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주인공은 귀엽다

아직까지 열이 나는 것일까, 뜨거운 숨을 뱉어내곤 천천히 눈을 떴다.

“으음...”

옆을 돌아보니 앉아서 눈을 감고 있는 주인공이 보였다. 어, 왜 여기 있지? 상처가 심해서 쉬는 걸까? 포션이 있었던 거 같은데...아, 나한테 쓴 듯 했다. 빈 포션병이 주인공의 손 위애 놓여 있었다. 마음씨 착한 주인공 이었으니 아팠던 나에게 쓴 거겠지. 이 몸에 포션은 마시나 마나지만, 마음은 착하네.

깨울까? 그러고 보니 가방 안에 약초가 있었던 거 같다. 구슬이랑 같이 줬었지. 가방을 열어 약초를 꺼냈지만, 뭐가 상처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막 쓰기에는 독초도 있었던 거 같은데, 어쩌지.

고민하는 사이 주인공이 깨어날 듯 몸을 뒤척였다. 기억, 기억을 더듬어 보자...

“아.”

깨어난 주인공의 밤색 눈동자와 마주쳐 버렸다. 당황한 듯 붉어진 얼굴을 할 말이 없어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주인공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안, 안녕...?”

음, 그러고 보니 얘 외관은 17살 정도였나? 실제 나이는 50살이긴 하지만.

“저, 저기...?”

“응, 안녕.”

그냥저냥 대답해 주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슬며시 가방 채로 주인공에게 건넸다.

“뭐...약초?”

고개를 끄덕이자 주인공은 잠시 멍청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수줍게 고맙다며 인사해왔다. 음, 수줍어 할 건 없는데.

“헉...이거 귀한 거잖아, 나 줘도 돼?”

“난 필요 없으니까.”

“아, 아껴서 쓸 깨!”

굳이 그럴 필욘 없는데. 주인공의 얼굴이 너무 해맑아 보여 말하지 못했다. 진짜 아껴 쓸려는 건지 최대한 많은 물과 섞어 조심스레 상처에 얇게 펴 발랐다. 주인공은 약초학도 공부한 걸까? 뭐, 자연스레 하는걸 보니 잘 아는 거겠지.

“아, 맞다. 난 김하재야. 넌?”

주인공 이름 까먹을 만 했다. 꽤 흔한 이름이잖아.

“이름...딱히 없는데.”

사실 이 캐릭터 이름 모른다. 주인공 이름도 몰랐는데 이 캐릭터 이름을 어찌 알까. 그저 불행한 과거사를 알기에 이름도 없겠거니 했다. 전부 불행한 아이라느니, 저주받은 아이라느니 했으니까. 있을 수도 있지만 어느 엘프가 이 아이의 이름을 기억할까 싶을 정도로 불행했었지, 아마.

내 말에 김하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내 붉은 눈동자와 하얀 머리카락을 보곤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난 이 엘프가 아니니 과거가 고통스럽긴 커녕 살짝의 동정심 밖에 들지 않았다.

“그, 미안.”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인 것으로 우리의 대화는 끊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김하재의 상처가 모두 나았을 때 쯤 – 약초의 효능은 생각보다 좋았다. - 그는 이 분위기가 불편하였는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왜 여기 있었어?”

너를 만나 기연을 전해주고 죽기 위해? 원작에서도 엘프 마을이 강제로 보낸 것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긴 했지만, 김하재라면 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귀찮을 듯하니 다른 변명거릴 생각했다.

“...너를 성장시키려고?”

어차피 내가 기연을 홀라당 먹어버려서 김하재를 다치지 않게 성장시키고 다른 기연도 얻고 해야 하니 곁에 있어야 한다. 성장시켜 준다는 명목이면 괜찮겠지?

“성장? 나를?”

“응. 네 신은 다른 헌터들을 축복한 신들과는 다르니까.”

보통이라면 어떻게 그걸 아느냐 경계할 텐데, 김하재는 그렇구나 하며 넘어간다. 웃긴 놈이네, 이거.

“진짜? 어떻게?”

경계는 고사하고 눈을 빛내는 게 강아지 같은 놈이었다. 머리카락마저 짙은 밤색에 곱슬머리여서 꽤 귀여웠다.

“여길 나가면 알려줄게.”

벌써부터 알려주면 곁에 있겠다는 계획이 망가지잖니.

“아...맞아, 밖부터 나가야지!”

금세 시무룩해 하다가 또 금세 밝아진다. 놀리는 맛이 있을 것 같은 성격이구나. 귀여워라. 살짝 머리를 쓰다듬고 몸을 뉘였다. 놀란 듯 깜빡거리는 눈동자를 향해 조용히 웃어주곤 눈을 감았다.

***

몸을 일으키자 보석 같은 두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핏빛이 아닌 영롱하게 반짝이는 붉은 보석 같은 눈동자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에쁘다기 보단 아름다운 얼굴이 나를 빤히 쳐다보자 얼굴이 붉혀졌다.

무언가 말하길 바라는 걸까, 붉어진 얼굴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나보다 어려보이니까 반말을 해도 되겠지?

인사를 나누자 또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러자 엘프는 내게 가죽 가방을 건넸는데, 세상에. 경매에 내걸며 최소값이 몇 천은 나올 약초들이었다. 필요없다곤 하지만...아까우니까 최대한 조금식 썼다.

이름을 묻자 없다는 대답이 들려와 당황스러웠지만, 그의 머리색과 눈 색은 보통 엘프의 자연을 닮은듯한 색과는 달랐으니 그런 것 같아 측은함이 들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지만 내가 과거를 생각하게 해서 슬프겠지?

미안해서 사과를 하니 고개를 끄덕이곤 도로 누워버린다. 역시 슬픈 거겠지? 말없이 앉아이자 상처가 낫고서야 – 아마 3시간은 지났을 것이다. - 나는 다시 말을 걸 수 있었다.

왜 여기있냐 물으니 나를 성장시키기 위함이라는데, 어떤 신인지도, 어떻게 성장하는지도 모르는데 참 다행이었다. 얼굴이 아름다우니 마음씨도 고운 것 같다.

엘프가 싱긋이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자 놀랐지만, 부드러운 손길이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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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9-22 04:18 | 조회 : 2,535 목록
작가의 말
11月

새벽 4시.....오랜만에 글쓰니까 기뻐서 막 써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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