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꿈 속의 검

강진호의 눈앞에는 검이 한 자루 꽂혀 있었다.

‘저 검.... 오늘은 잡겠어!!’

눈앞의 검은 요즘 계속 꿈에 나오면서 잡으려하면 잡히질 않는 이상한 검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죽을 힘을 다해 뛰어가 잡으려 했는데....... 오늘따라 너무 쉽게 잡혔다.
강진호가 이상하다고 느낄 시간도 없이 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섬광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으.....으아아아아악!!!”
요란한 고함소리와 함께 깨어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마디를 보태며 상황을 일축시켰다.

“아, 꿈이지...”
그리고 눈앞에는 검 대신 사람이 서 있었다.

“안녕?”
“으아아아아악!!!”

강진호는 다시 한 번 놀라며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평생 살면서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인 것만 같았다.

강진호는 두 가지 사실에서 놀랐다.
현재 집에 자신밖에 없을텐데 앞에 사람이 있어서 놀랐고, 그 사람이 검은 두루마기에 검은 갓을 쓴 사람이라 다시 한 번 놀랐다.
꼭 저승사자 같은 차림새였다.
등골이 오싹했다.

“흠...여기는 인사를 하면 고함을 지르는게 예의인가? 독특한 풍습이군. 아니면 인사가 맘에 안 들어서 그래?”
갓을 쓴 사람이 말했다.
굉장히 무미건조한 목소리였으나 그 어조에는 장난기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느낌이 있었다.

“누...누구세요? 죄송한데... 혹시 저승사자세요?”
“저승사자? 그건 아니야. 나는 그냥 여기서는 자다 깬 사람 앞에 이런 차림으로 있으면 재밌어한다고 들어서.”
갓 쓴 사람이 너무나도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바람에 강진호는 어이가 없었다.

“저기...그래서 당신은 누구신가요? 죄송한데 여기는 우리 집인데... 어떻게 들어오셨는지...”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사실 강진호는 지금 너무 무서웠다.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는 짐작이 안 되는데, 확실히 미친 것처럼 보였다.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나? 나는 평범한 사람이야.”
강진호의 생각이 바뀌었다.
미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미친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아니, 더 나아가 미치광이 범죄자가 아닐까 의심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더욱 무서워졌다.

“자, 그럼 가자!”
갓 쓴 사람이 이야기 했다.
밑도 끝도 없는 요구에 강진호는 당황했다.
“네? 저요? 어디를요? 으....으악!”

강진호는 질문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갓 쓴 사람이 강진호의 옷을 잡고 번쩍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강진호는 마치 시계추처럼 대롱거리면서 잡혀버렸다.
강진호는 버둥대기 시작하면서 화를 냈다.

“뭐하는거에요!! 놔주세요!!”
강진호가 소리쳤다.
강진호의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이 인간은 뭐지? 납치범? 인신매매? 장기밀매? 나를 한 손으로 들어버린걸 보니까 힘도 세보이는데...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이런 생각이 1초도 안되서 순식간에 스쳐갈 때 갓을 쓴 사람은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용돌이 같은 모양으로 생긴 검은 색 구멍이 생겼다.
평소였으면 블랙홀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하겠으나 지금은 저승의 입구처럼 보였다.

‘혹시 진짜 저승사자인가? 아, 그래 나는 저승으로 끌려가나보다.... 으악!!’
강진호가 마침내 이런 결론까지 도달하고 있을 때, 갓 쓴 사람이 갑자기 강진호에게 말을 걸었다.

“자, 가자!”
“아, 진짜 저기에 들어가요? 무서운데... 진짜 저승 입구 아니에요?”
“흠... 자기 발로는 못 들어가겠군.... 뭐 착지가 좀 불안해지겠지만 상관없겠지... 그 인간이 알면 기겁을 하겠지만 말야...”
저승사자(이미 강진호는 갓 쓴 사람을 저승사자로 취급하고 있었다)는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결론을 내렸다.

“시끄럽고, 가자.”
그러고는 강진호를 질질 끌고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아, 진짜 열심히 살 걸... 부모님 죄송합니다... 얘들아...나 벌써 가나보다... 연애도 못 해보고 죽는구나...”
강진호는 패닉상태 속에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유언 같은 말을 열심히 중얼거리며 저승사자에게 끌려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강진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너무나 무서웠고, 무서웠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빨려들어가고 뒤죽박죽이 되는 기분이었다.

10초 쯤 지났을까, 강진호는 토할 것 같이 뒤죽박죽인 느낌이 사라진 것을 느끼고 눈을 살짝 떴다.
“뭐야, 저건 아까 들어갔던 구멍이잖아?”
강진호는 자신이 보는 그 구멍에서 튕겨져 나와 날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날아가다가 갑자기 쿵하고 나무에 부딪혔다.

“아야야야..... 여기가 어디야...”
“흠, 무사히 도착한 것 같군.”
저승사자가 구멍 바로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여유롭게 말했다.
그런 여유로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난 강진호가 따졌다.

