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아카루 연합국 국경

사흘 전, 아카루 연합국, 수도인 캉 드 아카루의 중심부 아카루의 세 족장과 각 부족 장로들이 모이는 ‘대회의장'.
그 안에서는 세 부족의 장로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이 시기에 이 무슨 일이오! 곧 있으면 국가 행사가 있는데!”
검의 부족 장로 중 하나가 말을 하며 회의가 시작되었다.
“안 그래도 말 잘했소이다. 아니, 족장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사라졌다니요!”
격투의 부족 장로 중 하나가 말을 보탰다.
그렇다, 아카루 연합국의 세 부족 족장들이 갑작스레 모두 사라진 것이었다.
이에 일단 세 부족은 긴급회의를 소집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다들 그것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지금 아카루의 3대 보물도 모두 사라지지 않았나!”
“그렇소! 이것이 더 큰 문제요! 아카루의 3대 보물이 없다는 것은 다음 족장들을 뽑지 못한다는 것이요, 국가의 큰 혼란까지도 일으킬 수 있단 말이오!”

아카루의 3대 보물.
그것은 아카루들의 시조들이 지녔던 세 개의 무기를 이야기하며, 이는 각 부족의 상징 무기가 되었다.
검의 부족이 가진 아카루의 검, 중갑의 부족이 가진 아카루의 도끼, 격투의 부족이 가진 아카루의 건틀릿이 그 상징 무기들이었다.
이 보물들은 각 부족의 족장들이 관리하게 되어있으며, 여러 행사에 의장용으로 사용이 되고 있었다.

그러자 중갑의 부족 중 한 사람이 손을 들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끼리 실랑이 벌일 필요 없이 일단 영혼의 무사에게 도움을 요청합시다. 그동안 우리끼리 족장 수색대를 꾸려보도록 하겠소.”
그날의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다음 날, 영웅의 숲에서 대기하던 파르시틸은 이를 전달받았다.

긴급회의는 파르시틸이 기차에서 임무를 설명하고 있는 지금, 재개되었다.

“그래, 영혼의 무사 측은 어떻게 말했나?”
한 장로가 말을 꺼냈다.
“푸른 달을 파견했다더군.”
“푸른 달 한 명! 끙…. 두 가지 문제를 한 명에게 해결시키겠다는 것인가….”
영혼의 무사 측에 아카루 연합국이 요청한 것은 선대의 수색과 아카루의 3대 보물의 수색 건이었다.

“보내는 것은 두 명이라고 쓰여 있긴 했다네.”
“그렇겠지. 그의 파트너가 있을 것 아닌가?”
“영혼의 무사 측은 파트너를 수에 치이지 않고 전력을 통보한다네.”
격투의 부족 장로 위원장이 이 이야기를 하자 갑작스레 회의장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말을 덧붙이자 갑자기 장내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영혼의 무사, 가버는 족장의 실종과 3대 보물들이 사라진 것이 연관되어 있을 것 같다고 했네.”

한편 기차 안, 파르시틸은 강진호에게 임무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아카루의 족장들과 3대 보물들을 찾으러 가는 것입니다.”
“에…. 그럼 3대 보물들은 각각 뭐야?”
강진호가 질문했다.
“각 아카루의 부족들 초대 족장부터 지금까지 썼다고 하는 검, 건틀릿, 도끼입니다.”
파르시틸의 대답에 강진호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국보급이잖아! 그런 일에 내가 도움이 되겠어?”
“아무도 너한테는 기대 안 할걸.”
노엘이 아무렇지도 않게 무심하게 말했다.

“흠…. 지금부터 진호 군은 저와 함께 다니면서 이러한 일들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일이 이렇게 큰일들이거든요.”
“퍽이나 익숙해지겠다! 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그렇게 불평하면서 강진호가 기차 창밖을 바라보는데 뒤에서 노엘이 나지막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 목소리에는 저번에 느꼈던 심술이 분명히 느껴지는 웃음이 있었다.
“아카루의 3대 보물보다 네 검이 더 귀한 물건인 건 알아?”
그 말을 들은 강진호는 검에다 아침에 먹던 빵가루를 흘렸던 것이 생각났다.
들키면 안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괜스레 검을 이리저리 살피는 강진호였다.

임무 설명이 끝나고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견디지 못한 강진호는 주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기차 안은 대단히 고요했다.
노엘의 설명에 따르면 타고 있는 칸은 1등 칸으로 방음시설이 되어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기차 칸 안에는 좌석과 좌석 위의 침대, 그리고 방 가운데의 테이블이 있었다.
창문으로는 바깥의 풍경이 보였다.
강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으며, 산맥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이 타닌 산맥입니다. 이제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도착하겠군요."
파르시틸이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 우리 목적지는 저 산 너머에 있잖아? 산을 넘는 건 어떻게 해?"
강진호가 물었다.
그러자 노엘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그야 당연히 워프 마법을 써야지. 저 산 넘어가면 끝인 게 아니라 수도까지 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많이 걸리는데."
노엘의 말에 강진호는 얼굴을 두 손에 파묻었다.
"뭐, 그래도 일단 그 전에 입국 허가와 국가 내 공간이동 및 워프계열 마법 허가서를 인증받는 등의 절차가 필요해서 국경 검문소에 들러야 합니다."
역시 질색인 표정을 하면서 설명을 하는 파르시틸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기차가 종착역에 도착해갔다. 바깥에는 거대한 산이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솟아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밀려왔다.
객실에는 종착역 안내방송이 나오고 강진호 일행은 내릴 준비를 하였다.

