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수도에서 수사 개시

“아, 진짜! 이 워프는 왜 탈 때마다 더 불쾌해지는 거 같지?”
도착하자마자 강진호가 불만을 터뜨렸다.
“장거리라서 더 심했을 거다. 불만 있으면 여기까지 걸어오든지 했어야지.”
노엘이 투덜대면서 이야기했다.

“그래도 여기 되게 예쁘다.”
강진호가 볼 때 이곳은 정말 아름다웠다.
한강만큼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는 강가의 모래사장 옆에는 숲이 있었는데, 숲들 사이에 나 있는 길은 마치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따라가는 벽돌길 같은 느낌이 났다.
“전사들의 나라라는 이미지와는 제법 동떨어져 있지요.”
뒤에서 어떤 사람이 말했다.

“뭐야, 누구세요?”
“저는 장로분들께서 모시라고 보내신 중앙 제 1수비대 소속 카르티 호사브입니다.”
그의 머리카락은 뾰족했으며, 키는 무척이나 컸다.
하지만 국경 수비대에서 봤던 전사들에 비해 조금 작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옷은 갑옷이라기보다는 잘 손질된 가죽이었으며, 어깨 갑옷만이 쇠로 되어있었다. 팔은 내놓고 있었고, 바지는 신축성이 좋은 재질이라 무척 독특하게 보였다.
그리고 가죽으로 된 허리띠에는 검 한 자루만이 덜렁 걸려있었다.
군인이라기보다는 게임에서 나오는 모험가처럼 보이는 행색이었다.

“음. 우리가 뭘 믿고 댁을 따라가지?”
노엘이 딴지를 걸었다.
“아, 못 믿으시는 건가요?”
“그럼, 이래 봬도 여기저기서 활동하다 보니 우리한테 원한 가진 놈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말이야. 최강의 무사라는 칭호 때문에 일단 덤비고 보는 열혈 무사들도 있고. 나름, 이 민폐 덩어리를 맡고 있는 중이라서 아무나 따라가기 좀 그렇단 말이다.”
노엘이 이유를 설명하자 카르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정작 푸른 달의 무사는 어디에 있는 겁니까? 파트너인 당신과 이 꼬마가 지금 일행의 끝입니까?”
“뭐, 파르시틸은 남쪽 산맥에 남아서 수사를 먼저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탐문은 나와,”
여기까지 말하고 노엘은 한숨을 쉬더니 강진호를 지목하며 말을 이었다.
“이 또 다른 동료에게 맡기고 말이지.”
그 소리를 듣자 카르티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 참 아쉽군요. 푸른 달을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저도 당신이 이야기한 열혈 무사 중 하나라서 말이죠.”
“그것 참 골치군. 이봐, 그건 그렇고 우리가 당신을 따라가도 되는 건 맞는 건가?”
카르티가 열혈 무사든 아니든 관심도 없는 노엘이 말을 자르면서 물었다.
그러자 카르티는 장로회 증서라고 쓰여 있는 종이를 내밀면서 따라오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뭐, 그렇다면야. 기꺼이 따라가도록 하지.”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강진호에게 속삭였다.
“장로들 앞에 가면 모든 행동과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해. 이 종족은 자유롭게 살면서 장로들은 이상할 정도로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나 이 세계에 오고 나서는 말을 거의 안 하고 있어.”
강진호가 대꾸했다.

카르티는 그들을 마차에 태웠다.
마차는 늑대 머리 모양 장식이 문고리에 걸려있었으며, 군청색의 몸체에 황금색 장식이 달린 멋있는 마차였다.
내부는 소파형식으로 되어있었는데, 강진호는 다니던 학교의 교무실에 있던 소파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마차가 참 좋죠? 국빈들을 모실 때 사용하는 의전용 마차입니다.”
마차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강진호에게 카르티가 설명해주었다.
“의전용 마차까지 내왔는데 파르시틸이 없는 걸 알면 장로들이 또 어떻게 나올지 두렵다, 정말.”
노엘이 창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마차는 대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대회의장은 흰색의 원기둥 모양이었으며, 중간중간에 군청색으로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었고, 사각형 모양의 노란색 바탕 위에 군청색 늑대 머리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 검은 검, 초록 도끼, 빨간 건틀렛이 있는 그림이 그려진 아카루 연합국의 국기가 걸려있었다.
또한, 연합국 국기 아래에는 노란색 바탕에 늑대 머리와 각자의 무기가 각자의 색깔로 그려져 있는 부족별 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사실 푸른 달을 만나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마차에서 내리면서 카르티가 말했다.
“성격도, 무기도 제각각인 부족들도 이 아카루의 털빛만큼은 모두 푸르죠. 그래서 푸른색은 아카루의 색입니다.”
“그래서?”
노엘이 무관심하게 호응해주었다.
그런데도, 카르티는 크게 호흡을 하더니 천천히,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 사람에게 도전해서 아카루의 색깔에 어울리는 무사인지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영혼의 무사 ‘푸른 달’의 호칭을 빼앗을 겁니다.”