“무사히? 장난해? 무슨 소리하고 있는 거야! 지금 내가 몇 미터를 날아왔는데!! 이게 무사해 보이냐?”
“음... 화내는 모습을 보니 이쪽도 무사한 것 같군.”
여전히 저승사자는 여유롭게 말했다.

강진호가 어이없어 하는 것도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목적지와 너무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생각했던 황천길도 아니었으며, 지옥도 아니었고, 천국도 아니었다.
그저 숲이었다. 평범하게 나무들이 가득한 숲.

“여기가 어디야?”
“여기는 말이야, 지극히 평범한 숲이다.”
저승사자가 놀리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를 매우 무미건조한 표정과 목소리로 답했다.

“그게 말이 돼?”
“그럼 너는 여기가 어디로 보이냐? 그건 그렇고 너 말이 짧은 것 같은데...? 초면에 이리 반말을 해도 되는 건가?”
갑자기 강진호는 당황을 했다.
확실히 저승사자는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신보다는 많아 보였다.
저승사자는 초면부터 반말을 했다는 것이 생각났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하였다.
일단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으므로.

“...그런데 여기가 평범하다는게 믿기지 않는데요...”
“믿고 안 믿고는 나와 상관이 없지. 나는 네가 지금 나를 따라오기만 하면 되니까. 따라와.”
그러면서 먼저 걷기 시작했다.

‘어? 근데 저 사람 따라가야 되나?
강진호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의 몸이 점점 떠오르고 있던 것이다.

“어, 어어어, 어? 으아악! 이건 또 뭐야!!”
“따라오라고 했는데 우물쭈물 하길래, 그냥 끌고 가기로 했다. 아까도 보니 그게 제일 편하더군.”
저승사자가 대답했다.

“보통 저승사자가 이런 것도 할 줄 알던가?”
“나는 저승사자가 아니야.”
“그럼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나는 영혼의 무사 파르시틸의 파트너 노엘이다.”
저승사자처럼 보였던 사내, 노엘이 대답했다.

‘영혼의 무사는 또 뭐야....’
이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끌려가는 강진호였다.

강진호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보면, 자고 있던 자신의 방에 저 노엘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들어왔다.
그리고 나서 다짜고짜 숲으로 끌고 오더니 자신이 영혼의 무사의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아마도 자신은 영혼의 무사라는 사람과 관련되어 끌려왔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했을 때, 노엘의 발걸음이 멈췄다.

“거의 다 온 것 같군.”
노엘이 혼잣말을 했다.

“그래? 그럼 나 좀 놔줘!”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다. 알아서 착지하도록.”

쿵!

강진호는 정말 갑작스레 몸의 붕 뜨던 느낌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제대로 착지할 틈도 없이 그대로 엉덩이부터 떨어졌다.

“진짜 불친절해... 배려라고는 조금도 없네...”
강진호는 노엘이 저승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긴장이 많이 풀려서 아까보다는 말을 잘 걸고 있었다.

“그래, 불만이야? 나는 누군가의 말이 자꾸 짧아지는게 불만인데 말이야...”
“...그래서 여기 뭐가 있나요?”

바로 존댓말을 쓰며 화제를 돌리는 강진호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눈앞에 익숙한 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 이....검은.....설마 꿈속에서 나왔던...”
“그래, 그 검이 바로 ‘히어로스피릿’이다!”
제법 진지한 목소리로 노엘이 말했다.
뭐, 사실 노엘의 목소리는 워낙 조용하고 무미건조해서 별 차이는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사실은 주인공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 이제야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얘기하겠구나...’
하지만 노엘은 강진호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검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검, 히어로스피릿에 대해 설명하겠다.”
갑자기 강진호의 뇌리를 스쳐가는 불안한 생각이 있었다.

“잠깐!”
“무슨 일이지?”
“혹시, 내가 이 검을 들고 세상을 구해야한다느니 하는 판타지 소설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
“흠...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다는 사실이 놀랍군. 뭐, 얼추 비슷한 얘기야. 그럼, 설명을 계속하지.”

그 때였다.
갑작스레 어디선가 화살들이 날아왔다.
안 그래도 황당한 얘기에 당황했던 강진호는 화살까지 날아오는 이 상황에 얼이 빠졌다.

“으아아아악!!! 사람 살려!!”
그러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했다.
아까 날아온 화살들이 튕겨나간 것이다.
이상하게 느낀 주인공이 주변을 보자 노엘 손에서 나온 빛이 일행의 주변을 방어막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노엘이 막아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살은 계속해서 날아오고 있었고, 상황은 여전히 급박했다.

“하...그래도 너무한 거 아닌가? 설마 여기서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막 나가는군.”
노엘이 꽤 당황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당황하는 얼굴과는 다르게 화살들은 꽤 여유롭게 막고 있었다.