“여기서 국경 검문소를 지나 넘어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짐을 챙기며 파르시틸이 말했다.
짐을 챙긴다고 했지만, 짐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영혼의 무사 무기는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닌 소환하는 방식이라 파르시틸의 짐은 가벼운 개인용 짐을 배낭에 메고, 노엘이 무거운 여행용 짐들을 뒤에 메고 다니는 주머니(가방이라기보다는 신발주머니 모양에 가깝다.)에 가지고 다니기 때문이다.
노엘의 설명에 따르면 무한정 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2~3명 다니는 데 필요한 물건 정도는 넣을 수 있다고 했다.
강진호는 검(히어로스피릿)과 마을에서 산 옷가지 등이 들어있는 들고 다니는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었다.

“진호 군, 그 가방은 멜 수도 있으니까 되도록 메는 것이 좋습니다.”
“왜?”
파르시틸의 지적에 강진호가 물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항상 모르는 거니까요. 검은 끈으로 허리에 묶도록 하죠.”
이렇게 나름 만반의 준비된 채로 강진호 일행은 기차에서 내렸다.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내리는 사람 중에는 인간들도 있었지만, 딱 봐도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몇몇이 보였다.
강진호는 그중에서 고블린들을 몇 명 보았다.
그들은 키가 160cm 정도 되어 보인다는 점을 제외하면(강진호의 예상보다 컸다.) 그가 알고 있는 고블린의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채찍을 몸통에 두르고 있는 털북숭이 생명체를 보았는데 무슨 종족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지도에서 국경 검문소를 찾고 있는 파르시틸을 방해하는 것 같아 그는 노엘에게 묻기로 했다.
"저기, 노엘."
"응? 무슨 일이야."
"저 채찍을 두르고 있는 생명체는 뭐야?"
"아, 아아. 저 털북숭이는 라돈이라고 하는 종족이야. 대부분 북쪽 대륙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라도스 왕국에 주로 모여 살아."
강진호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듯 노엘을 계속 쳐다봤다.
노엘은 강진호가 계속 바라보자 좀 더 자세히 설명을 시작했다.
"뿔이 3개 있는 걸 보니 남자네. 여성은 뿔이 2개 있어. 옆에 동물이 없는 걸 보니 파트너 동물인 '라도너'를 얻기 위해 여행 중인 모양이야. 원래 동물을 기르는 종족이거든."
"뭐야, 웬일이야. 이렇게 별말 없이 자세히 알려주고?"
"그야, 언제 진호 군이 임무 때문에 라돈을 만날지 모르니까요. 라도너를 얻으러 돌아다니는 라돈들은 여기저기에 있어서요.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만날 일이 분명 있을 겁니다."
파르시틸이 지도를 가방에 집어넣으면서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어 말했다.
“이쪽 길로 쭉 가다 보면 국경 검문소가 나옵니다. 출발하시죠.”
파르시틸이 말을 이어갔다.

일행이 국경 검문소까지 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국경에서는 젊은 청년들이 털옷을 입고 무장을 한 채로 서 있었다.

“저 사람들이 아카루야?”
“네, 지금은 인간형 모습으로 있네요.”
그렇게 대답하고는 파르시틸이 앞으로 나가 그 청년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카루 연합국에서 연락을 받고 왔습니다. 수도로 가야 하는데요. 입국 허가서 확인 좀 해주시겠습니까?”
“아, 그래. 정신없이 떠드는 사이에 사람들이 왔구먼. 어디 보자…. 아이구, 높은 분이신가? 장로분들의 손님이시네.”
청년들과는 달리 40대가 조금 넘어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입국허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일 때문에요.”
“그래? 요즘 흉흉한 일들이 산맥에서 일어나는데, 그 일들 때문에 온 건가?”
“흉흉한 일이요?”
어린 나이부터 영혼의 무사를 시작해 7년간 해오면서 적은 나이에도 수많은 경험을 쌓아온 파르시틸은 그동안 배운 것이 있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들어둬서 나쁠 것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조사 임무에서는 말이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우러나온 감이 이 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 못 들었나? 요즘 들어서 산맥 이곳저곳에서 폭발이 일어난다는 얘기가 있다네. 특히 이 남쪽에서 말이야. 나, 원. 무서워서 살 수가 있나! 우리 부족들은 안 그래도 산맥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데 말이야... 우리 마을 놈도 소리가 났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다른 곳에서는 벌써 다친 아카루도 있다는 모양이야!”
국경 검문소의 아카루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산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대륙은 서쪽에 아카루 연합국, 동쪽에 케스토니아 왕국, 북쪽에 도스 왕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중, 아카루 연합국은 타닌 산맥으로 이루어진 국경을 가지고 있었다.
타닌 산맥은 케스토니아 왕국과 도스 왕국의 국경선을 경계로 남쪽 산맥과 북쪽 산맥으로 나뉘었다.
남쪽 산맥은 케스토니아 왕국 쪽이었다.
중갑의 부족들은 사는 곳이 산맥인지라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가 떨어져 있고, 집들도 뜨문뜨문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봐, 아직 멀었어? 우리 그렇게 느긋하게 있을 시간이 없다고! 그 장로들하고 만나서 보고하고 설명 듣고 일 시작해야 한단 말이야.”
노엘이 파르시틸을 재촉하려고 말했다.
“아, 이제 허가증에 서류작업은 다 하셨나요?”
“그래, 방금 막 끝났다네.”

