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테스트(2) - 수정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새하얀 방이 있었고 스피커만이 달랑 구석에 박혀 있었다. 어딘가에는 cctv도 있겠지만.

- 지금부터 나오는 몬스터는 가상 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시험을 치러 주십시오.

스피커로 울리는 말이 끝나자 내 앞에 쥐 형태의 몬스터 3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상이라곤 하나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헌터의 능력과 과학까지 합쳐졌으니 진짜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후우...”

검을 쥐고 숨을 들이마셨다. 자그마치 몇 시간 전에 배웠던 검술이지만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요정 족이기 때문일까, 재능일까.

몬스터가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애초부터 협력하는 놈들이 아닌 건지 서로 먼저 가겠다고 몸까지 부딪히며 달려오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자연스레 그들을 비껴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가장 왼쪽에 있는 놈의 옆구리를 베고 그대로 한쪽 발에 힘을 줘 빙글 돌아 녀석의 뒤를 찔렀다. 뒤에서 그대로 심장까지 꿰뚫어 죽이고 검을 놓았다. 정령검술은 말만 검술이지 춤을 추는 것과 더욱 닮아 있다.

검을 놓음과 동시에 죽은 놈의 시체가 천천히 바스라졌다. 달려드는 두 놈의 등을 집고 – 크기가 사람만하다. - 넘어 떨어지는 검을 잡고 꼬리를 자름과 동시에 땅을 박차 그놈의 등 뒤에 올라탔다.

검으로 목을 찌르고 놓은 뒤 찔러오는 꼬리를 피해 백덤블링. 다시 뛰어오르며 검을 잡고 나머지 한 놈을 잡았다.

- 토, 통과입니다.

스텟이 낮았기에 검을 뽑지 못한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오오, 너 엄청 날렵하구나! 대단해!”

눈을 반짝인 돌고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구경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TV에서 시험을 치는 모습이 생중계 되고 있었다. 능력이 치료라서 인지 쥐 5마리와 아군 한 명이 소환되었다.

시작을 알리자마자 쥐가 달려들고 아군은 돌고래를 몸으로 가렸다. 치유사의 시험은 적당히 능력만 쓰면 통과되게 되어 있어 쉬운 편에 속하는데 – 힐러는 언제나 부족한 법이었다. - 그는 싱긋이 이쪽을 – 정확히는 cctv - 보고 웃더니 몸을 던졌다.

아군의 옆구리에 차인 검을 빼앗고는 쥐에게 달려들어 쥐를 베었다. 그가 쥐를 벨 때마다 푸른색의 물방울이 쥐의 상처를 헤집었다. 그렇게 손쉽게 5 마리를 처치한 그는 밖으로 나와 내게 달려들었다.

“네 모습을 보니 검을 쓰고 싶었어. 어때?”

“잘하네.”

검을 잘 다룬다, 는 표현은 본 적이 없지만.

“묻는 걸 까먹었는데 이름이 뭐야? 아, 여긴 먼저 밝히는 게 예의였나? 난 베키. 여자이름 같다고 많이 들었는데 우리 종족은 모두 이런 식의 이름들이야. 귀엽지 않아?”

이름이 여자이름 같다는 것만 기억이 나서 정확히 몰랐는데 베키라니. 작가가 이름을 짓기 귀찮았던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만큼 흔한 이름이었다. 물론, 남자한테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난 틴. 그나저나 어서 가자.”

우리가 거의 마지막 순서였기에 이미 시험은 마지막만 남겨두고 있었다. 앞서 가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 어딘가로 걸어갔다. 아카데미라더니 곳곳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소리가 들렸다. 아카데미 치고는 넓기도 하고.

도착한 방은 꽤 많아서 각자 한 명 식 들어가고도 남았다. 방 안에 들어가자 마치 면접이라도 하듯 3명의 사람이 앉아 있었고 그 앞에 내가 앉을 의자가 있었다. 익숙한 금발머리가 보였다.

다인은 슬며시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크흠.”

