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강 옆의 마을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다.”
노엘이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시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왜?”
“지금 이곳마저 공격당했다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파르시틸이 대신 대답했다.

“노엘, 워프 좀 부탁해. 당분간은 전투가 없을 것 같으니 마력을 좀 써놔도 되지 않겠어? 아카루 연합국 쪽으로 가야하니까 일단 가까운 케스강 방향으로 부탁해.”
노엘을 향해 이야기하는 파르시틸이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투덜대면서 노엘은 대답이 끝나자마자 워프를 만들어내었다.
아까 강진호가 지나온 것과는 조금 달라보이는 느낌이었다.

“미리 말해두는데, 이번에는 내 발로 갈게.”
혹시 또 끌고 갈까봐 강진호가 재빨리 선수를 쳤다.
사실 이 상황들이 모두 이해가지 않는 강진호였지만 노엘과 파르시틸은 자신을 보호해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아까처럼 괴한들이 습격해올 수도 있다는 생각과 지금 자신이 어디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이 주인공에게는 두 사람을 따라가게 만들었다.
어쨌거나 자신의 발로 간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노엘과 파르시틸을 조금이나마 신뢰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을 멋대로 이런 곳으로 끌고 온 것은 달라지지 않지만...

하지만 재빨리 선수친 것과는 달리 강진호의 발은 선뜻 떨어지지 않았다.
아까 전 워프를 이용했던 경험 때문이리라.

“알았어, 그럼 빨리 가라고. 이거 유지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안다고! 근데 아까 워프 들어갔을 때의 느낌이 너무 이상해서 그래!”
노엘이 재촉하자 강진호가 짜증내면서 대답했다.

“하하, 저도 이 워프 느낌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파르시틸이 웃으면서 얘기하다가 강진호를 툭 하고 워프 속으로 밀어 넣었다.
“또다시 괴한들이 습격할 가능성도 있어서 급합니다. 노엘도 힘들고요.”

“아니...근데, 끝까지 말을 하고 워프로 밀어 넣어도 되지 않아? 멋진 척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말할 시간에 너도 빨리 들어가! 이거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고!”
이번에는 노엘이 파르시틸을 툭 하고 밀면서 자신도 같이 들어갔다.

그리고 워프 속에서는 이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으악~~~~노엘~~~~! 나 이거 무섭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
파르시틸의 목소리였음은 먼저 도착한 강진호도 알 수 있었다.

“역시. 나만 무서운 게 아니었어.”
강진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워프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호는 웅성웅성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주위를 살펴보았다.
하긴, 얼마나 놀랬겠는가! 갑자기 사람이 이상한 구멍 속에서 튀어 나왔는데!
주위의 마을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뭐라고 말을 하는데 강진호로서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뭐, 일단 자신이 살던 곳은 아니니 말이다.
아니, 이제 인정해야 했다. 그는 지금 다른 세계에 온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까의 그 워프를 비롯해서 파르시틸의 본 적도 없는 갑옷, 그리고 지금 사람들의 이상한 옷들은 설명되지 않았다.
아까 그 검에서 나온 빛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강진호가 뒤통수를 긁적거리고 있을 때, 노엘과 파르시틸마저 튀어나오자 사람들의 표정은 다르게 바뀌었다.
표정에서 느껴지는 감정들도 제각각이었다.
공포, 호기심, 반가움... 하여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복잡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갑자기 강진호는 마을사람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파르시틸이다!”
“이 주변에서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건가?”
“그럴리가!”
“임무 중이겠지”

마을 사람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을 무렵, 파르시틸이 크게 외쳤다.
“저기요! 마을 사람 여러분! 접니다! 파르시틸! 임무수행 중에 머물 곳이 필요해 왔습니다! 여관으로 가게 길 좀 비켜주세요!”
“아아, 물론. 자네라면 언제든지. 따라오게나.”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이야기했다.

그는 여관주인이었다.
“아, 하키 씨! 오랜만입니다! 7년만이네요! 잠시 신세 좀 질게요!”

“어때? 여기로 온 거 괜찮은 선택이지 않아? 내 센스에 감탄하라고!”
노엘이 뻐기듯이 얘기했다.
그러나 파르시틸은 약간 미묘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뭐...확실히 다른 곳보다 익숙하긴 하지.”

강진호는 옛날에 뭔가 있었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노엘의 표정을 보니 아는 듯 했다.
지금 노엘의 표정은 실망에 가까웠다.
그는 노엘이 어째서 실망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실망인지 짜증인지도 사실 애매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노엘의 미간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야, 나도 나중에 무슨 일 있었는지 알려줘.”
노엘에게 몰래 얘기하는 강진호였다.
“흠...본인한테 들어.”
노엘이 대답했다.
“치사하기는.”
강진호는 실망한 듯이 이야기했다.

그렇게 어두워지고 있는 마을을 보며 하키 씨를 따라 일행은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은 1층은 식당과 술집을 겸하는 것 같았고, 2층과 3층에 숙소가 있는 듯 했다.
내부는 나무로 지어진 것 같았으며, 영화 속에서 보던 느낌이었다.