그 말을 들은 파르시틸은 웃으면서 서류를 집고 일어났다.
그리고 웃으면서 노엘의 어깨 위에 한 손을 올려놓았다.
노엘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야.”
반쯤 포기한 듯한 말투로 노엘이 말했다.
“노엘, 나는 먼저 이곳에서 조사하고 있을 테니까, 장로들한테는 진호 군과 함께 다녀와 줘.
이제 입국허가서 나왔으니까, 수도까지 워프로 이동해서 말이야.”

이 말에 두 목소리의 탄식이 나왔다.
형식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불평들을 늘어놓을 장로들과 가버를 만날 일이 두려운 노엘과 지금까지 앉아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드디어 그 속 뒤집힐 것 같은 짜증 나는 워프를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싫은 강진호였다.

그렇게 파르시틸은 국경 검문소 아저씨(그는 자신이 브라운이라고 소개했다.)에게 말을 해 교대 근무시간에 같이 마을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지금 노엘은 강진호와 함께 워프로 수도로 출발하려 하고 있었다.

“근데 말이야……. 꼭 이렇게 워프로 움직여야 하는 거야?”
강진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시끄러워, 나는 저 인간이 시키니까 하는 거야. 파르시틸한테 따져.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아까 설명했잖아? 여기서 수도까지 생각보다 멀다니까?”
노엘이 투덜대면서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다.

“너 근데 원래 워프할 때 마법진 사용 안 하지 않았나? 막 손에서 무슨 이상한 기운이 위이잉 나왔던 것 같은데…….”
“이곳에 있는 마력을 함께 사용해서 최대한 내 마력의 사용을 줄이려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냐? 이런 장거리 여행에 연료가 많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 안 해?”
노엘은 고생스러운 작업을 한다는 사실과 강진호를 돌보며 다녀야 하는 귀찮음, 그리고 앞으로 있을 여러 일이 성가셔서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다 내면서 대답했다.
강진호는 더는 노엘을 건드렸다가는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물어보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

노엘과 강진호가 이렇게 속이 타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르시틸은 아카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면, 마을의 좌표위치도 저 검은 옷을 입은 사람에게 주시겠습니까? 돌아올 때 필요해서요.”
“당연히 그래야겠지. 세상에, 이렇게 젊은 친구가 푸른 달이라니! 내가 살다 살다 영혼의 무사랑 이야기도 나눠보다니, 신기할 따름이네.”

아카루는 전투민족이고, 용병으로 일하는 때도 많아서 강자들을 굉장히 우대하고, 동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부족장을 선출하는 방식도 이에 영향을 받았는데, 각 부족의 부족장들은 장로들이 한 명씩 추천할 수 있어서 추천받은 전사들이 경합을 벌여 우승자가 다음 족장이 되었으며, 더 많은 추천을 받은 아카루는 강점을 얻고 경합에 임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경합은 전통적으로 엄청난 의미가 있는 행사로, 그때까지 고생했던 족장에게 감사를 표하고 새로운 족장을 맞이하는 축제와 다름이 없었다.
마지막에는 각 부족의 상징인 무기를 건네받았다. (검의 부족-검, 격투의 부족-건틀렛, 중갑의 부족-도끼)

“이제 다 됐다. 어휴,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 왜 거리가 멀어질수록 적을 내용도 많아지는지 원.”
노엘이 구시렁대며 말했다.
“아, 다 됐어, 노엘? 그럼 가서 그곳에서도 최대한 조사를 많이 해서 와줘. 진호 군도 조심하시고요.”
파르시틸이 말했다.
“자, 그럼. 연다!”
그리고 마법진에서 빛이 나더니 마법진 한가운데에 강진호와 파르시틸이 그토록 싫어하는 워프가 나타났다.
“이번에도 내가 밀어줘야 하나?”
“아…. 아니야. 내가 갈게. 이번에는 진짜.”
강진호는 눈을 질끈 감더니 워프 속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끔찍이도 싫어하는 그 느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 이 느낌 정말 싫어….”
강진호가 이렇게 중얼거리는 동안 노엘도 재빨리 워프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아카루 연합국의 수도 옆의 강가에 워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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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22 21:53 | 조회 : 63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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