다른 사람이 다인에게 눈치를 주었다. 아마 공평성에 어긋날 행동은 하지 말라는 거겠지.

“틴, 이라고 했나? 전체적인 스텟은 낫지만 능력은 나쁘지 않군.”

중앙에 앉은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내 정보가 적힌 서류를 훑으며 말했다.

“스텟이 너무 낮아서 애매한데...”

“하지만 능력 면에선 통과시켜도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지요. 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당신의 능력이 몬스터들의 토벌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끼시나요?”

“아뇨.”

다인은 내 편을 무조건 적으로 들어줄려는지 계속되는 질의응답 속에서 나를 도와줬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 묻지. 정부 소속으로 들어올 생각 있나?”

이렇게 대놓고 물을 줄은 몰랐다. 내 몸은, 앞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돈을 들여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 소설 속에서 언급도 꽤 되었다. 문제는 그에 대한 정확한 이유가 나오지 않았기에 주인공이 기연을 준 엘프의 시체를 연구기관에서 다시 되찾아 그 엘프가 살던 마을에 되돌려 주는 에피소드는 욕을 먹었었다.

도대체 이 몸으로 뭘 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할 따름.

“아뇨.”

아마 내가 들어간다면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날 연구실에 집어넣겠지, 실험체로.

“그럼 길드?”

고개를 저었다. 김하재를 따라 다녀야 하니 자동으로 프리랜서 당첨이다. 모든 테스트를 끝내고 베키를 만나러 갈려는데 누군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틴, 잠시 괜찮나요?”

달려온 건지 살짝 땀을 흘린 다인은 살며시 웃으며 물었다. 이렇게 달려온 것을 보니 급한 일인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등록된 이종족에 대한 지원의 설명을 까먹고 못해드렸지 뭐예요.”

자뭇 곤란하다는 듯이 웃은 다인이지만,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소설을 본 내 입장에서 악당이었던 – 악당 보단 이익만을 보는 놈이라는 게 더 정확하긴 하지만. - 놈이 아무리 착한 짓을 한들 내 눈에 좋게 비춰질 리가 없었다.

“뭔데? 아, 반말 써도 돼?”

김하재가 성인식을 치루지 않은 엘프는 성인취급을 안한다고 들었는데 초반에 반말을 써버려서. 심지어 이제야 3번째 만남이다.

“네. 그건 괜찮아요.”

괜찮다며 손사래 친 다인은 특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 세상에 대한 교육을 받으실 수 있어요. 보통은 다 받는 쪽이지만 이쪽 세상에 있는 보호자나 먼저 넘어온 분이 계시다면 받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틴은 처음 만났던 그 사람을 보호자로 지정해놓긴 했는데, 교육은 따로 받으실 의향이 있나요?”

“아니.”

어차피 다 알고 있다. 모르는 건 검색하면 되고.

“네. 그럼 그렇게 처리해 둘게요. 그리고 안정적인 수입이나 직업이 있을 때 까진 임시 기숙사에서 지내실 수 있어요. 아, 그리고 이거.”

그가 내민 것은 주민 등록증이었다.

“만나는 김에 가져왔어요. 이것도.”

그 다음으로 내민 것은 이미 개통된 스마트폰.

“이걸 왜...?”

부담스럽다.

“이것도 지원 중의 하나에요. 음, 시간이 별로 없네요. 다음에 봐요, 틴. 더 자세한 건 검색 해봐요!”

손목시계를 보더니 달려서 사라진다. 뭐지, 진짜. 폰을 확인해보니 다인의 번호로 보이는 것이 저장되어 있고, 폰을 개통해 줬으니 이정도는 괜찮지 않냐, 는 뉘앙스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검색해 보니 지원 중에 폰을 개통해준다는 특권은 없었다.

“...츤데레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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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07 01:44 | 조회 : 1,871 목록
작가의 말
11月

츤데레 아니야...다음편에 그 이유가!!! - 특권 >> 지원 으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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