼단 말을 듣는 나와는 정 반대였다. 나도 모르게 그 남자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잠깐 얼굴이 붉어진 나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누님을 생각하며 다시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을 나가려 할 때였다.

"어이"

''''''''... 지금 나를 부르는 것인가''''''''

진짜 이 남자가 다시 말을 하기까지의 20초 정도 동안 이 남자가 왜 나를 불렀는지에 대해서 오만가지의 생각을 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너무 쳐다본게 기분이 나빴나? 아니면.. 아까 그 누님이 맘에 들어서 나한테서 뺏어갈라구?''''''''

이런 별의별 쓸떼없는 생각들을 하며 나는 거의 슬로우모션으로 뒤를 천천히 돌며 나를 부른 남자를 쳐다봤다.

"너 ... 혼자 왔나?"

''''''''응?''''''''

아까 내가 아리따운 누님을 꼬시려고 딱 말을 걸었을 때의 첫마디가 저거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바로 이상한 생각으로 치부해 버리고 아까 그 누님을 생각하며 대답했다.

"아뇨, 여.자.친.구.랑 같이 왔습니다"

"..."

갑자기 이 잘생긴 남자가 말이 없어졌다. 내가 여자친구랑 같이 왔다고 할 것이 그렇게 충격먹을 일인지,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그렇게 잠깐 동안 그 남자가 말이 없자 다시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바로 선수쳐서 나가버렸다.

"그럼 저는 이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리따운 누님에게로 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탐탁치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누님 저 왔어요. 우리 뭐먹으러 갈까요?"

"음... 뭐 먹고 싶은 것 있니?"

"저는 누님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습니다. 그리고... 누님도요."

사실 내 멘트들이 다 옛날 멘트같이 보이지만 나는 잘생겼기 때문에 괜찮다. 그 증거로 지금 내가 한 말로 누님이 약간 수줍어 하는 듯해 보였다.

"누님 일단 나가서 얘기할까요..?"

"좋아"

아까의 그 꺼림찍한 기분을 빠르게 떨쳐버리기 위해 나는 재빠르게 이 클럽을 누님과 함께 나갈 것을 선택했다. 친구들에게 내 맘에 꼭 드는 이상형을 찾아서 먼저 나가보겠다고 타자를 치면서 누님과 함께 클럽을 나가고 있었는데 앞에 어떤 장신과 부딫혀 문자를 전송하지 못하고 폰을 떨어뜨려 버렸다. 누군지 봤더니 아까의 그 잘생긴 남자였다. 위로 올려다봐야 겨우 얼굴이 보이는 이 남자는 왠지 모르게 위압감이 있어 나도 모르게 또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고 잠깐동안 가만히 있었다.

"왜그래?"

누님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나는 재빠르게 떨어뜨린 휴대폰을 줍고 평소같으면 따졌을 일을 그냥 아무런 말도 없이 가려고 했다.
분명히 가려고 했다.
이 자식이 내 팔을 잡기 전까진.
갑자기 잡혀버린 팔에 나는 혹시 부딫혔는데 사과 안해서 그런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사과를 해버렸다.

"죄송합니다..., 그러니 그만 놔주시죠"

하지만 이 녀석은 날 놔주긴 커녕 옆에 있던 내가 잘 아는 매니저 형에게 뭔가 지시를 내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팔을 잡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나는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리고 대응하지 못한채 그저 끌려가기만 했고 어느 순간 클럽 어딘가에 있는 방 안 어딘가에 들어와있었다. 이때까지도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벙쪄있어서 지금 이 상황을 따질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러다 남자가 하는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이름은?"

''''...뭐지?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여자친구와 왔다고 한 나를 다짜고자 끌고와서 하는 말이 고작 이름은?? 이름은!?!??!''''

순간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아까 마지막으로 본 매니저 형의 얼굴이 순간 갑자기 떠올랐다. 나를 불쌍하게 보는 표정.

"내 이름? 그거 알아서 뭐하게? 내가 아까 여자친구랑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지금 이게 뭐하자는 짓이지?"

계속 말꼬리를 올리며 약간 비꼬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말이 많군"

순간 어이도 없고 화가 나서 테이블을 엎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사실 약간 무서워서 그 생각은 접고 대신 짝다리를 짚으며 계속 비꼬듯이 물었다. 약간의 존댓말도 추가해서.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따지는 듯한 말투로 계속해서 쏘아붙이는 내게 소파에 앉아있었던 그녀석이 조용히 있더니 갑자기 내게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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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1-07 04:12 | 조회 : 8,214 목록
작가의 말
솜니움의

댓글달아주신 sunnnnnnn님 정말로 감사드려요 ㅠㅠㅠ 완전 감동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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