“그런데, 3층까지 있네. 생각보다 큰데?”
3층 방에 들어온 강진호가 혼잣말로 말했다.
“대신, 1인실과 2인실 외에는 없단다. 나름 강 주변의 마을이라 여행객이나 상단이 들를 때가 있어서 3층까지 있지. 우리 마을도 생각보다 작지는 않단다.”
하키 씨가 강진호에게 말했다.
“바로 옆방에 파르시틸과 노엘이 방 안내가 끝나면 오라고 했다. 방에서 딱히 설명이 필요한 것은 없지만 말이야.”
“네, 그럼 저는 파르시틸한테 가볼게요.”
“그러렴.”

사실 강진호는 파르시틸의 과거가 궁금했지만 하키 씨에게 물어봐도 되나 싶었다.
파르시틸의 미묘한 미소가 맘에 걸렸기 때문이다.
옆 방에서는 파르시틸과 노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부터, 제가 모든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파르시틸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에...그래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요...”
파르시틸이 고민하는 듯이 말했다.

“어디서부터 설명할지도 생각 안하고 부른 거냐?! 그러면서 그렇게 자신감 넘치게 설명하겠다고 하다니... 역시 대단해.”
노엘이 놀리듯이 말했다.

“그러면 노엘이 설명하면 되잖아.”
강진호가 말했다.
그러자 노엘이 째려보았고, 강진호는 움찔했다.
파르시틸은 슬며시 웃었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까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파르시틸이 질문했다.

“강진호입니다. 강진호.”
강진호가 대답했다.
대답하고 나니 강진호는 의문이 하나 솟아났다.
노엘은 왜 내 이름을 안 물어봤을까?

“근데, 그러고보니까 말야, 노엘은 왜 나한테 이름 안 물어봤어? 안 궁금했어?”
“음? 나는 알고 있었지. 임무 수행 전에 들었거든.”
“아...... 그렇구나. 이렇게 된 거 자기소개부터 하시죠? 저는 강진호라고 합니다. 나이는 17살이고요. 학생입니다.”
뻘쭘해진 강진호는 자기소개를 제안했다.

“그래요! 그럼 저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현재 영혼의 무사 5인 중 한 명인 파르시틸입니다. 이번에 진호군과 동행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파르시틸이 얼른 대답하고는 노엘에게 말했다.
“노엘, 너도 얼른 자기소개해!”
“노엘이다. ‘어디서부터 설명할지 모르겠지만’ 파르시틸의 파트너다.”
또다시 노엘이 놀리듯이 말했다.
“노엘, 그만 놀려!”
파르시틸이 짜증내듯이 말했다.

“그럼, 자기소개도 끝났으니 ‘어디서부터 설명할지 모르는’ 파르시틸 대신 내가 설명하도록 하지.”
“그래, 그럼 네가 해.”
반 쯤 포기한 목소리로 파르시틸이 이야기했다.

“그래, 그럼 우선 너를 부른 이유부터 이야기하지.”
노엘은 목을 가다듬더니 설명을 이어나갔다.

“너는 아까 꽂혀 있던 그 검, ‘히어로 스피릿’에 의해 선택받았다. 따라서 우리의 영혼의 무사 중 한 명이 되어야 한다.”
“뭐라고? 내가 왜? 거부할 수는 없어?”
강진호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정말 하기 싫었다. 애초에 갑자기 끌고 와서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없다. 영혼의 무사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설명을 지금 막 하려던 참이지.”
노엘이 단호히 말하며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다.

“영혼의 무사는 우리 세계의 평화 유지를 위한 특수 조직 같은 것이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전쟁이나 분쟁, 갈등을 해결하거나 막는 것이 임무이지.”
“어라? 그럼 나랑은 상관없는 일 아니야? 애초에 나는 압도적인 무력은 무슨, 그 흔하디 흔한 태권도도 안 배웠다고!”
강진호가 따지듯이 얘기했다.
실제로 그는 평균 이상이지만 크지 않은 키와 왜소한 편인 체격, 또래들과 비교해서 뛰어나지 않은 운동신경과 체력을 지녔다.
스포츠는 몇 개 배웠지만 무술은 한 번도 배운적이 없으며, 굳이 억지로 끼워넣으면 고등학교 들어와서 수행평가로 본 태권도 태극 1장 정도를 배웠었다.
그 때도 쩔쩔맸는데 무사를 어떻게 하겠는가!

“그건...나한테 따지면 안 되지,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노엘이 변명하듯 얘기했다.

“어쨌든, 굳이 너희 세계 사람을 데려오는 이유는 역대 모든 영혼의 무사들이 그랬듯이, 외부인으로써의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히어로스피릿의 역할이지.”
“에... 그럼 앞으로 나는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거야?”
강진호가 물었다.