그러자 노엘이 마차에서 내리는 강진호를 도와주다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열혈도 정도껏이어야지. 푸르딩딩한 색깔이 자기들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아카루들은 자기들이 세상에서 가장 센 종족인 줄 안다니까? 자기네가 뭔데 파르시틸이 어울리느니 마느니 평가한다는 거야? 이거야 원, 에휴!”
노엘은 강진호가 내린 후에 할 말이 조금 남았는지 올라가면서 이어서 얘기했다.
“무엇보다 그렇게 만만한 인간이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 억지로라도 여기까지 끌고 왔겠지!”
그러자 강진호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나는 네가 지금까지 파르시틸을 만만히 보는 줄 알았어.”
“말을 적게 하면서도 그렇게 쓸데없는 말만 하는 것도 재능이야, 너.”
노엘이 강진호에게 쏘아붙였다.

대회의장 중앙회의실에서 장로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장로들은 대략 30명이 조금 넘었으며, 둥그런 원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부족기가 걸려있어 각자 어느 부족 장로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모셔왔습니다.”
카르티가 말했다.
그는 노엘에게 면박을 들은 후라 살짝 풀이 죽은 듯했다.

“반갑다, 이름 모를 무사와 푸른 달의 파트너 노엘이여.”
“장로님들, 푸른 달의 파트너 노엘이 영혼의 무사 일행 도착과 임무 시작을 통보 드리며 협력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노엘이 장로의 인사에 대답하며 말했다.

“그런데, 정작 푸른 달은 어디에 있는 건가?”
“그는 이미 남쪽 산맥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저희도 이곳에서의 조사와 정보수집을 끝낸 후 그곳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장로들의 표정이 찌푸려졌음을 강진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하긴,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 뭐…. 내가 외교 같은 걸 뭘 알겠어.’
강진호가 장로들과 눈이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눈을 바닥으로 내리깔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름 모를 무사는 누구인가?”
강진호는 깜짝 놀랐다.
자신을 이야기하는 듯했는데, 자신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도 몰라 어리바리하게 멀뚱거리고 있었다.
그동안 노엘은 강진호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좋을지 머리를 굴리면서 되물었다.

“아, 강진호 군에 대해 연락받은 것이 없으십니까?”
“혹시 자네들이 2명을 보낸다고 하던데, 그 중 한 명인가?”
그러자 노엘은 가버가 그의 정체를 밝혀도 좋다고 허락했음을 눈치챘다.
강진호의 신분을 통해 좀 더 우대를 받을지, 아니면 숨겨서 강진호를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는 가버를 믿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이번 대의 히어로스피릿의 선택을 받은 무사입니다. 현재 파르시틸과 동행을 하면서 수행 중이지요. 가버의 편지를 보니 이미 전력 중 하나로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노엘은 가버가 이미 이렇게 자신과 강진호만을 보낼 것을 예상하고 강진호가 중요한 사람임을 밝혀 파르시틸에게 바람맞고 기분이 상했을 장로들을 달래는 처사임을 알아챘다.
‘가버 씨, 나이스 어시스트!!!’
확실히 장로들은 기분이 좀 풀린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좀 놀란 것처럼 보였다.
하긴, 강진호의 존재를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들은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하면서 부족별로 뛰어난 전사들을 한 명씩 붙여주겠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이 일이 극비여서 장로들 외에는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오. 그래서 전사들을 몇 못 붙여주게 되었네. 하지만 실력은 확실한 친구들이니 걱정하지 말게나. 모든 정보도 그 친구들이 설명해줄 것이야.”
“안녕하십니까, 앞으로도 도움을 드릴 검의 부족, 카르티 호사브입니다.”
“왜 하필 저 자식이냐, 재수 없게.”
카르티가 나오자 노엘이 강진호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안녕하십니까, 격투의 부족, 쿠로 기레도입니다.”
“중갑의 부족, 사로 토리네보입니다.”
카르티보다도 키가 커 보이는 전사 두 명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쿠로는 머리가 뻗쳐 있었으며 셋 중에 키가 가장 컸다.
그는 어깨 갑옷은 없는 대신 다리에 갑옷이 있었다.
사로는 쿠로보다는 키가 작았지만, 카르티보다는 컸으며 투구만 없지 사실상 완전 무장상태였다.
심지어 등에는 방패까지 메고 있었는데, 강진호는 그 방패가 자신이 타고 온 마차의 바퀴보다 크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키가 작은 편인 노엘과 그냥 그런 강진호의 옆에 서니 그들의 키는 더욱 돋보였다.

