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모험의 첫번째:여관(4)

왕자를 부른 목소리에 왕자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서있던건...


"이시스?!"


왕자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곳에서 이런식으로 재회하게 될 줄은 아마도 자신이 어느날 정신차려서 공부를 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것 만큼이나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시스... 너가 왜 여기있어?!"


왕자는 이어 경악에 찬 목소리를 흘렸다.
왕자와 시선을 바라보게 된 메이드, 이시스는 그런 왕자를 아무말도 하지않고 보고있다.
그렇게 영겁과도 같았던 5초가 지나고.
이시스가 입을 떼었다.


"왕자님. 또 이런곳에서 혼자계시는가요.
제가 누누히 말했죠. 차가운 곳에서 자면 감기걸리고, 방정리는 언제나 완벽하게. 겨울같이 추운 날씨일땐 창문을 꼭 닫고."


이시스는 줄줄이 잔소리 비슷한 말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왕자는 이시스를 만났다는 반가움도 잠시.
얼굴이 종이조각처럼 구깃해지더니 귀를 틀어막고 뒤로 돌아섰다.


"아~아~ 안들린다! 이런곳에서도 잔소리 할꺼면
안들린다 안들린다!"


왕자는 이시스의 앞에만 오게되면 애같이 구는 경향이 강해지고 한층더 게을러진다.
그건 이시스라는 존재가 왕자에게 무엇보다 편하고 기댈 수 있는 대상이여서겠지.


"왕자님은 역시나군요."


하던 잔소리를 뚝 끊고 이시스는 왕자를 지긋이 바라보며 웃었다.
왕자는 놀랐다.
언제나 이시스가 보여주는 얼굴은 똥씹은 표정아니면 무표정... 아니면 자기를 보는 한심한 표정.
왕자에겐 그게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것들이였지만 이번건 너무나 낯설었다.
이시스가 왕자를 향해 손을 뻗어온다.
왕자는 피하지 않고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이시스가 어딘지모르게 슬픔에 찬 목소리로 방울을 울리듯 조용히. 침착하고, 또박또박 말했다.


"왕자님. 잘들으세요. 제게 무슨일이 생겨도 멈추시면 안돼요. 아시겠죠?"
"그게 무슨 뜻이야..?"


왕자는 갸웃했다.
이시스에게 무슨일이라니? 그걸 짐작해보기엔 왕자는 너무나 세상을 모르는 무지한이였다.


"절대로예요.. 꼭.."


이시스는 그 말을 끝으로 왕자에게서 손을 떼어, 왕자에게 등을 보인채 어두운 거리로 멀어져간다.
왕자는 손을 쭈욱 뻗어본다.
닿지 않으리라는걸 알면서도...


"이시스...!"
"악"


왕자가 소리치고 후에 퍽하고 뭔가를 둔탁하게 때린 느낌이 들더니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왕자는 눈을 떴다.
눈에는 어째선지 눈물이 고여있었고...


'어라아..'


낯선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왕자는 상체를 일으켜세워본다.
딱딱한 소재로 만든 침대가 제일먼저 느껴졌고, 그다음으로는 어딘지 어두우면서도 따뜻한 기온이 느껴졌다.
자신은 방금 깨어난것이다.
그럼 그건 꿈?


꿈에서조차 이시스가 나왔다니...
나 ..대체 이시스를 얼마나 생각하는거야..


꿈인걸 아는데도 두 뺨에 묻은 이시스의 채취가 묻어나올것만 같았다.
으음.. 그러니까 이런걸ㅡ..


"흠흠, 저기?"


생각에 전념중이던 왕자의 독백을 깨부순 어느 한 목소리.
왕자는 그러고보니 꿈에서 깬 직후에 왠지 때린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왕자는 빤히 보았다.
눈앞에... 소년?
왕자는 뻗은 자세 그대로 정면을 응시하니, 웬 소년의 볼에 자신의 주먹이 가있었다.
원치않게 주먹다짐을 받은 소년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왕자의 면상에다 대고 침을 뱉을 기세로 말했다.


"치우지?"
























"그으러니까, 네가 날 구해준거야?"
"길바닥에 시체가 있는것도 꺼림직해서 치워준것 뿐이야."


"청소부가 나한테 감사해야할껄" 하고 뒤이어 말을 이었다.
얼핏 소년의 말을 들어보니, 왕자는 모든걸 다 털리고 거리를 배회하다 적당한곳에 보기좋게 쓰러졌던 모양이다.


"어..으음. 아직 시체는 아닌데.."


왕자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소년은 그건 당연히 아는거고 하는 얼굴로 왕자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 눈길이 어째선지 이시스를 연상시켜서 꿈속에 일들이 머릿속에 다시 재현되는가 싶더니 머리를 털어내면서까지 그 생각을 물렀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해줄건 다해줬네'
왕자는 자신의 옷가지를 만지작 거리며 생각했다.
옷은 원래 다 털려서 얇은 티만 입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조금 두터운 스웨터가 입혀져있었다.
저런 부류 알지.. 흔히 츤데레라 말하는거 아닌가..


"살았긴 한데..혹시 근처에 여관못봤어?"
"여관이라... 그러고보니 댁, 어디서 낯이 익는가 했더니.. "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턱을 두손가락으로 집고는 생각하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다.