“그야, 파르시틸을 따라다니면서 영혼의 무사가 하는 일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수련도 할 거다. 검은 쓸 줄 알아야 하니까... 나중에 비석 뒷면에 이름이 새겨지고, 갑옷이 생기고, 파트너까지 생기면 영혼의 무사를 이끌게 되겠지.”
“이끌어? 내가?”
강진호가 놀라자 노엘 대신 파르시틸이 대답했다.
“걱정마세요, 진호군. 당신이 외부인 출신이기 때문에 다른 영혼의 무사들처럼 이곳에 국적이나, 혈연 같은 것이 없어서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그러는 겁니다. 역대 영혼의 무사들이 다 그렇게 했으니 진호군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자 노엘이 파르시틸에게 짜증내며 말했다.
“어휴, 그렇게 얘기하면 퍽도 안심되겠네. 무슨 부담을 그리 팍팍 줘? 어차피 다른 무사들이 알아서 잘 해줄 거야. 이 세상에서 가장 쎈 부하들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해 그냥.”
‘알아서 해준다니 조금 안심이 되지만 부하라... 그것도 부담스러운데...’
강진호가 속으로 생각했다.
“뭐, 정확히 얘기하면 부하는 아니지만요.”
부하라는 말에 강진호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을 알았는지 파르시틸이 덧붙였다.

“자, 그럼 자자고. 내일부터 당장 먼 길을 떠나야하니까 말이야. 더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하거나 임무 중에 설명해줄게.”
노엘이 얘기했다.
“어? 어디 가는데?”
“아카루들의 나라, 아카루 연합국을 갑니다.”
파르시틸의 이러한 대답에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건 또 뭐야...”

강진호의 말을 들은 노엘은 강진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런 말은 해봤자 소용이 없어. 우리가 이 야밤 중에 세계지도를 펼쳐들 수는 없잖아? 그것도 내일 설명해 줄테니 일단 자자고. 일단, 내가 너무 피곤해."
확실히 노엘은 피곤해 보였다.
안 그래도 저승사자 같은 그의 차림새에 다크서클까지 생기니 더욱 그렇게 보일 정도였다.

"그래요, 그러면. 저는 이제 방으로 돌아갈게요."
"잘 자라."
그렇게 하품을 하면서 침대로 가려고 하는 노엘에게 파르시틸이 놀라면서 말했다.
"그냥 자게? 진호군 방에 경비 마법 걸어야지."
"으악! 나는 쉬고 싶어!!!! 어차피 너랑 같이 잘테니까 상관없잖아."
노엘의 말에 강진호는 깜짝 놀랐다.

"엉? 나랑 파르시틸이랑 같은 방 써?"
"네. 강진호 군 혼자 있으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아, 그렇구나... 아까 나 혼자 방 안내 받아서 나 혼자 쓰는 줄 알았지."
"일단 먼저 들어가서 주무세요. 저는 노엘이 경비 마법을 다 쓰면 자겠습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강진호는 침대에 누웠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기에 피곤한 강진호는 침대에 눕자마자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밖에서는 파르시틸과 노엘의 말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공격을 받다니...예상 외야."
"내부에 적이 있을 확률이 높아졌어. 누구인지 밝혀낼 필요가 있겠어."
어렴풋이 들리는 대화소리를 들으며 강진호는 잠에 들었다.

하룻밤이 지나고 파르시틸, 노엘, 강진호는 1층에 식사를 하러 모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진호군.”
“어, 그래. 좋은 아침이지...?”
강진호가 피곤해보이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어? 왜 이리 피곤해 보이십니까?”
파르시틸이 걱정되는 듯이 말했다.

“왜 이렇게 눈치가 없냐...... 쟤도 나름 적응 안 되겠지. 갑자기 끌려와서는 이대로 하룻밤 지내려니 얼마나 찝찝하겠냐?”
노엘이 파르시틸에게 나무라듯이 말했다.
“아, 그렇군요. 어쨌거나 밥을 먹도록 하죠. 이곳의 식사는 무척 훌륭하답니다!”
“암, 그렇고 말고. 특히 파르시틸은 우리 음식을 먹고 지냈으니 말이야.”
하키 씨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파르시틸. 우리 마을에 앞으로는 자주 들러라. 아무도 그 일로 너를 나무라지 않아.”
하키 씨가 음식들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 아저씨만의 생각일 수도 있죠. 저는 아직도 어제의 시선들이 잊혀지지를 않는데요.”
파르시틸이 하키 씨가 내놓은 음식 중에 찌개처럼 보이는 음식의 국물을 한 술 뜨면서 말했다.

“어... 지금부터 먹으면 되는 건가? 숟가락은 어디에 있어요?”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듯해 강진호가 말을 돌렸다.
“어? 어, 그래. 내 정신 좀 봐! 상을 마저 차려주마.”
하키 씨가 허둥지둥대며 말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킬킬대며 보고 있는 노엘을 보며 강진호는 그의 성격이 정말 나쁘다고 생각했다.
그의 웃음은 처음 보았지만, 그것에는 심술이 잔뜩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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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30 14:44 | 조회 : 74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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