“아우……. 왠지 위압 당하는 것 같지 않아?”
“시끄러워, 어쨌거나 우리 편이잖아.”
강진호가 겁먹은 듯이 말하자 노엘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저희가 탐문도 좀 하고, 수도에서 조사 좀 하겠습니다. 수도에서 조사가 끝나는 대로 돌아와서 보고드리고 남쪽으로 떠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시게나. 우리는 각 부족 일들로 바쁘니 그 전사들에게 물어보면 된다네. 필요한 것도 그들에게 말하게나."
이 말과 함께 노엘은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나왔다.

"후우~, 진땀뺐네."
"노엘, 긴장했었구나. 너는 그런 거 안 하는 줄 알았는데."
"그 긴장에 절반은 네가 기여한 거야."
노엘이 강진호의 말에 그를 째려보면서 말했다.
강진호는 그가 지금 예민해진 상태라고 생각을 눈을 돌리고 괜히 딴청을 부렸다.

"저기, 이제 어디로 가실 예정인가요?"
쿠로가 따라 나와서 이야기를 했다.

"글쎄. 일단 족장들이 머무는 곳이랑 일하는 곳들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발견된 장소도 봐야 하고, 그러면서 너희들한테 사건 개요도 좀 더 물어봐야겠지."
노엘이 손가락을 접어가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일단 검의 부족 부족장 처소부터 가지죠. 그리고 격투, 중갑 순으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로가 말했다.
"그렇게 하시죠. 사건 개요는 검의 부족 부족장 처소에 가는 길에 있는 정보부 건물을 들러서 설명하겠습니다."
카르티가 말했다.
"정보부에서 현재 수사 중이거든요. 이 사건을. 자료들은 모두 거기에 있을 겁니다."
쿠로가 말했다.

강진호와 노엘, 그리고 아카루의 젊은 전사 3명은 정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 보니 강진호 군도 영혼의 무사라고 했죠?"
"어? 어…. 그렇게 되나?"
카르티의 질문에 강진호가 대답했다.
그러자 노엘은 무슨 말이 나올지 예상이 된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고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저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얘는 검을 잡는 법도 모르니까 대련해 달라느니 하는 말은 하지 마."
그리고서는 갑자기 눈을 번뜩 뜨고는 손을 까딱거리면서 말을 덧붙였다.
"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는 끝장이야. 오히려 상처하나 안 나게 귀중히 모셔야 한다고."

"뭐야, 노엘. 나 걱정해주는 거야?"
강진호는 감동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내 걱정하는 거야.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아마 파르시틸이랑 가버가……."
그렇게 얘기하고는 몸을 부르르 떠는 노엘이었다.

걷다 보니 정보부에 도착한 그들은 서류가 가득한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 이 서류를 보면 아시겠지만, 세 족장분들은 모두 4일 전을 마지막으로 모습이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보물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 다들 마지막으로 발견된 장소는?"
쿠로의 말에 노엘이 물었다.
"검의 족장님은 처소 주변 거리, 격투의 족장님은 집무실 앞, 중갑의 족장님은 강변이었습니다."
"그럼 없어졌다는 것은 그 다음 날 알아차린 건가?"
"아뇨, 가족분들은 먼저 알아차리셨던 것 같은데…."
쿠로가 말을 끌자 노엘이 서류를 보다가 그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가족분들께는 밤에 무슨 일이 있어서 못 들어올 수 있다고 하신 모양입니다."
"그래? 그럼 다른 사람들은 뭐 들은 거 없어?"
카르티가 대신 대답하자 노엘이 질문을 계속했다.
"그게, 그분들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날 무슨 특별한 일이 있다고 말씀하지를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그 일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흠. 왠지 보물들이 사라진 일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노엘이 눈을 감으며 고민에 빠진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고, 아직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만…. 보물이 있는 곳에 세 분이 가셨던 흔적이 있지는 않고, 또 그분들이 보물들이 사라지는 것을 아셨으면 중앙 수비대를 데려가지 않으셨을까요?"
사로가 말했다.
노엘이 눈을 천천히 뜨면서 서류뭉치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거 가져가도 되는 거지?"
노엘의 말에 쿠로가 물어보고 오겠다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서류 대여를 허락해주셨습니다. 사본을 미리 만들어놔서 상관없다고 하시네요."
"그래, 좋네. 그럼 일단 이거 가지고 족장들 처소랑 집무실 들렀다가 파르시틸한테 돌아가자고."
노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정보부 건물 밖으로 나갔다.

0
이번 화 신고 2020-07-02 14:40 | 조회 : 709 목록
작가의 말
스마일페이스

: )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