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동거

오랜 옛날부터 인간이 바라온 것들 중 한 가지, 불로불사(不老不死).

던전이 나타나고, 그 부산물들로 하여금 이루어진 발전은 몇몇의 인간에게 불로불사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심어주었고, 그것은 조금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가장 불로불사에 가까운 생명체인 뱀파이어를 통해 하나의 실험이 비밀리에 진행되었던 것이다. 간단하게 그들의 피를 인간에게 주입하는 것부터 살점 등을 이식하는 것 등등 비윤리적인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런 실험 도중, 우연히 구한 뱀파이어의 혼혈에서 그들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뱀파이어의 유전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른 이들과의 결합에서 거의 무조건적으로 유전되었기에 보통은 뱀파이어만이 생기는데, 누군가가 던전 안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그들은 가능성을 더 늘리기 위해 혼혈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뱀파이어의 특성 상 혼혈이 생기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혼혈이라 부르는 이들 또한 인간보다 짐승에 더 가까웠기에 점차 연구의 성취는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실험을 전국적인 규모로 키워 내며 결국은 그 혼혈이 인간에 가까울수록 실험의 성취는 커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인간과 가장 비슷한 종족인 요정 족, 그 중에서도 가장 유사하다는 엘프와 뱀파이어의 혼혈을 찾게 된다.

그러나 요정 족 자체가 언데드인 뱀파이어와는 맞지도 않는데다가 그들을 억지로 맺게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태어난다 한들 오래 살지도 의문이었다.

몇 년이 지나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 실험은 그 연구비를 충당할 수 없었기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실제로 나타나버렸지, 엘프와 뱀파이어의 혼혈.”

하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명성도 어느 정도 올렸겠다, 정부를 떠나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되네. 확실히 길드보단 정부쪽에 있는 게 접점을 만들기 쉽긴 했지만 원했던 놈들과의 접점은 이미 만들어 놨고 대충 나간다는 떡밥도 뿌려 뒀기에 길드 쪽으로 갈려 했는데 아직은 아닌 듯하네.

일단 치료를 명목으로 뽑아뒀던 피는 그냥 넘겨주고 그때 화장실에서 찍혔던 영상은 팔수야 있겠지만 그닥 내키는 선택지는 아냐. 남겨 두면 나중에 쓸 수도 있는가는 둘째 치더라도 조금만 조사하면 알 수 있는 흔한 정보일 테니.

틴이라고 했나. 이곳에 처음 온 이종족이고 어리기까지 하니 쉽게 구슬릴 수 있을 터. 옆에 붙어있는 김하재라는 놈도 거슬리긴 하지만 죽일 정도까진 아니고.

일단 할 수 있는 일는 여기까지 인가?

그때, 수많은 휴대폰 중 하나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 끝냈습니다, 성자님. 그런데...

쯧, 또 이놈이야?

“무슨 일인가요?”

-역시, 역시 못하겠습니다. 아무리 악인이라지만 이건...

“...저도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일을 해야만 하는 법이죠... 부탁드릴 게요”

- 성자님...

“후...만약 더 이상 힘드시다면, 안하셔도 되요. 다른 사람을 구하기 전까진 제가...해야만 하겠지만요.”

- 아, 아닙니다! 더 할 수 있습니다!

“고마워요, 인영 씨.”

뚝, 전화가 끊겼다.

저 놈은 조만간 버려야지. 일 한 번 처리할 때마다 저러니 짜증나네. 사람 한두 번 죽이는 것도 아닌데, 겁이 지나치게 많군.

가지고 있던 휴대폰에서 울리는 알람에 몸을 일으켰다.

“에이 씨발, 윗놈들 비위 맞추러 가야되겠네. 아침부터 술만 안 먹였음 좋겠다.”

***

“기다렸잖아!”

입술을 쭉 내밀고서 말한 베키는 이내 내 쪽으로 달라붙었다.

“왜 기다린 건데...?”

약속 안 잡았지 않나?

“끝나고 나서 다시 얘기 하자고 했잖아. 까먹은 거야? 그렇게 안 봤는데...”

“아.”

그냥 그 다음 단계에서 마저 말하자는 말인 줄 알았다.

“벌로 나랑 같이 던전 가자! 헌터 자격증은 오늘 내로 나온다고 해서 내가 미리 몇몇 던전을 알아 봤는데 너랑 나 정도의 실력이면 무리 없이 사냥 가능해 보이는 곳도 있더라고. 나 혼자면 무리일 곳이 대부분이라서 걱정했는데 너만 있어도 선택지가 늘어날 거야!”

헤실거리며 말하는 베키의 말에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도 말했듯, 내게 주어진 불사의 기연은 그저 불사일 뿐이니까. 이 몸의 상태는 의학 지식이 거의 없는 일반인인 내가 보아도 조금만 더 지나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까지 악화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내일 기연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정말? 왜?”
“선약이 있어.”

나와의 약속도 약속이니 거짓말은 아니다.

“그럼 굳이 내일이 아니어도 좋...”

“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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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13 02:22 | 조회 : 1,675 목록
작가의 말
11月

뭔가 오랜만이네요. 시험기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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