"여관을 사겠다고 했던 대부호맞지?"
"뒤에 대부호까지는 아닌데.. 뭐 얼추 맞네. "


근데 그 여관에 너도 있었구나? 하고 뒷말을 이었더니
소년은 마침 여관에서 나오려는 찰나에 본것 뿐이라고 말하며 팔짱을 끼며 일축했다.


"그러니까 그여관..! 내가 거기 밥이 맛있어서 그런데.. 안내해주지 않을래?"
"...여관을 밥먹으러 가는거야?"
"아니 그것도 그렇긴 한데... 거기 침대도 푹신하긴 하더라"
"..."
"여긴 침대가 딱딱해. 여기서 두세밤만 자도 아마 돌바닥에 의한 동사라도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
"뭐"
"여기서 살고있는거야?"


그렇다면..음.. 힘내, 하며 소년의 어깨를 토닥이듯 손을 올리며 왕자가 말했다.
덤으로 안쓰러운 표정도 지어보이면서 말이다.
소년은 기분이 팍 상했는지 어깨에 올려진 왕자의 손을 퍽 내쳤다.
기껏 고운 얼굴을 찡그리며 왕자를 바라보고는


"쫓겨나고싶지?"
"죄송함다"


..이 취급도 어째선지 익숙했다.


"여관이라면 여기서 꽤 먼데? 여기까지 왔으면서 다시 가려는 이유가 뭐야"
"엥"


멀어봐야 얼마나 멀겠어 생각하며 소년의 방에 있던 지도를 빌려와서 찾아보니, 확실히 여기서 그 여관까지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소년의 말에 의하면, 이 지도는 1센치에 100미터로 계산하고, 이곳에서 여관까지의 길이가 어림짐작아 30센치.. 그걸 100미터로 치부하면 무려 3킬로미터라는 계산이 나온다.
3킬로미터? 내가 그렇게 많이 걸었어..??
왕자는 떡 벌어진 입을 한손으로 틀어잡으며 진정해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걸, 뭘까 이거...폴터가이스트 현상? 귀신들린거 ? 아니면 텔레포트라도 탔나...
아리송한 기분에 몇번이고 되물어봐도 확실했다.


"그럼 나 어떡해"
"나한테 묻지마"
"도와줘"
"싫어"
"헬프미..."
"놉"


가까이에 있던 소년에게 슬라임처럼 들러붙어 구걸해본다.
상황이 이렇게 잣된거... 생명부지의 끈을 놓칠수는 없었다.
다시 돌아가긴 글렀고, 침대가 딱딱하고 삼일내에 자다가 동사에 걸린다더라도 살기만 하면 기회는 있는거고 말이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사람 한명 살린다 생각하시고.. 네?"
비굴비굴하게 소년의 허리를 와락안으며 팔로 강압적이게 떼어내려하는 소년의 손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매달려서 구걸해본다.
잉여로움은 이미 멕스..


"응응? 내가 용사거든? 시켜만주면 개처럼 핥을게.."
"개처럼 핥아지는것도 찝찝해서 싫거든? 근데 ..뭐?"


소년은 왕자의 입에서 나온 용사라는 단어에 눈썹을 치켜세웠다.
소년이 소노에서 중노로 올라간게 느껴진다.


"용사가 그렇게 간단히 입에 나올게 아니거든? 사칭할거면 길바닥에 나앉던지"


소년은 한결 까칠해졌다.
왕자는 더욱 애걸구걸하며 매달렸다.


"징짜라거어 ... 막막 용사가 되어서 마왕 무찔러가라는데 나보고 어떡하라고오.."
"으악.. 콧물 흘리지마! 저리가!!"


소년은 팔에 더 힘을 주어 메미처럼 착 달라붙은 왕자를 떨어뜨리려했다.
왕자는 그럴수록 더 힘을 줘서 달라붙을 뿐이지만.


"징짜루 맞는데에... 막 모험의 서 같은것도 받았구, 천데롯도 받았는데..."


물론 하사 받았던 천데롯은 여관비에 다 쓰고, 모험의 서도 도적단들에게 보기좋게 털려서 지금은 잉여왕자 라기 보단 거지왕자가 더 어울려보였다.


"..모험의 서?"


왕자가 한 말중에 신경쓰이는 단어를 캐치한 소년은 찡그렸던 표정을 폈다.
그러곤 천천히 왕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더니


"진짜야?"


"응" 얼빠진 소리를 낸건 왕자쪽.


"모험의 서... 진짜로 가지고 있어?"하고 진지하게 되묻는 정체불명의 소년.


왕자는 그말에 최대한 고개를 끄덕끄덕 해보인다.


"아. 지금은 왠 개노답 삼형제에게 빼앗겨서 없지만!"
"...무슨 말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빼앗겼다는소리야?"
"응!"
"누군데."
"응?"
"누가 가져갔냐고"


소년은 당장에 벽걸이에 걸어두었던 검고 보랏빛 윤기가 흐르는 활대위를 손에 꽉 쥐었다.
소년은 아무래도 진심이라는 듯 활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왕자는 그순간 개노답 삼형ㅈ.. 아니 도적단 3인방의 목숨이 이 소년에 의해 와장창 무너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0
이번 화 신고 2019-11-06 00:22 | 조회 : 760 목록
작가의 말
Nf엔프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