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Erinnerung(기억)






다음날 아침이 되자 여느때와 같이 그는 일찍 일어나 자신의 반려견들에게 아침밥을 챙겨주고는 자신의 친딸같은 존재와 같은 그녀의 아침도 만들고 있었다. 아침을 만들던 중 어제와 같이 부정한 검은 존재가 또다시 이 주변에 나타나지 않을까, 그럼 마음을 가지며 묵묵히 만들어냈다.


"....딜리는 일어났으려나.. 오늘은 시내 구경가보라고 해야지...."


간단하게 아침으로는 '아끄로쉬까' (여름에 먹는 러시아식 스프)를 만들어놓고는 계단을 올라 그녀가 자고있는 방앞에 서고는 간단하게 노크를 몇번 하였다.


"........."


"딜리~? 아침이 밝았는데 어서 일어나! 오늘은 시내 구경가보는게 좋아- 장날이라서 물건도 많고 인형극도 할테니까~...!"


아직도 자고있는듯 아무런 말소리도 들리지 않자 작게 한숨을 쉬곤 이내 웃는 얼굴을 지으며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그녀를 깨우면서 귀띔을 해주는 동시에, 개의 앞발같은 인간의 손으로 머릴 쓰다듬어 주었다.


"으음...오늘 시내 장날이야? 그럼 한번 가봐야지... 사올 물건이라도 있음 말해...."


조금 비몽사몽하며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쓰다듬을 받으면서 눈이 감긴 채로 잠긴 목소리로 말하면서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고는 씻으려는 배낭에서 옷을 찾고는 갈아입으려다 그를 보고는 나가라는듯 문 밖으로 밀어내곤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와 아침을 먹는 동안, 그는 은빛 털들을 정리한 채로 내려오며, 조금 헐렁한 와이셔츠에 쥐색에 가까운 조끼와 꼬리가 불편하지 않게 맞춤제작한 바지를 입은 채로 얇지만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입고 외출을 나갈 준비를 하였다.


"..왠일로 그렇게 차려입었어? 혹시 누구 귀하신분 만나러 가는길?"


아침식사를 먹다가 수백년 만에 제대로 차려입은 모습을 본 그녀는 그가 꽤나 신경쓰는 모습을 보고 궁금하듯이 물어보면서 떠보았다.


"으음? 아아니...그냥... 만날 사람이 있어서.. 오늘 시내에 가는건 혼자 가야할것 같아-... 장도 봐올것 같고... 대신 간식이랑 맛있는거 많이 먹고 와도 돼!"


무언가에 골똘히 멍하니 있으며 자신의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신경쓰다 그녀의 질문에 잠시 머뭇하다 이내 답을 주면서 웃어보였다.


"여기-.... 장볼것 적어놨으니까 이것만 사오면 돼? 그럼 나 다녀올게-..."


종이와 펜를 찾고는 최대한 찾기 힘든것과 사기도 힘든걸로 써서 최대한 시간을 번 다음, 꼭 필요한 식량과 잡다한것들을 적어내린 후, 그녀가 아침식사를 한 식탁 위에 올려놓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 발걸음을 옮겼다.





평상시였다면 자신의 반려견들과 함께 산책을 나오듯이 거닐었겠지만 지금은 아닜었기에, 묵묵히 홀로 숲속 길을 거닐다 어느 한곳에 발길을 멈췄다.


그가 발길을 멈춘 곳은 언뜻보면 그저 평평한 땅에 오래 전 어린아이들이 흙을 쌓아 만든곳으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 토끼보다 큰 두개의 봉우리 같은것으로 보이겠지만, 덩쿨들이 나무로 만들어진 십자가들을 타고 올라서 그런지 더더욱 그렇게 보였다.


"....당신들은 이런 무덤을 가진것만으로도 행운인즐알아. 들짐승들에게 먹힐 운명을 그 아이가 막아줬으니까..."


누가 죽었는지도, 언제 묻혔는지도 모르는 이름모를 무덤 앞에 서고는 조금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보며 과거를 회상하였다.


ㅡㅡ


과거 1000년도 조금 더 되던 날, 내가 어린 아기였을때 러시아의 한 교외의 교회에 버려졌었다. 그걸 본 수녀와 신부가 거둬들였지만 머리가 새햐얗다는 이유로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차별을 받으며 때때로 자신의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였다.


그런 괴롭힘을 받아올때마다 울고 있는 나에게 항상 신부님이 곁에 와서 위로를 해주며 간식을 주며 이야기도 들려 주시며 항상 습관같이 하던 말씀을 하시었다.


"클림... 너는 비록 남들과는 모습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거라. 마치 하느님이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사랑하듯이 말야-..."