노엘은 주인공이 계속 얼어있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소리쳐서 지시를 내렸다.
“이 봐! 뭐 해? 그 검 빨리 뽑아!”
“어! 알았어! 그래!”
주인공은 재빨리 검을 뽑았다.
그리고 꿈에서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
검을 중심으로 엄청난 빛의 기둥이 생기고 주인공 주위를 둘러쌌다.
빛의 기둥이 생기는 것을 보고 노엘이 소리쳤다.
“이봐! 그 안은 안전하니까 일단 나오지 말고 그 검만 계속 잡고 있어! 지금쯤 얼빠진 인간 하나가 열심히 뛰어오는 중일테니까!”
“그게 누군데!”
“영혼의 무사, 파르시틸이 오고 있다!”

파르시틸이 오고 있다고 소리친 노엘이었지만, 사실 지금 어디쯤인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로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도착하는데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였다.
물론 커다란 빛의 기둥이 있으니 지금쯤 위치를 알아내 뛰어오고 있겠지만 도착할 때까지 자신이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왠만해서는 여유롭게 이길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노엘은 주인공을 데려올 때 너무 많은 마력을 사용했다.
거기다가 무시하기 힘든 화살을 통해 자신의 마력을 조금씩 확실하게 갉아먹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파르시틸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말했으니, 이를 듣고 공격을 멈추고 도망가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일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을 모양이었다.

“파르시틸이라... 우리들의 상대로 적당할 것 같군.”
이런 말을 하면서 자신들의 얼굴을 가린 채 여기저기서 괴한들이 등장했다.
노엘은 그 수를 세기 시작했다.
넷, 여덟, 열둘... 열여섯이었다. 4방향에서 4명씩 포위망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흠, 확실히 그 쪽수면 자신감을 가질만 하군.”
태연한 척 말을 잇는 노엘이었다.

“...파르시틸이 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끝내고 복귀하겠다. 저 마법사부터 처리한다. 전원, 돌격.”
괴한들은 무척 날렵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포위망을 좁혀 들어왔다.
노엘 쪽으로 순식간에 달려든 16개의 검들을 모두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방어막을 펼쳤다.
노엘은 커다란 압박을 느꼈다.
아니, 원래는 느꼈어야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낸 검은 단 4자루뿐이었다.
그의 앞에는 푸른 갑옷을 입은 무사가 검 4자루를 튕겨낸 채 창 한 자루를 쥐고 서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여기저기 베인 채 쓰러진 8명의 괴한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파르시틸!”
노엘이 소리쳤다.
그렇다.
그의 파트너, 영혼의 무사 파르시틸이 도착한 것이다.

대장인 것처럼 들리는 사람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렸다.
“침착해라, 아직은 우리가 수적으로 우세하다. 마법사는 무시한 채 6명이 파르시틸을 견제,
나머지 2명이 검을 가져온다.”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괴한들이 순식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봐, 노엘. 저 두 사람 좀 막게 주문 좀.”
“오자마자 부려먹는구만. 아까까지 뼈빠지게 일했는데 말야.”
파르시틸의 지시에 투덜거리며 대답하고 있었지만 아까와 다르게 노엘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묻어 있었다.

노엘이 주문을 외우자 파르시틸이 뛰었다.
그러자 파르시틸의 몸이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나갔고, 그 두 명을 순식간에 베었다.

“다시. 명령을 번복하겠다. 6명 전원 파르시틸을 향해 공격한다.”
“음... 나와라, 하현.”
파르시틸이 말하자 창의 모양이 바뀌었다. 봉의 위에만 있던 칼날이 어느샌가 아래에도 생겨났다.

창의 모양이 바뀌자마자 파르시틸은 6명에게 포위되었다.
하지만 파르시틸은 개의치 않고 싸움을 시작했다.
"노엘, 근력 증가 부탁해"
"그런 건 시작 전에 미리 얘기하라고."
노엘이 투덜거렸다.

6명과의 전투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완벽하고도 예리한 움직임이었다.
처음에 3명을 긴 창을 눕혀 밀어버리더니 뒤로 돌면서 밑에 있는 날로 적의 칼을 흘려보내며 위의 날로 2명을 한 번에 베었다. 밑의 날로 나머지 한 명을 찌르고 아까 날려보낸 적 3명과 다시 대치한 파르시틸의 모습에 적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최대한 차분히 보이려 애쓰고 있던 괴한들의 두목 역시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내뱉었다.
“후퇴. 현재 이 전투에 승산은 없다.”

그 때 마침, 빛이 사라졌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앉아있는 강진호를 잠시 째려보더니 적 3명은 숲속으로 사라졌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파르시틸. 앞으로 당신을 옆에서 도와줄 영혼의 무사입니다."
숲속으로 사라지는 적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진호에게 손을 내밀며 파르시틸이 얘기했다.
강진호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나며 얘기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근데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아직도 혼자만 상황파악이 안되는 강진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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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29 21:58 | 조회 : 85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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