그런 말씀을 들을때마다 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다가가 친해지려 했지만, 교회 내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마을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외면하기에 바빴다.


인간의 나이로 열댓살이 넘었을때 쯤, 이런 나를 감싸주시고 보호해주던 신부님도 어느샌가 자신을 피하는것을 느꼈을때, 그의 행동은 자연스러운것 같으면서도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차별하는것이 그저 역겨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신부님과 자신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리는 계기가 생기게 되었다.


매번 보름달이 뜰때마다 신부님은 나를 고해성사실에 밀어넣듯이 들어가게 하고는 바깥쪽에서 문을 잠그고 바로 옆방에 들어가서 기도를 할때마다 죄를 짓지 않은 자신을 죄인 취급하며 기도를 드렸다. 심지어 나의 모습이 흰 늑대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을때 그 기도는 더욱더 열심히 들리는 소리와 자신을 죄인이라고 더 자주 언급하는 말이 들렸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웨어울프라는걸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지자 그 사람들은 분노하여 쇠고랑과 횃불을 들고 당장 그를 죽이려는 함성과 분노를 느낀 자신은 자신을 숨겨달라며 신부에게 말했지만, 그 신부는 도움을 바라는 그의 손을 성경으로 내리치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클림. 넌 이미 하느님에게 구원받기 못한 존재였어. 그러니 그 더럽고 천박한 손으로 만지지 말고 순순히 죽음을 맞이해."


여태껏 자신의 힘이 되주었던 존재가 사실은 마을사람들과 다름 없다는 사실에 절망감에 빠져있는 사이 신부는 마을사람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그렇게 위선자의 모습을 본 자신은 보름달이 뜨지 않았는데도 그의 분노가 웨어울프의 본성으로 만들어주면서 자신을 키워준 존재이자 확실하게 양면성을 보여준 신부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후, 그렇게 그 마을 나와 이곳저곳을 떠돌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인간의 나이로 성인이 된 나는, 다른 지역의 어엿한 사냥꾼이 되어 마을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는 뛰어난 솜씨로 하늘을 나는 새의 눈을 맞힐 정도의 명사수가 되었다.


동시에 훤칠하고 미소를 지을때마다 더욱 빛을 띄는 외모와 누구든지 사길 수 있는 성격 덕분에 쉽게 친분을 쌓아 사냥꾼들과 자신의 반려견을 데리고 사냥을 가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해의 겨울날, 유난히 눈폭풍이 거세게 내리치던날에도 혼자 그는 저녁에 먹을 사냥감을 잡으러 반려견들을 집에 두고는 눈밭을 헤치며 걷고 있을 때였다.


'...타앙-....타앙-.....'


"....?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사냥을 온건가? 그럴리가...."


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오는 하늘을 보며 묵묵히 길을 걷다가 저 멀리서 총을 쏜 소리가 들리자 나는 이런 날씨에 사람이 나오지 못하는걸 알기에, 소리가 난곳으로 가보았다.


"................."


"꼬마야? 너 여기 왜...Боже ты мой... (이런 세상에...)"


흰 눈이 내려서 쌓인 푸른 머리의 조금 긴 생머리를 가진 소녀를 보곤 다가가다 나는 그만 멈칫하며 그녀가 저지른 행동을 보며 작게 러시아어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앞엔 가슴의 총을 맞고 쓰러져 죽은 젊은 부부가 하얀 눈에 붉은 액체를 흘리며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마치 생명을 잃어버린 눈으로 눈 속에 묻혀가는 부부를 보고 있으면서, 자신의 남동생으로 보이는 아기를 품에 꼬옥 안은 채로, 그리고 다른 손에는 호신용인듯 작은 총이 쥐여져있었다.





시체를 살피다가 이런 날씨에 어린이와 아기를 두면 안될것을 아는 나는, 급하게 시체를 묻곤 집으로 데려가 몸을 녹여주면서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몸을 숙여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어린 나이에도 아름다워보였지만, 양 뺨과 목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으며, 이마에는 구타를 당해 찢어졌는듯 피가 조금 묻어있는 붕대로 감겨져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입술은 파랗게 질려있는 채로 피가 굳어있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조용했고 눈을 보면은 절망감에 삶을 포기한 사람의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어릴적 시절에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있는 것이 너무나 안쓰럽고 동질감이 든 나는, 그녀가 홀로 독립할수 있을때까지 기르기로 하였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ㅡㅡ


이런 기억을 떠올리며 조금 멍하니 있다가 깨곤 자신이 할일이 있었다는 것이 생각나 조금은 서둘러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지금까지 그녀를 구한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며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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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02 19:12 | 조회 : 475 목록
작가의 말
예아-☆

무의식적으로 아저씨의 과거를 들춰내버렸네요... 따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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